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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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나의 하느님, 나의 예수님, 나의 성모님, 나의 대천사와 수호성인 / 장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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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방학이 되면 사촌들과 시골 할머니 집에 모여 함께 지내곤 했다. 사촌들과 산으로 들로 계곡으로 놀러 다니며 무서울 것 없는 우리들이었지만, 깜깜한 저녁 잠들기 직전의 밤은 두려움 자체였다. 마당을 가로질러 돼지우리 옆 화장실에 갈 때나 집 건너편 계곡 사이로 울려 퍼지는 이름 모를 동물들의 괴성이 들릴 때면 우리는 소리를 지르고 그 소리에 서로 놀라 깔깔거리며 묵직한 밤공기를 뒤흔들었다.

“어! 무슨 소리야? 호랑인가?” “건너편 무덤에서 났어.” “아~아~악!” “키득키득” 그럴 때면 할머니는 “입 다물고 어여 자! 머리맡에는 하느님이 지키고 양 옆에는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님 두 손을 잡아 주시고, 대천사와 수호성인이 사방 모서리를 지키고 있는데 뭐가 무섭다고 호들갑이여! 어여 눈들 감고 자!” 하시며 야단치셨다. 할머니 말이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눈 뜨면 진짜 날개 달린 천사가 우리를 쳐다볼 것 같은 두려움에 두 눈을 꼭 감은 채 키득거리다 잠들었다.

세월이 흘러 천사가 지켜준다는 할머니 야단을 듣지 않고도 잠드는 어른이 되어서야 할머니 말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 대천사와 수호성인이 잠잘 때 뿐 아니라 언제나 내 곁에서 나를 지켜 준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레지오 선서를 두려워하던 나에게 ‘두려워 마라 내가 언제나 너와 함께하겠다’라고 하신 주님 모습으로 어깨에 손을 올려주시고 두 손을 꼭 잡아주시던 단장님과 단원들. 아이들과 봉사활동을 하다가 뜻하지 않은 어려움으로 갈팡질팡하는 내게 “선생님! 괜찮아요. 이렇게 하면 되죠. 걱정 마세요!”라며 천사 같은 미소를 품은 봉사단 아이들. 직장과 성당 일로 바쁘다며 살뜰히 보살펴 주지 못했음에도 하느님 사랑을 온전히 느끼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예쁘게 자라준 나의 천사들.

15년 동안 ‘대청봉’(대건청소년자원봉사단)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나 자신의 부족함과 나약함으로 자신 없어할 때, 내 곁에서 용기와 지혜를 깨닫게 해주던 대청봉 신부님과 운영위 교사들.(베로니카, 다니엘, 사베리아, 리디아, 소화데레사, 베드로, 시몬, 안나마리아) 모두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 대천사와 수호성인 모습으로 곁을 지켜주는 이들이다.

“두려워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며 나의 성령을 보낸다. 그들이 너와 함께할 것이니 두려워 마라.” 주님이 말씀하신다.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실패에 낙심하지 않은, 다시 일어서는 열정 가득한 마리아의 모습은 주님이 보내주신 나의 대천사, 수호성인이 함께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주님이 선물로 주신 대천사와 수호성인인 대청봉 식구들께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며 나도 누군가의 대천사와 수호성인이 되길 바라본다.


장현주(마리아·제1대리구 영통성령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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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7-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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