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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수도회 이야기] (26) 파리외방전교회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 내밀다/ 청소년들과 동고동락하며 자립심 길러주고, 성지순례 등 마련 신앙생활 잊지 않도록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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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백. 한 사람이 백사람의 몫을 해낼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처럼 때로는 여러 사람으로 이뤄진 공동체보다 일인 공동체가 더 큰 몫을 이뤄내기도 한다. 각 지역으로 선교사를 파견하는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 역시 홀로 선교지역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일상을 나누고 신앙을 전하는 일당백 역할을 해내고 있다.



■ 소외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울타리를 만들다

교구에 터전을 잡고 생활하고 있는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허보록 신부는 홀로 갈 곳 없는 결손 가정 청소년들을 위한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을 이끌어가고 있다.

1990년 한국에 들어와 강화도 공소 사제를 거쳐, 안동교구 본당에서 사목활동을 했던 허 신부는 본당 무료급식소를 찾아온 무의탁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선교사제로서의 삶의 방향을 설정하기에 이른다. 이들이 온전하게 입고, 먹고 생활할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한 것.

다섯 아이들과 함께 ‘다섯어린이집’을 시작한 허 신부는 아이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남자아이들을 위한 ‘프란치스코의집’, 여자아이들을 위한 ‘글라라의집’을 만들었다.

허 신부의 노력은 단지 시설을 만드는데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이 혼자서도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자립에도 애를 썼다. 아이들의 생활을 위한 일자리를 알아보던 허 신부는 공장 등이 위치해 취직여건이 좋은 도심으로의 이사를 결정했다. 이것이 교구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1999년 당시 허 신부와 아이들은 경기도 군포의 벨기에 출신 파래문도 신부가 양로원을 운영하던 건물에 임시로 자리를 잡았다. 이름은 ‘성요한의집’이라고 지었다.

이후 아이들의 생활을 염려한 파래문도 신부의 배려로 건물을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무르게 된 이들은 2007년 같은 자리에 건물을 새로 짓고,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청소년들을 모아 ‘성야고보의집’을 설립했다. 또한 2009년부터는 과천에서 같은 형태의 공동생활가정 ‘성베드로의집’을 시작했다.

이처럼 허 신부가 대출을 받아서라도 새 집을 짓고, 시설을 늘려가는 것은 지금까지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더 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아이들이 많지만 모든 이들을 다 도와줄 수 없는 한계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방황하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는 시설들이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아빠, 아버지

청소년기 아이들, 특히 남자 아이들에게 아빠, 아버지는 큰 산과 같은 존재다. 입소 청소년들에게도 허 신부는 아빠, 아버지다.

“말썽을 피우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대할 때면 화가 날 법도 한데, 신부님은 아이들을 인내로 기다려주십니다. 무한 사랑을 퍼주시는 분이지요.”

허 신부와 함께 일하고 있는 시설 직원들의 눈에 비친 허 신부의 모습 또한 영락없이 자녀를 걱정하는 아빠,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법의 규제로 인해 시설을 떠나야 하는 19세 이상 입소자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끝까지 자립을 돕는 허 신부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아울러 허 신부는 가정에서 신앙교육을 하듯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신앙생활을 잊지 않도록 돕고자 본당 주일학교와 기도생활을 일깨우고 있다. 성지순례를 떠나거나, 시설 안에 경당을 둬 자유롭게 들러 기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아이들 곁에 언제나 하느님이 계시고, 함께 생활하고 계신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습니다.”

허 신부는 최근 늘어나는 청소년 북한이탈주민 수에도 관심과 함께 우려를 드러낸다. 현재 운영 중인 공동생활가정 안에서도 몇 명의 청소년 북한이탈주민들을 보살피고 있다.

“중국에 갔을 때 조선족 가정을 방문하게 됐고, 거기서 북한이탈주민 가정을 만나게 됐지요. 그때부터 도움을 주고자 결심했지요. 남한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 청소년 북한이탈주민들 중에는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들이 이곳 공동생활가정을 통해 남한의 일반 청소년들과 어울려 생활하다 보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남한 청소년들도 북한 청소년들이 우리와 같다는 것을 인식하는데도 도움이 되겠지요. 빨리 평화통일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어려움에 빠져있는 북한 사람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후원계좌 1104-01-010648 농협 성야고보의집



 
▲ 파리외방전교회는 홀로 갈 곳 없는 결손 가정 청소년들을 위한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을 이끌어가고 있다.
사진은 파리외방전교회가 운영하는 공동생활가정 입소 아이들과 봉사자들 모습.
 


 
▲ 성요한의집, 성야고보의집, 성베드로의집 아이들이 배드민턴 대회를 위해 함께 모였다.
이들은 매년 배드민턴 대회를 열고 친목을 다진다.
 
이우현 기자 (helena@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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