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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남수단에서 온 편지] (49) 벽돌 만드는 이유

“새 성전 건축 위해 매일 벽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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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쉐벳 성당 컴파운드에는 건장한 남자들이 모입니다. 길에서 마주치면 피하고 싶은 그런 인상을 가진 이들도 몇 있습니다. 이들은 차와 비스킷으로 요기를 하고 오전 8시30분에 한자리에 모입니다. 그리고 함께 기도합니다.

잠시 후, 요란한 디젤 엔진 소리와 함께 이들이 고함을 지릅니다. 디젤 엔진이 신기해서 인지, 엔진 소리보다 자기들이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고함을 지르고는 각자 자기가 맡은 자리로 가 일을 시작합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다름 아닌 벽돌 만드는 일입니다. 쉐벳 성당에서는 내년에 시작될 새 성전 건축을 위해 벽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강가에 가서 모래를 퍼오고 마럼(Murram)이라는 붉은색을 띠는 돌가루를 캐왔습니다. 지난 6월에는 벽돌 만드는 기계와 함께 기술자가 이곳에 와서 2주 동안 기계 사용법과 벽돌 제작 과정을 교육했습니다. 그리고 7월부터 지금까지 4만 장 정도의 벽돌을 만들었습니다.

벽돌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작업에 사람의 힘이 필요합니다. 강가에서 모래를 퍼올 때에도 사람이 직접 삽으로 모래를 푸고 트럭에 담습니다. 네댓 사람이 삽으로 모래를 퍼 트럭 한 대를 채우는 데 두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게 퍼온 모래는 철망에 체질한 다음에 사용합니다. 마럼은 굴착기로 캐오는데 역시 체질이 필요합니다.

체질한 모래와 마럼과 시멘트를 섞는 일도 사람이, 잘 섞인 모르타르(Mortar)를 일정하게 통에 담아 기계에 넣는 일도 사람이, 기계가 큰 압력으로 벽돌을 만들어 주면 그 벽돌을 나르는 것도 사람이, 예쁘게 쌓아 놓는 것도 사람이, 양생을 위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물을 뿌려주는 것도 사람이 합니다.

그래서 일꾼들이 고생을 많이 합니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벽돌을 만들고 일이 끝나 집으로 갈 때면 등이 아프다, 가슴이 아프다 하며 약을 달라고 합니다. 마땅히 줄 약도 없고 미안한 마음에 집에 가서 푹 쉬라고 하면 괜찮다며 돌아갑니다.

지금은 일꾼들과 관계가 많이 좋아졌지만 초반에는 그렇지 않았던 적도 있습니다. 하루는 시멘트를 받는 날이었습니다. 시멘트 250포대를 실은 트럭이 들어왔고 시멘트를 내리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였습니다. 왜 그러나 했더니, 시멘트 내리는 일이 힘든 일이고 계약 사항에 없는 일이라는 것이였습니다. 시멘트가 없으면 벽돌 만드는 일도 할 수 없는 것이고, 이 일은 당연히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라고 설명을 했지만 듣지 않았고 결국 일꾼들을 해산시키게 되었습니다. 그날 시멘트 내리는 일은 저와 학생들 몇이 같이 해서 한 시간 만에 끝냈습니다.

일꾼들이 해산된 뒤 2주 후에 일꾼들을 다시 모았는데, 그 후로는 별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들도 알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왜 벽돌을 만드는지, 이 벽돌로 무엇을 할 것인지. 그래서 자부심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모두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일을 해나갔으면 합니다. 이제 점점 더 더워질텐데 시원하게 마실 물 좀 얼려둬야 하겠습니다.
 

 
▲ 쉐벳 성당 새 성전 건축에 사용할 벽돌 제작 장면.
 

※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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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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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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