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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바람만이 아는 대답 / 강주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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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미사일 사태’와 핵전쟁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던 성 요한 23세 교황이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를 반포했던 1963년, 미국 가수 밥 딜런(Bob Dylan)은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g In The Wind)이라는 반전(反戰) 노래를 발표했다.



세상 모두가 평화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 평화는 손에 잡히지 않는 바람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힘의 균형’만이 ‘평화’를 보장한다고 믿는 사람들 앞에서 진정한 평화를 주장하는 ‘예언자’는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포탄과 미사일이 무죄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비폭력의 길은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대와 두려움에 사로잡힌 세상에서 평화를 위한 노력이 ‘성과’를 내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신앙인들은 진정한 평화를 위한 사명을 포기할 수 없다. 늑대와 새끼 양, 독사와 젖먹이가 함께 어울리는 평화가 지상에서 실현되긴 어려워도, 교회는 마침내 하느님의 자녀들에게 주어질 구원, 참된 평화에 대한 약속을 믿고 있다. 그리고 십자가의 예수님을 따르는 교회는 무기와 군사력으로는 결단코 그 평화에 이를 수는 없다고 가르친다. 십자가의 상처를 간직한 채 부활하신 주님에게서 우리는 구원을 향하는 비폭력의 길을 배워야 한다.

미·소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 회칙 「지상의 평화」를 발표한 성 요한 23세 교황은 “전쟁 무기의 균형으로 평화가 이룩되는 것이 아니고, 상호 신뢰에서 참된 평화가 확립된다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평화가 객관적으로 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실 올바른 이성의 외침이며, 대단히 바람직하며, 더욱 높은 유익을 인간에게 가져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쟁의 상처로 얼룩진 세상에서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를 위해 더 간절히 기도하자. 바람처럼 자유로운 성령의 세례를 받은 교회가 그리스도의 평화를 더 담대하게 선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강주석 베드로 신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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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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