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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가짜뉴스, 함께 가는 지원정책도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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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기에 들어 지구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재앙 3가지를 들라면? 아마도 기후위기, 코로나, 그리고 가짜뉴스가 될 것이다. 최근 들어 세상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재앙에 대해 일상적으로 실감하고 있다.

이 재앙들은 모두 인류의 자업자득 측면이 강하다. 특히 디지털 기술진보는 인류에게 유사 이래 드문 미디어 혁명을 선물했지만, 가짜뉴스와 같은 역풍도 함께 몰고 왔던 것이다. 인류는 이 가짜뉴스가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목격해왔다. (물론 이 가짜뉴스는 본의 아니게 사실을 잘못 보도한 오보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조작한 허위정보를 말한다.)

범람하는 가짜뉴스들의 진원은 주로 디지털 미디어다. 현재 등록된 인터넷 매체만 해도 9400여 개, 가령 언론중재위원회가 매년 다루는 신청사건만 해도 그 75 정도가 인터넷 매체다. 매체 측의 추측이나 확증편향 등 의견을 마치 사실처럼 전하는 유튜브 등 1인 매체는 보도의 사실성이 그보다 더 떨어진다.

그런가하면 신문·방송 등 이른바 레거시(전통) 미디어들도 미디어 생태계의 역풍에 영합하고 있다. 수익성, 정파성에 기운 나머지 저널리즘 수칙을 벗어던지고 과장·왜곡·조작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령 지난해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40개국을 대상으로 언론 신뢰도 조사를 행한 결과만 봐도 그렇다. 설문 등 조사방법을 두고 ‘최하위다’, ‘아니다’하는 논란도 있지만 바닥권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같은 현실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와도 맥락이 닿는다. 그 결과란 대체로 60~70의 조사대상자들이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언론·법조 관계자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과는 판이한 조사결과다. 일반국민들에게 가짜뉴스, 나아가 언론전반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우리나라 하루 뉴스의 수는 6만~7만개 쯤. 이 많은 뉴스중 상당수는 취재도 사실 확인도 생략한 채 표절과 조작의 생산 공정을 거치며 돌고 도는 가짜뉴스다. 오죽하면 ‘뉴스 윤회설’이라는 비아냥거림마저 등장했을까.

가짜뉴스 재앙의 대책에는 우선 입법규제가 있다. 현재까지 18개국이 ‘반민주적’이라는 논란 속에서도 저마다 이런저런 언론 규제법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당이 제출한 언론중재법개정안이 여름 내내 정국을 뜨겁게 달구었다. 결국 여야가 9월 27일 본회의에 상정키로 타협함으로써 국회처리가 미루어졌다. 하지만 여야 간 의견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개정안은 결국 여당 단독으로 처리되거나 정처 없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거부감만 놓고 보더라도 언론중재법 개정 취지는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최소한 두 가지 점 정도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먼저, 논란이 많았던 몇 조항은 손을 보는 게 좋겠다. 표현과 정보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 해서 국내외에서 논란이 돼왔고 특히 유엔인권사무소도 지적했던 내용들이다. 우리 법에는 이미 명예훼손에 관한 형법에서부터 전기통신법에 이르기까지 56개의 가짜뉴스 단속법규가 있다. 그런데도 특별히 언론을 따로 지정해 징벌적으로 손해배상액의 5배를 물도록 새로 규정함으로써 언론의 자기검열과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 조항, 그리고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이라는 모호한 조항이다. 정정보도의 크기를 원래 기사크기의 절반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조항은 편집권의 침해 논란을 불렀다. 가짜뉴스의 온상이라 할 1인 매체가 규제에서 제외된 점도 비상식적이다.

둘째는,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가짜뉴스 대책으로는 법적 규제 외에도 ▲언론사의 팩트 체킹 시스템 지원 및 강화 ▲전 국민에 대한 미디어리터러시(미디어문맹 깨치기 교육) 실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주로 법적 규제에 초점이 쏠려있다. 지원 정책들은 거의 마련되지 않거나 매우 느리게 추진되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에 기대 입법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정책으로 국민과 언론을 지원하며 함께 손을 잡고 가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지영(이냐시오)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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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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