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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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남수단에서 온 편지] (41) 마을에 우물 파주기 계획 (2)

마음 비우고 기다리며 기도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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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우물파기 공사였습니다. 50~80가구 정도 거주하는 마을에 우물이 없어서 물을 길으려면 5km 떨어진 마을이나 강가로 나가야하고, 물 20리터 한 통을 얻기 위해 매일 왕복 10km 길을 걸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집안 곳곳에 설치된 수도꼭지를 열기만 하면 쏟아져 나오는 그 물 때문에 이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강한 햇살 아래에서 매일 몇 시간씩 걷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마을에 우물 하나만 있으면 시간도 절약되고 먼 길 걷는 고생도 덜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런데 일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마을사람들의 협조도 그저 그렇고, 2월 초에 이탈리아에서 오기로 한 우물 기술자는 손목 근처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받아야해서 3주 후에나 온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우물을 파주겠다고 약속은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혹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왜냐하면 우기가 시작되고 비가 오기 시작하면 우물을 파주기로 한 마을로 공사차량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물을 뚫는 기계도 크고, 기계를 실은 트럭도 크고, 진흙탕에 빠지는 날에는 엄청난 구조 작업을 해야 하니까요. 그러면 우물공사는 내년 건기로 미뤄지게 되고 마을 사람들은 일 년을 더 고생해야 하죠.

작년 11월부터 계획하고 준비한 일이어서 우기 전까지 시간은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습니다. 우물을 뚫는 것을 봐야 모금을 하겠다는 마을사람들, 수술때문에 출국 날짜를 계속 연기하는 기술자, 게다가 작년에는 4월 중순에 내린 첫 비가 올해는 3월 초에 와버렸습니다.

걱정에 걱정을 더하던 중, 어차피 기술자가 오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걱정조차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의미 없는 걱정은 제쳐두고 마을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기술자의 쾌유를 위한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기다린 것은 참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기술자는 2월을 넘기고 3월이 돼도 오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손목이 문제였고, 재수술과 결과를 보고 오겠다는 소식만 들려옵니다. 3월도 첫째 주, 둘째 주가 지나고 ‘이제는 포기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무렵,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3월 마지막 주, 성주간 월요일에 기술자가 남수단에 들어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물을 뚫기로 한 마을들로 달려가 기술자가 온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기도를 제안합니다. 이번 기도의 지향은 비를 조금만 내려달라는 내용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3월에 내린 첫 비 이후로 우물을 뚫기로 한 마을들 쪽으로는 비가 오지 않고 있어 아직 땅이 단단한 상태입니다.

성주간 월요일, 그렇게 애타게 기다렸던 기술자가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하루나 이틀 정도 기계와 장비를 점검하고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땅을 파는데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3일, 암반층이 나오면 일주일까지 걸립니다. 이제 남수단의 하늘은 우기의 풍성하고 아름다운 구름으로 덮여가고 있습니다. 과연 우물을 모두 팔 때까지 하늘이 기다려줄지, 기도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 성주간 월요일, 손목 수술 때문에 남수단에 오지 못했던 우물 기술자가 드디어 도착했다.
기계와 장비를 점검하고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 수원교구 해외선교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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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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