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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주안아,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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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아, 기도하자!” 부르면 놀이에 빠져있던 주안이가 환한 얼굴로 아장아장 걸어와 내 옆에 다소곳이 앉는다. 이어서 아내와 딸이 서둘러 기도상 앞에 자리를 한다. 내가 초에 점화를 하면 각자 성호를 긋고 입을 모아 주모경을 한마음으로 경건하게 바친다.

주안이는 38세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한 딸이 5년이 다 되도록 태기가 없어 전 가족이 “새 생명을 주십사” 하느님께 통사정하여 얻은, 나에게는 하나뿐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하고 소중한 외손자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가족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셨다. 2019년 5월 중순에 딸아이에게 태기가 있어 가족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감사 기도를 드렸고, 기도의 힘을 체험하였다.

기쁨도 잠시 딸은 43세에 임신을 하니 체력이 따라 주질 않았다. 고심 끝에 사돈댁과 상의하여 친정에서 생활하기로 하고, 2019년 7월 초에 내려와 우리 내외는 딸과 태아를 위해 기도는 물론 물심양면으로 혼신을 다하였다. 다행히 딸의 건강은 조금씩 회복되었고, 태아는 아주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나이 많은 딸을 시집보낸 죗값을 혹독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주님께서 우리의 간절함을 어여삐 여기시어 2020년 5월 화창한 봄날에 건강하고 잘 생긴 사내아이를 우리 품에 안겨 주셨다. 이에 우리는 “주님! 고맙습니다!”를 입에 달고 생활하고 있으며, 신생아의 이름을 주님의 뜻대로 살라고 ‘주안’이라 지어 주었다. 평생을 주님의 은총 속에 살아왔고, 다시 크나큰 선물을 받았다. 그래서 주님께 어떤 형태로든 감사의 표시라도 해야만 될 것 같은 책무감이 들었다. 여러 날 궁리 끝에 ‘주안’이를 주님 사랑을 실천하는 독실한 신자로 키우기로 결심했다. 내 뜻대로 주안이가 성장해 준다면 주님께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언어 소통이 불가능한 26개월의 주안이에게 신앙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일이기에 온 가족이 기도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믿고 실행하고 있다. 다행히 어린 것이 잘 따라 주어 고마울 뿐이다. 주안이는 성격이 양순한 편이나 가끔은 사내아이의 본성을 발휘하여 문갑, 책상, 책장, 옷장 등을 홀딱 뒤집어 놓기도 하나 크게 꾸지람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주안이가 첫 돌을 넘기고 얼마 안 되어 기도상을 엉망진창으로 해놓고 십자가와 성모상을 장난감 삼아 놀고 있지 않은가? 너무나 황당하여 혼을 내었다. 그 후로는 단 한 번도 기도상을 어지럽히지 않아 참으로 신기하게 여기고 있다. 아이에게 신앙을 이야기하기보다 어른들이 성실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임을 확인하였다. 영광송을 바치고 성호를 긋기가 무섭게 일어나 주안이가 촛불을 끄면 기도가 끝난다.
임방수(마르코·대전 주교좌대흥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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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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