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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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구 설정 10주년 맞는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

식지 않는 교구민들 열정 덕분에 ‘풍성한 결실’
10년새 신자 수 두 배 가까이 늘만큼 급성장
세속주의 도전에 맞서는 ‘빛과 소금’ 되기 위해
그리스도 통해 얻는 ‘늘 새로운 열정’ 간직해야
민족화해·통일에 대한 특별한 소명도 인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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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헌 주교는 “늘 새로운 열정을 통해서만 새로운 복음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초대 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대로 살아가는 것을 강조했다.

“10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이 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사제들의 뜨거운 열정과 사제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며 신앙생활을 해온 교우들의 기도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기대한 것보다 더 풍성한 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6월 24일로 교구 설정 10주년을 맞는 의정부교구 이기헌 주교의 입에서는 ‘감사’와 ‘은총’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그만큼 의정부교구의 성장은 눈부시다고 할 정도로 한국교회 안에서도 도드라진다. 10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16개 교구 가운데 교세로만 8번째를 기록할 만큼 가파른 복음화율을 보이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교구 설정 당시 15만6000명 남짓하던 신자 수는 그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본당 수도 55개에서 74개로 증가했다.

무엇보다 이 주교의 마음과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것은 교구 신자들의 높은 사목 만족도다.

이 주교의 교구와 신자 자랑은 신원의식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

“1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실시한 ‘2013 의정부교구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묻는 물음에 건강이 43.5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가족(33.5), 종교(15.6)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속적 가치들에 저만치 밀려난 신앙의 가치를 되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직 갈 길이 녹록치만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 주교가 믿는 구석은 여전히 식지 않는 사제와 신자들의 열정이다. 이러한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새로운 복음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늘 ‘새로운 열정’을 통해서만 ‘새로운 복음화’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열정이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주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아무리 하느님 나라를 향한 발걸음을 힘들게 하더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생기는 새로운 열정을 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잠시도 열정을 잃지 않고, 희망이 꺾이지 않고 하느님 나라를 향해 달음질쳐 나아가기 위해 이 주교가 줄기차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초대 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교회의 정신이 쇠락해질 때마다, 신앙생활이 의미를 잃고 헤맬 때마다 초대 교회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은 그때의 삶에 주님을 만나는 체험을 통한 영적인 풍요로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비그리스도적인 것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늘 시대의 징표를 바라보며 깨어 있는 자세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끝을 모르고 폭주하는 극심한 경쟁과 극도의 이기주의, 지칠 줄 모르는 향락주의 소비문화 등으로 대변되는 세속주의의 도전은 이 주교에게도 적잖은 고민거리다.

“그리스도인들마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세속주의에 젖어들고 있습니다. 신앙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넘쳐나는 현실이 이러한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주교는 오히려 신자들이 교회 안팎에서 느끼는 갈증에서 새로운 전망을 찾았다. 그리고 자신의 틀을 깨는 용기를 주문했다.

“신앙이 자기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개인이라는 틀에 갇혀 공동체라는 숲을 바라보지 못하고 아집이나 독선으로 흐를 때 신앙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마저 자신의 편의대로 해석하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소명을 잃어버린다면 더 이상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이 주교가 세속주의를 비판할 때만은 차갑다 못해 매섭기까지 했다. 제자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눈길은 ‘세상’을 향해 있음에도 이 의미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이가 드문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짙게 묻어났다.

“우리는 늘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 그것을 살도록 해야 합니다. 복음의 본질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당신 사명의 핵심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는 말씀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복음의 본질을 살기 위해서 예수님의 삶을 바라보고, 그 삶에 동참해야 합니다.”

10주년을 맞으며 교구 신자들은 물론 한국교회 전체에 ‘나눔’을 역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도권지역 교구 신자 수만 전체 한국교회의 56에 이릅니다. 다른 자원이나 인프라는 더 많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한 첫 걸음은 이러한 훌륭한 자산을 나누는데 있습니다.”

교구 여건이 그다지 풍족한 편이 아님에도 한국교회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제를 해외에 파견하고 있는 것도 나눔의 지평을 넓혀간 결실이다.

의정부교구의 미래를 내다보는 이 주교의 눈길은 끊임없이 확장되는 듯했다.

“한국교회 안에서 의정부교구는 민족화해와 통일에 대한 특별한 소명과 역할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성이나 판문점이 가깝고 남북을 오갈 수 있는 교통의 중심지가 있고, 정치 군사 경제적인 교류가 가장 용이하고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지역입니다.”

식지 않는 열정을 밑거름으로 끊임없는 탈바꿈을 통해 변화의 물꼬를 트며 한국교회에 쇄신의 물을 대고 있는 의정부교구의 걸음걸음에 다시 한 번 기대가 실리는 대목이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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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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