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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남수단에서 온 편지] (48) 남수단에서 제일 많이 했던 일- 7월 한달간 아강그리알에서 실습한 이승진(대건 안드레아) 신학생 글 (3)

컨테이너 가득 담긴 옷들 정리는 내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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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에서 무슨 일을 제일 많이 했어요?’라고 누가 묻는다면 단연 옷 정리라고 말하고 싶다.

남수단에 도착한 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 이상협 신부님은 우리를 컨테이너 앞으로 데려가셨다. 외발 수레를 내려놓고 컨테이너 문을 여는 순간, 컨테이너에 한가득 차있는 옷들이 우리를 반겼다. 물론 우린 전혀 반갑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들 딩카족은 옷에 엄청난 집착을 보인다고 한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옷을 보여주면 눈이 뒤집힌다고 표현하셨을 정도이다. 운동장에 옷을 쌓아두고 가져가라고 하면 사람이 밟히든 말든 달려와서 옷을 쟁탈하는데 여념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아마 우리나라 운동장에 한 1000만 원쯤 던져 놓고 사람들보고 주워가라고 하면 비슷한 광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에게 옷 정리를 시키지 못하고, 용희 형과 나에게 옷 정리를 시킨다고 말씀하셨다.

먼저 포대에 담긴 옷들을 게스트 하우스 빈방으로 가지고 와서 중앙에 쌓아 둔 후 남자 옷, 여자 옷, 학생들 옷, 아기들 옷으로 네 분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틈틈이 신부님께서는 긴 바지와 깔끔한 와이셔츠들을 한쪽으로 모으셨다. 이것을 분류해서 각 교리교사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땅콩 밭에서 일한 학생들에게 수고비 대신으로 주기도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어느 정도 분류가 끝나고 이제는 골고루 포대에 나눠 담았다. 이번에 정리해 포대에 담은 옷들은 교리교사들에게 나눠주어 각 공소로 보낼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11포대를 다시 포장해서 꽁꽁 묶었다. 먼지도 많이 나고 퀴퀴한 냄새도 많이 났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전해질 옷을 정리하는 일이었기에 보람이 있었다.

이날 외에도 종종 따로 할 작업이 없을 때면, 제일 무난한 옷 정리를 하곤 했다.

작업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옷이 오래 묵은 옷들이다 보니 먼지가 너무 많이 나서 자꾸 재채기가 나오고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에 코를 훌쩍이다 보니 답답함이 가슴까지 올라왔다. 가래를 뱉고, 코를 풀고 다시 작업하고를 반복하면서 힘들게 작업을 하다 보니 저녁까지도 그 영향이 가라앉지 않아 주변 사람들이 많은 걱정을 해주기도 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옷 정리를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됐다. 입을 수 없이 찢어진 옷이나 많이 상한 옷을 볼 때마다 이런 옷들을 기증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옷을 기증한 걸까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반면에 깨끗하고 좋은 옷들을 볼 때면 멀리 있는 이웃에게 좋은 옷을 주려는 따뜻한 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아직 컨테이너에 삼분의 일가량의 옷이 남아있다.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한 많은 옷을 분류하고자 한다. 여기 사람들이 그 옷을 통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도 옷을 정리하고 있다.


 
▲ 딩카족 아이들이 새로 받은 옷을 자랑하고 있다.
 

※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 수원교구 해외선교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이승진(대건 안드레아) 신학생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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