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특별기고] 박준양 신부 국제신학위원회 2014 회의 참가기

현대 세계교회의 신학적 흐름과 과제
‘공동합의성·신앙과 성사·종교 자유 문제’에 초점
바오로 6세 교황이 설립한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2019년 위원회 50주년 맞춰 3가지 쟁점 선정 소위원회 구성
공식문서 작성 전체 윤곽 잡혀 5년간 관련 문제 집중 성찰키로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1969년 바오로 6세에 의해 설립된 국제신학위원회(International Theological Commission)는 교황청이 전 세계 30명의 신학자들을 매 5년의 임기로 선발하여 구성된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조규만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가 임명되어 제7대(2004-2009) 위원을 지냈고, 두 번째로 지난 7월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가 제9대(2014-2019) 위원으로 임명되었다. 지난 12월 1~5일 바티칸의 첫 전체회의를 다녀온 박준양 신부의 글을 통해, 보편교회의 신학적 과제와 흐름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국제신학위원회의 임무

국제신학위원회는 사도좌를 도와 신앙교리성과 연결되어 보편교회의 중요한 교의적, 신학적 문제들을 검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오늘날 시의성과 중요성을 지니고 떠오르는 새로운 문제들을 신학적으로 성찰하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공식문서를 작성하여 제시하는 것이 그 주된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전 세계의 지역별 대륙을 대표하는 신학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대체로 유럽 교회의 비중이 큰 편이다. 현재의 제9대 위원을 구성하는 전체 30명 중, 북중미 4명, 남미 4명, 아시아 3명, 아프리카 3명, 중동 1명, 오세아니아 1명 등의 비율을 이룬다. 필자는 세 명의 아시아 대표 중 유일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전문신학위원이기에, 이제 지난 8년간 참여해온 FABC 신학위원회를 대표해 국제신학위원회에 참석한다는 사명감으로 회의에 임했다.

지난 12월 1~5일 바티칸 신앙교리성에서 개최된 첫 전체회의에서, 회의를 주관하는 당연직 의장인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은 이번 9대 위원들에게 특히 중요한 임무가 주어졌음을 강조했다. 임기 마지막해인 2019년에 국제신학위원회 설립 50주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 보편교회의 중요한 신학적 쟁점 3가지를 선정하고, 10명씩의 소위원회를 구성해 그에 관한 공식문서 작성을 준비하는 것이 이번 첫 전체회의의 주된 목적이었다.

주요 의제 선정

회의 첫날과 둘째 날, 국제신학위원회가 향후 5년간 다루게 될 세 가지 주제 선정을 위해 위원들의 다양한 제안과 열띤 토론이 길게 이루어졌다. 이는 그야말로 오늘날 가톨릭 신학계의 최대 현안과 쟁점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역동적 토론의 시간이었다.

여러 다양한 신학적 쟁점과 이슈들이 다루어진 이 토론 과정에서, 필자는 오늘날 ‘신앙과 과학의 관계 문제’에 대해 발표하였다. 즉, 무신론적이고 근본주의적 성향을 보이며 등장한 현대의 ‘과학주의(scientism)/과학기술만능주의’에 대응하여, 신앙과 신학의 전망에서 과학의 실재와 문제에 대한 재성찰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사실 2012년 5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심포지엄에서 필자가 아시아 교회의 당면 과제에 대해 발표할 때 하나의 주요 문제로 다루어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국제신학위원회의 최종 의제 선정 단계로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여러 위원들이 필자에게 말한 바는, 자신들도 이 문제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고 필자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결국 이는 신학과 과학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제 간 협력을 통해서 진행되어야 할 작업이라고 본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토론 과정에서 중요한 주제로 떠오른 것은 ‘성서 주석과 신학의 올바른 관계 정립’의 문제였다. 필자 역시 이 문제를 최종 의제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을 지지하였다. 이미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재위 2005-2013)가 신앙교리성 장관 시절부터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서, 「나자렛 예수」 총 3권의 발간을 통해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려 시도했지만, 아직도 이 문제는 온전히 해결되지 않고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 역시 이 주제에 관한 논문을 이미 여러 편 발표함으로써, 성서 주석가와 신학자의 양극성이 현재의 긴장 상태를 넘어서 발전적 통합의 해석학적 관계로 나아가야 함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주제 역시 최종 의제로 선정될 만큼 전체적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사실 이 주제에 관한 한, 교황청 성서위원회(Pontifical Biblical Commission)와의 전문성 영역 구분의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결국 여러 다양한 제안들에 대해 토론하고 투표한 결과, 최종 의제로 선정된 것은 ‘교회의 공동합의성(synodality)’, ‘신앙과 성사들’, ‘현대 세계의 종교 자유’ 세 가지 주제이다.

  

▲ 지난 12월 1~5일 바티칸에서 열린 국제신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중요한 신학적 쟁점 3가지를 선정, 10명씩의 소위원회를 구성해 그에 관한 공식문서 작성을 준비하기로 했다. 국제신학위원회는 사도좌를 도와 신앙교리성과 연결되어 보편교회의 중요한 교의적, 신학적 문제들을 검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CNS 자료사진】
 
교회의 공동합의성(synodality)

첫 번째 주제로 채택된 교회의 ‘공동합의성’(synodality)은 사실 아직까지 교과서적으로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미완의 신학적 주제이다. 그만큼 앞으로 연구 가능성이 풍부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는 교회의 매우 중요한 속성 중 하나이다. 예로부터 시노드(synod)를 통해 공동체의 합의를 이루어나가는 것이 교회의 중요한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도행전 6장과 15장에는, 초대 교회에서 사도들과 원로들을 중심으로 제자들의 공동체가 회의를 통해 당면 문제들을 해결하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잘 나와 있다.

현대 교회에서 특히 이 주제가 부상하게 된 것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 정신에 따라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가 보편교회의 매우 중요한 상설 기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교황과 주교단의 일치 속에, 신앙과 도덕의 발전을 위해 교회의 당면 문제와 현안들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로 주교시노드의 기본 정신이다. 1965년에 사무처가 설립되었고 1967년의 첫 주교시노드가 개최되어 2015년 예정된 제14차 시노드에 이르기까지, 현대 교회의 여러 문제들을 다루며 논의한 내용들이 교황 권고 형태의 후속 문서로 발표되었다. 사실, 1969년 국제신학위원회의 설립도 제1차 주교시노드의 결정으로 건의한 바가 실현된 것이다.

하지만 교회의 ‘공동합의성’(synodality)은 시노드 자체를 넘어서는 신학적 개념이다. 이는 교회의 비가시적 친교 개념을 가시적/현실적으로 실현하는 기능적 역할을 하면서도, 모든 교회 구성원들의 실존적 삶에 적용되는 하나의 교회적 삶의 방식(modus vivendi)이라고 규정 가능하다. 나아가, 이는 친교의 영성을 향한 하나의 ‘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시노드’(synod)라는 단어 자체가 ‘함께’(



가톨릭신문  2015-01-0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8

시편 85장 11절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추리라. 진실이 땅에서 돋아나고, 정의가 하늘에서 굽어보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