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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의 선물] (5) 참된 평화와 화해를 위한 시작

복음의 가르침 안에서 평화 일궈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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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의 8월 18일 명동성당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맞춰 휴전선 철조망으로 만든 ‘가시관’. 평화신문 자료사진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서 취재진을 대상으로 브리핑한 횟수는 6월 30일을 시작으로 8월 18일까지 대략 열일곱 번에 이른다. 내 기억에 많은 질문 중에 하나가 바로 북한 신자들의 참석 여부였다. 교황님 방문 전에도, 방문 중에도 기자들 질문은 항상 북한 신자가 올 수 있느냐에 집중되었다.



북한 신자 초청했으나 성사 되지 않아

사실 방한준비위원회가 꾸려지면서 가장 먼저 계획한 것은 북한 신자 초청이었다. 특히 마지막 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북한 신자들이 참석한다면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었다. 그래서 여러 경로로 북한 측에 접촉했고, 방준위 위원장 강우일 주교님 명의로 정식 초청장을 전했다. 그러나 북한과 접촉이나 교류는 양국의 특수한 관계로 여러 가지 제약 사항이 많아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과 접촉에 대해 밝힐 수도 없었고, 이와 관련해 속 시원히 대답할 수 없었다. 늘 기자들에게는 미안하고 나 역시 답답했다. 시간이 지나도 북한 측에서는 좀체 답이 없었다. 우리는 계속 방준위의 뜻을 전했다. 7월 말 북한 측에서 도착한 답은 ‘사정상 참석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방준위는 여전히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8월 초에 개성에서 남북 교회 측 인사 접촉이 한 번 더 있어서 방준위는 이에 희망을 걸고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참석하겠다는 답은 오지 않았다.

북한 신자들이 함께했다면 남북한 가톨릭 신자가 함께 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을 것이다.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평양교구장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장의 주교좌 성당에서 남북 신자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방준위는 미사를 통해 앞으로 남북 간 교류를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지만 만남의 기회는 끝내 오지 않았다. 사실 방준위는 교황님의 방문 직전까지도 북한 신자 대표단 방문을 대비하고 있었다. 교황청 역시 한반도 문제를 굉장히 잘 인식하고 있었고, 또 그것이 매우 중요한 주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세계 평화의 상징적 의미로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징성이 있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였지만 교황님께서는 전반적으로 보편적인 평화를 말씀하셨다. 복음에 기반을 두고 평화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셨다. 실제로 교황님은 꼭 북한만이 아니라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말씀하셨다.

“이 미사에서, 우리는 당연히 하느님의 이러한 약속을 한민족이 체험한 역사적 맥락에서 알아듣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지난 6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분열과 갈등의 체험입니다. 하지만 회심을 촉구하는 하느님의 긴박한 부르심은 한국에서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도 하나의 도전을 제시합니다. 그 도전은, 참으로 정의롭고 인간다운 사회를 이룩하는 데에 그리스도인들이 과연 얼마나 질적으로 기여했는가를 점검해보라는 부르심입니다. 이 부르심은 여러분 각자가, 개인으로서 또한 공동체 차원에서, 불운한 이들, 소외된 이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 많은 이가 누리는 번영에서 배제된 이들을 위하여 과연 얼마만큼 복음적 관심을 증언하는가에 대해 반성하도록 도전해 옵니다. 또한 여러분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또 한국인으로서, 이제 의심과 대립과 경쟁의 사고방식을 확고히 거부하고, 그 대신에 복음의 가르침과 한민족의 고귀한 전통 가치에 입각한 문화를 형성해 나가도록 요청합니다.”



자주 접촉하고 교류하며 우리 손으로

방한위는 이날 ‘파티마의 성모상’과 휴전선 철조망으로 만든 ‘가시관’을 제의실 앞에 설치해 교황님께 봉헌했다. 파티마 성모는 1917년 5월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발현해 ‘소련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고 촉구했다고 전해진다. ‘가시관’은 예수 고난의 상징이었다. 분단된 한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염원하는 이 설치물 앞에서 교황님은 한참을 기도하셨고 그것을 바티칸으로 가지고 가셨다. 교황님께서 떠나시고 5주 만이었던 며칠 전, 교황청 집무실에서 교황님은 염수정 추기경을 만났다. 이때 교황님은 북한 측과 자주 접촉하고 교류할 것을 특별히 당부하기도 했다. 복음의 가르침 안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척 많다.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는 우리 손으로 지금부터 일구어 나갈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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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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