2024년 4월 19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3년간 한문 성경 신·구약 필사 붓으로 쓰며 느끼는 말씀의 맛

제주교구 현상호씨, 우리말 성경 완필 후 아내 간호하며 필사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최근 3년 동안 한문성경을 화선지에 붓으로 옮긴 현상호씨. 제주 평협 제공



“붓으로 성경을 써내려갈수록 하느님 말씀의 감미로운 맛을 더 깊이 있게 느낍니다. 쓰면 쓸수록 더 쓰고 싶은 생각이 납니다.”

최근 3년 동안 한문 성경 신ㆍ구약을 필사한 현상호(바오로, 80, 제주교구 중문본당)씨는 “성경을 읽기만 하는 것보다 성경을 쓰면 그 말씀이 더 감격스럽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우리말 성경을 완필한 현씨는 2018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아내를 간호하며 하루 최대 8시간씩 붓으로 한문성경을 화선지에 옮겼다. 그가 한문성경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0년 전 본당에서 열린 서예교실에서 붓글씨를 배우면서다.

그는 30년 넘게 신장 투석을 해온 아내(강영희 스텔라)를 간호하면서 살림을 도맡아 가며 성경 필사를 했다. 무더운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려고 벼루에 간 먹물을 병에 담아 도서관에 가서 썼다. 지난해 아내는 세상을 떠났지만, 성경 필사를 멈추지 않았다. 모르는 한자가 나올 때마다 돋보기를 쓰고 옥편을 찾아야 했고, 한 구절씩 써 내려갈 때마다 우리말 성경으로 뜻을 확인하며 써야 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은 컸지만 아내가 생전에 늘 한문성경을 완필해달라고 했던 터라 손에서 붓을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현씨는 일본어 성경을 필사하고 싶어 일본에서 사목하는 한국인 신부에게 일본어 성경을 받았지만 글씨가 너무 작아 포기했다. 영어 성경을 필사하려고 큰 글씨 영어 성경을 구하고 있다.

1979년 서울에서 세례를 받은 현씨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2000년 고향인 제주 중문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현씨는 제주에서 꾸르실료 봉사를 비롯해 본당 총회장, 본당 성소후원회장으로 봉사했다. 현씨는 제주에서 홀로 작은 텃밭을 가꾸며 성경 필사를 하고 봉사하며 사는 게 삶의 낙이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8-2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19

잠언 16장 1절
마음의 계획은 사람이 하지만 혀의 대답은 주님에게서 온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