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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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전국 111곳 성지 완주한 ‘순례자들’

“주님과 함께한 여정 … 순례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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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는 미지근해진 믿음을 다시금 일깨우는 살아있는 신앙의 학교이다. 더욱이 한국의 성지들에서 순례자들은 박해와 순교의 피로 점철된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와 선조들의 생생한 신앙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다. 눈으로 보지 못하되 가슴으로 체험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순례기, 그리고 1년 동안 전국 성지를 모두 찾아나선 뜨거운 열정의 순례 이야기를 함께 들어본다.



■ 시각장애 1급 박경숙·김연숙씨

 
▲ 절두산성지를 찾은 네 사람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우일씨(뒷줄)와 박차이·박경숙·김연숙(앞줄 오른쪽부터)씨.
 
봉사자 손 잡고 대중교통으로 전국 순례

눈대신 몸으로 느낀 111곳 … 완주 후 눈물

‘가능할까?’

떨쳐내고픈 물음이 수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가슴이 먼저 답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어요. 주님, 함께해 주실 거죠?”

시각장애 1급인 박경숙(루치아·58·서울 신정동본당), 김연숙(프란체스카·60·서울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씨에게 성지순례는 오래도록 가슴에만 품어온 꿈이었다.

지난 4월 25일, 제주교구 황사평성지를 끝으로 성지순례 안내 책자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 발간)에 나와 있는 전국 111곳의 성지를 모두 완주하던 날, 두 사람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평생 마음 속에만 품었던 소원을 풀 기회는 어느 날 폭풍처럼 다가왔다. 섭리는 한국교회 최초의 시각장애인 본당인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이하 사랑결본당)에서 시작됐다. 본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박차이(실비아·66·인천교구 부천 역곡2동본당)씨가 틈틈이 성지순례를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언니, 저희도 데려가줘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떼를 쓰듯 매달렸다. 그리고 새로운 눈이 생겼다. 박씨는 사촌오빠 이우일(베드로·74·서울 혜화동본당)씨를 길잡이로 초대했다. 그렇게 네 사람이 첫 걸음을 뗀 게 지난해 9월이었다.

“저희 힘만으로 이렇게 꿈같은 일을 이뤄냈다고 생각지 않아요.”

지난 여정을 떠올릴 때면 울컥하는 마음부터 인다. 두 명의 시각장애인에 두 어르신이 함께 나선 길, 더구나 이씨도 지체장애가 있어 순례길 자체가 녹록치 않았다. 성지순례 계획이 잡히면 안내 책자를 볼 수 없는 두 사람을 위해 박경숙씨 남편이 내용을 일일이 음성파일로 만들어줬다.

“성지의 윤곽을 최대한 머릿속에 담아가기 위해 매번 수십 번씩 듣기를 반복했습니다.”

성지에 도착하면 박차이씨와 이우일씨의 손길이 바빠졌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두 사람이 성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이끌었다. 손이 눈을 대신한 셈이다. 보통 사람들이 1시간이면 돌아볼 성지를 되짚어 나오는 데만 몇 배의 수고가 필요했다. 매주 두세 곳의 성지를 돌아보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지난 2월에 찾은 부산교구 삼랑진 김범우 묘는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보니 날마저 저물었다. 어렵사리 묘를 발견하고는 어찌나 반가웠던지 네 사람 모두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다.

한두 가지씩의 장애를 지닌 데다 대중교통편을 이용해 성지를 찾아다니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 어렵사리 성지에 도착하면 문이 잠겨있기도 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퇴근해 다시 발걸음을 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짜낸 아이디어가 성지 도착 시간이 늦을 만하면 미리 성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순례 확인 도장을 찍어 약속한 장소에 남겨두게 했다.

전주 치명자산 성지를 찾았을 때는 빗속에서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산꼭대기까지 오르내리느라 고생한 기억이 두고두고 남는다.

“두 천사가 없었으면 지금도 완주하지 못했을 거예요.”

박차이씨는 두 사람을 천사라고 부른다. 두 사람 덕분에 자신도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생각에서다.

“100군데가 넘는 곳이라 한 5년은 족히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허허.” 이씨는 자신들이 한 일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

이제 네 사람은 새로운 순례를 꿈꾸고 있다.

“성지를 순례하며 하느님께서 저희와 함께하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희의 순례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 70대 부부 이근하·이인희씨

▲ 이근하·이인희씨 부부가 전국 성지 순례를 완결한 후 받은 축복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78·76세 고령에도 전국 성지 1년 만에 완주

“성지 찾기 쉽지 않아 … 정확한 안내판 필요”

인천교구 부천 상1동본당(주임 안규도 신부) 이근하(로베르토·78)·이인희(로사리아·76)씨 부부는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책자에 등재돼 있는 국내 성지 111곳을 지난해 3월 7일부터 올해 3월 21일까지 꼭 1년 만에 완주했다. 인천교구 강화도 갑곶순교성지를 시작으로 대전교구 천안 성거산성지에서 끝맺는 대장정이었다.

나이 80을 바라보는 노부부에게는 1년 내내 쉼 없는 강행군이었다. 방문한 성지마다 한 군데도 빠뜨리지 않고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책자에 방문 확인 성지 직인을 받았고 주교회의 심사를 거쳐 5월 8일 옥현진 주교로부터 축복장을 받았다.

부부가 성지순례를 떠날 때 소지했던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에 성지마다 순례를 마치고 자필로 순례 소감을 기록했다.

이근하씨는 중학교 생물 교사로 33년간 근무한 후 1999년 퇴직했다.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은 것은 2001년이다. 아내 이인희씨(1985년 영세)보다 한참 늦게 신자가 됐다.

늦은 만큼 뜨거운 신앙생활을 하던 이근하씨는



가톨릭신문  201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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