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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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축을 말한다] (23) 제5화 한국 교회건축의 반성과 대안-지역성을 살린 교회건축1

전통 건축물에 깃든 정신이 곧 한국 교회건축의 지역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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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불광동성당은 사찰건축의 긴 진입을 적용해 설계됐다.
 


 
▲ 서울 절두산순교성지 성당은 전통건축에서 보여지는 형태적 요소를 잘 드러냈다.
 
 
  우리는 산업시대를 넘어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산업시대에는 교통의 발달과 무역으로 문화가 교류됐다. 정보화시대에는 실시간으로 정보가 교환됨에 따라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문화가 전파되고 회자된다. 한국의 한 가수가 수개월 만에 자신의 노래를 전 세계에 전파할 수 있었던 것도 정보화시대에 가능한 일이다.

 부작용도 있다. 세계화가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조건처럼 여겨지고, 이에 따라 개발도상국들이 앞다퉈 많은 분야를 개방하면서 전 지구가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제3세계에서는 인구증가와 도시집중화로 신도시가 많이 조성됐는데, 동질화한 도시들이 많이 생겨나고 세계 각지의 지역적 특성이 점점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지역성이다. 지역화 또는 토착화란 외래 문화가 그 지역의 정신과 전통과 융합해 더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배타적이거나 국수주의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역화는 19세기 이후 서양문화를 받아들인 제3세계 국가에서 건축뿐 아니라 미술, 음악 등 문화 전반에 관한 문제이고 또 사회 전체의 과제이다. 중국, 일본, 인도 등 동아시아권과 남미, 아프리카 권역 등도 사정이 비슷하다. 천주교가 외래종교여서 토착화 문제는 종교와 연관된 문제, 특히 건축에 있어서도 중요한 논제가 됐다.

 지역성은 문화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다양성에서도 중요하다. 문화인류학자들은 문화의 성숙도를 다양성에 두기도 한다. 건축에서도 세계와 다르고 동양 속에서도 다르며 한국 속에서도 다양한 주제를 가진 건축물이 많을 때 건축문화는 발전한다.

 현재 지역성을 담은 한국적 교회건축은 다양하지 못하다. 언제부터인가 신자들은 성당을 세울 때 성당다운 건축을 많이 원했다. 여기서 `성당다운 건축`이란 경사 지붕에 종탑을 가진 붉은색 벽돌로 마감되는 전형적 성당 이미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원류의 기원은 교회 초창기 외국인 성직자가 주도한 당진 합덕성당, 전주 전동성당 등과 같은 벽돌조 성당에서 비롯됐다. 당시에는 벽돌이 가지고 있는 재료의 특성을 살려 벽돌로 구조를 완성했고, 상당한 완성도와 아름다운 장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해방 후 콘크리트와 철근이 건축재료로 광범위하게 쓰이게 되면서 건축물을 구축하는 방법 자체가 달라졌고 벽돌은 더 이상 구조재료가 아닌 치장재료로 사용되게 됐다. 콘크리트 구조는 대중화ㆍ양산화에 적합했으므로 크게 유행했고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다.

 새로운 구조에는 새로운 설계가 필요했다. 그러나 설계는 변하지 않았다. 외관에 치중해 벽돌조 성당을 따라하다 보니 구조적 아름다움도, 세밀한 장식도 사라진 채 솔직하지 못하고 꾸밈만이 강조된 `한국적 성당의 전형`이 완성됐고, 크게 고민 없이 많이 쓰이게 됐다. 재료와 공법이 일치하지 않는 서양식 교회의 답습이 어느새 고착화돼버렸다.

 한국 교회건축의 지역성은 전통건축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전통건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옥구조나 목(木)구조를 대공간이 필요한 교회건축에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통건축이 지닌 어떠한 것을 본받아야 할까.

 첫째, 우리 선조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에 대한 태도이다. 전통건축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부터 서양과 달랐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건축, 자연과 조화되는 건축을 추구했으며 종종 비움으로써 더 풍부해지는 마당과 같은 공간은 종교의 원리와 일치하기도 한다. 자연의 변형을 최소화하고자 자연 경사를 그대로 이용하는 예도 있고, 주변 경관을 내부로 끌어들이기 위해 창문의 크기와 위치를 세심하게 고려한 건축도 많다. 한마디로 자연과 일치되는 건축을 한 것이다.

 둘째, 조상들이 남긴 우수한 종교건축에서 보여지는 가능성이다. 우리 조상들은 찬란한 불교와 유교문화를 이뤘고 종교건축물을 통해 깊은 정신세계를 보여줬다. 그러므로 종교건축에 나타난 철학은 배울 것이 무궁무진하다. 자신을 수양하는 공간, 절대자를 향한 성스러운 공간, 세속을 피해 영적 풍요를 누리는 공간들과 그 공간을 조직하는 방법은 현대 종교건축에서 많은 응용이 가능하다. 모든 종교는 통한다는 것도 이런 의미일 것이다.

 예를 들면 부석사에서 보여주는 긴 진입과 틀어진 축은 건축가 김수근이 경동교회와 불광동성당에서 보여준 것과 일치한다. 서울 종묘도 종교건축과 통하는 면이 많다. 조선왕조의 신위를 모시고자 세워진 종묘는 조상을 소중히 여기는 유교정신이 깃든 건축이며, 정전과 그 앞마당은 조상을 기리는 성찰과 침묵의 공간이다. 종묘에서 느끼는 장엄함과 엄숙함은 여느 종교건축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깊이가 있다. 심오한 종교적 체험은 종교를 초월해 종교적 공간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셋째, 전통건축이 다룬 재료에 대한 태도이다. 전통건축에 쓰인 재료는 주로 자연에서 얻어지는 나무와 흙이다. 내구성이 석재나 벽돌에 비해 짧지만 건물의 수명과 같이 명멸해 자연으로 돌아가며, 때로 재활용되기도 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검소하고 소박하며 재료의 특성을 잘 살렸다. 옛 것, 오래된 것을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려고 했으며 함부로 허물거나 고치지 않았다. 조상들은 재료에 맞는 구조를 선택하고 적합한 가공법으로 재료를 맞춰 사용했다. 재료 선택과 사용법에는 절제가 돋보인다. 많은 것을 표현하기보다는 재료를 순수하고 솔직한 방법으로 표현했다. 요즘 재건축이 당연시되고, 화려하고 과시적 재료를 사용하며 위압적 공간을 만드는



가톨릭평화신문  201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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