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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시공 초월한 ‘거인’ 고 한정관 신부

이학주 요한 크리소스토모(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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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퇴근하고 날씨가 좋아 명동대성당에서 광희문성지까지 서울 순례길을 따라 걸었다. 광희문은 조선 한양도성의 사소문 가운데 하나로, ‘시구문’이라고도 불렸다. ‘시신을 도성 밖으로 내가는 문’이라는 뜻이다. 박해 시기 옥에 갇혔다가 순교한 수많은 신앙선조의 시신들도 광희문에 묻혔다. 광희문성지를 널리 알리고, 가꾼 이는 2019년 7월 선종한 한정관(서울대교구) 신부다. 은퇴도 마다하고 2014년에 성지 담당을 자청한 그는 성문 옆에 번듯한 순교자 현양관도 세웠다.

그런 한 신부의 이름을 최근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들었다. 필리핀 요셉의원 원장으로 7년간 사목하고 귀국한 장경근(서울대교구) 신부와의 인터뷰에서다. 필리핀 요셉의원은 필리핀에서 가장 가난하고 열악한 지역으로 꼽히는 마닐라 외곽 말라본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는 빈민촌이 크게 형성돼 있고, 주민 대부분이 지붕에 물이 새는 낡고 허름한 판잣집에서 산다. 그래서 필리핀 요셉의원은 지난해 9월 아동이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과 한부모 가정 등을 대상으로 집 짓기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에 쓰이는 비용이 바로 한 신부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기부한 유산 가운데 일부였다. 유가족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기금을 전하면서 특히 필리핀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 신부가 필리핀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까닭이다. 한 신부는 마닐라에 있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 교황청립 산토토마스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울러 마닐라 성 김대건 한인본당에서 사목을 했다고 전한다. 그때 봤던 필리핀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했으리라.

한 신부는 한 사람의 뜨거운 사랑이 시공간을 초월해 가장 약한 자를 위로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이렇게 부른다. ‘거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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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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