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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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주일] 정부가 외면한 복지 사각지대, 올 겨울 더 춥다

차상위계층 현황과 과제, 그리고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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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발생한 세 모녀 사건으로 차상위계층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으나 세 모녀법이 개정돼도 그 대상자는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벽지나 바닥 장판을 뜯는 치매 증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마장동 빈민가의 한 할머니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식들이 돌보지 못해 사실상 집안에 방치돼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1. 서울 마장동 성동노인종합복지관 인근 골목. 허름한 상가 골목길 사이로 쪽방에 사는 배완기(베드로, 82) 할아버지는 관절염으로 걷지 못하는 할머니 박명주(78, 루치아)씨와 함께 한창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남의 집에 공짜로 사는 데다 인근 상가 청소나 심부름으로 5000원, 1만 원씩 받으며 사는 터여서 생활에 여유가 있을 리 없다. 문가엔 후원받은 연탄이 쌓여 있고, 주방엔 역시 마장동본당에서 깔아준 도시가스 설비가 설치돼 있지만 후원이 끊기면 대책이 없다. 게다가 연락이 닿지 않는 자식이 있어 이들 노부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선정되지 못했다.



#2. 서울 무악동선교본당은 일주일에 한 번 밑반찬을 만들어 차상위계층 홀몸노인 20가구에 배달한다. 봉사는 서대문본당과 여의도동본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도맡고 있다. 때때로 후원받은 쌀이나 제철 과일, 채소 등을 전달하기도 한다. 13일엔 김치를 담가 가난한 이웃 200여 가구와 나눌 계획이다.




지난 3월 복지 사각지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이 벌어진 지 벌써 10개월째다.

2000년 도입된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는 2013년 현재 135만여 명에 이르는 수급자를 지켜냈지만,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차상위계층은 오히려 방치돼 왔다. 그런데도 세 모녀법, 곧 국민 기초생활보장법과 긴급복지지원법, 사회보장 급여의 이용ㆍ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야 겨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일할 나이라는 이유만으로 ‘추정 소득’을 잡거나 전ㆍ월세를 소득으로 잡는 ‘재산의 소득 환산제’는 그대로 뒀다. 개정안은 또 기존 수급비를 주거 수급비나 의료 수급비 등으로 세분화하면서 되레 일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기초 주거비가 한 달에 최대 20만여 원이 깎이는 사례도 발생했다. 또한 본인이 수급 신청을 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해 혜택을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차상위계층은 정부로부터 기초생활 보장을 받는 수급대상자 바로 위의 계층이다. 다시 말해 해마다 벌어들이는 총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120 이하에 해당되는 계층, 혹은 소득은 최저생계비 아래지만 재산이 있어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을 말한다.

이들은 총소득이 최저 생계비 이하인 가구 중에서 부양할 사람이 없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달리 재산이나 부양 의무자가 있어 수급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사람들이다. 최저 생계비는 정부가 해마다 1∼6인 가구별로 정하기에 해마다 달라진다. 그런데 송파 세 모녀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고통을 받다가 자살을 택하는 차상위계층이 생겨났다. 지난 4년간 이렇게 자살한 수급 탈락자나 차상위계층이 1280여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최저생계비 기준을 중위 소득 기준으로 완화했다는 점이다. 중위 소득은 우리나라 총가구를 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긴 뒤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중간 소득을 말한다. 따라서 중위 소득은 해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를 기준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선정되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은 얼마나 될까? 2005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차상위계층의 규모는 263만 명으로 추산된다. 당시 2003년 말 기초 수급자가 138만 명으로, 현재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니 차상위계층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초생활 수급자는 220만 명으로 들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복지사 강경규(프란치스코) 무악동선교본당 독립문 평화의 집 사무국장은 “2010년에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 도입돼 수급자 소득 및 부양의무자 관계가 파악되면서 수급 탈락자가 늘어났다”면서 “수급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경제적으로 수급권자가 분명한데 복지 혜택에서 밀려난 차상위계층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가난의 문제를 정부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는 점이다. 복지 수요가 늘면서 불어나는 재정 적자도 문제지만,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라는 복음적 명령을 실천하도록 재촉받는 교회는 궁핍한 형제들을 도와야 한다.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자선은 형제애의 중요한 증거 중 하나이기에 교회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과 가진 것을 나눠야 한다. 나아가 이 같은 애덕 실천은 자선에만 국한되지 않고 빈곤 문제의 사회적, 정치적 대처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 차상위계층과 같은 가난한 형제들의 필요를 돌보고 그들의 것을 그들에게 되돌려주는 법안 마련에 교회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장경민 신부는 “본당별로 사회사목 관련 분과나 위원회, 평신도 사도직 단체 등을 통해 본당 관할 구역에서 신자, 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어려운 이웃, 특히 차상위계층 등 도움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을 찾아 돕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세 모녀법과 같은 법안 마련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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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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