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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나의 꿈을 정하다… 좋은 아빠! / 장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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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학교 1학년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5년 동안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했다. 휴학 중에도 교사를 했다. 성당에도 매일 갔다. 학교 끝나면 성당 갔다가 집으로 가는 게 그냥 코스였다. 학교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심지어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서도 집으로 먼저 안 가고 성당으로 향했다.(이 글을 어머니가 보시면 서운하실 수도 있겠다.)

내가 왜 그토록 성당을 좋아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신앙심이 깊어서도 아니고, 주님이 너무 좋아서도 아니고, 정확히 이유를 찾지 못할 것 같다. 교사들과의 친교 때문에? 꼭 그 이유도 아니었다. 그냥 성당 교사실에 앉아 있는 것 자체를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곳에 나와 비슷하게 아무 목적 없이 온 동료 교사들과 수다 떨고 놀았던 게 대부분이었다. 뭐 그냥 기타치고, 노래 부르고, 책도 보고 그랬다. 그렇다면 신앙심은 어땠는가? 평일미사도 참례하지 않았고, 주일미사만 의무적으로 참례했다. 기도라고는 식사 전 기도가 전부였던 시절이었으니, 주일학교 교사지만 ‘날라리 신자’나 다름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성당에 가서 교사실에 혼자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성체조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생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성체조배라니….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성당 안을 몇 발자국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렸다. ‘흑흑흑….’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성당엔 아무도 없었다.

조심스럽게 제대 쪽으로 걸어가 보니, 중학교 1~2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아이가 엎드려 울고 있었다. 나는 주일학교 교사였으므로, 그 아이를 위로해 줘야겠다는 생각에 더 다가갔다. 하지만, 거기까지. 더 이상 그 아이한테 가까이 갈 수 없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가 큰 병에 걸리셨던 것 같다. 아이는 ‘아버지를 데려가지 말아 달라’고 예수님께 간청하고 있었고, ‘아버지에게 효도하고 싶다’고 목놓아 울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우리 부모님을 위해서 이렇게 기도했던 적이 있었던가? 과연 나는 이 아이를 위로할 자격이 있는가? 내가 죽을 때 이렇게 슬프게 나를 위해 기도해 줄 사람이 있을까?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이 학생보다도 못한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평생의 꿈을 정했다. ‘좋은 아빠가 되어야지….’

나는 유아세례를 받았는데, 세례명은 요셉이다. 좋은 아버지 요셉. 이건 신의 계시다. 하하하. 그리고 그날 바로 집으로 가서 아빠를 ‘아버지’로, 엄마를 ‘어머니’라고 불렀다. 아버지 어머니는 깜짝 놀라시며 말씀하셨다. “오늘 너 이상하다. 용돈 떨어졌니?”


장호원(요셉·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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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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