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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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편지] 지금은 고요의 시간 / 신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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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정원에 섬초롱 꽃이 가득 피었다. 꽃이 피고 질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피었다 지는 꽃, 화려한 향기도 화려한 색채도 아닌 섬초롱 꽃을 보면 수도하는 성자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숙연해진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묵주를 들고 산책을 하다 만나는 작은 풀꽃들과 나누는 대화,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걷는 산책길, 산책길에서 만나는 정겨운 발자국 소리들,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며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 이 모두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그동안 우리는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살면서 소소한 일상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가난한 마음으로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가지면 가질수록 마음은 가난해지고 풍요로운 삶 속에서 늘 불안해하며 하느님께 온전한 시간을 내어 드리지 못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모든 신앙인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성인이다. 1182년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큰 포목상을 경영하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프란치스코의 뜻은 원래 ‘ 작은 프랑스인’으로 그는 젊은 날을 무모할 정도로 낭비하고 노는 일로 보내다가 기사가 될 꿈을 안고 전투에 참가했지만 1202년에 투옥되었다. 석방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청빈과 겸손의 삶으로 교황에게 ‘작은 형제회’라는 이름으로 수도원 허가를 받았다. 엄격한 기도와 묵상의 삶으로 고요 속에 머물렀다.

완전한 가난 속에서 청빈과 겸손, 순종의 삶을 살았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살았던 이탈리아의 녹색 심장 산 다미아노 평화의 마을 아시시는 12세기 성 프란치스코 성인이 태어난 마을로 유명하다. 이 작은 도시는 옛길이 그대로 남아있어 산 중턱에서 바라보면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들이 마을 전체를 이어주는 핏줄과도 같다.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작은 평화의 마을 아시시의 이 길들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청년기와 회개의 역사를 되새기게 해준다

포르치운쿨라 성당의 장미 정원에는 굽비오의 늑대와 프란치스코 성인상이 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젊은 날 육욕의 유혹을 이기기 위해 장미 덩굴에서 뒹굴었다. 성인의 몸에 닿은 덤불이 가시가 없는 장미 덤불로 변했다. 지금도 그곳의 장미는 가시가 없다. 평화는 깊은 상처와 고통 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그곳에서 뛰어놀았으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산 다미아노 성당을 보수하기 위하여 돌과 빵 기름을 구하기 위해 구걸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에게 있어 그 길과 광장은 친근한 장소로 성인에 대한 많은 기억들을 지니고 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에게 말씀을 전하며 엄격한 고행과 기도와 묵상, 고요 속에 머물렀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완전한 무소유와 청빈 겸손 순종의 삶을 살았다. 새들에게 꽃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말을 걸었던 성인이었다.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끊임없는 쾌락과 욕망, 해체와 모순, 속도의 변화 속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도 마음은 가난하고 고독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로 인해 침묵 속에 머물며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음성에 귀 기울이며 많은 것을 회개하며 묵상하는 시간이다.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들려주시는 ‘평화의 기도’를 묵상하는 시간이다.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지금은 고요의 시간,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음성에 귀 기울이는 평화의 시간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경희(마리안나) 시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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