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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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문제의 해법은 ‘지역화’… 가족과 교회가 가장 중요한 무대 될 것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후의 사목 방향 모색 심포지엄 (하·끝)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cpbc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가톨릭신문사 공동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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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콜카타 빈민가에서 사랑의선교수녀회 수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자리를 잃고 굶주리는 이들에게 빵을 구워 나눠주고 있다. 학자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요청하는 시대정신은 무한 경쟁과 이윤 추구가 아닌 협력과 연대, 생명과 안전에 있다고 말한다. 【CNS】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원장 김동원 신부)은 5일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연구원에서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후의 사목 방향 모색’을 주제로 제11회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 가톨릭신문사와 공동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개인 영성생활 △신앙공동체 △가정과 청소년 △교회와 사회 △국제 관계 △우주적 생태 관점의 맥락과 흐름 등 6개 분야를 선정, 각 분야 전문가에게 현실 진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살펴봤다.



제5발표-코로나19와 생태환경 :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조현철 신부(예수회, 서강대 교수)



조현철 신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바이러스 감염병이 아닌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해야 할 재난으로 봤다. 코로나19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단순한 걸림돌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진보와 발전만으로 여겨왔던 ‘경제 성장’에 보내는 긴급 경고음이라는 것이다.

조 신부는 “극복할 대상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며, 싸워야 할 것은 사람과 자연을 철저히 도구화해 끝없이 이윤과 풍요를 추구한 탐욕의 체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에 관한 고민은 ‘이전’에 관한 근원적 반성을 요구한다.

코로나19는 세계화에 내재된 문제점과 위험을 드러냈다. 바이러스는 세계화 시스템의 일부인 교통망을 타고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감염을 막으려는 각국의 봉쇄 정책은 긴밀한 연결에 기반을 둔 세계화 질서에 타격을 입혔다. 특히 세계화의 핵심인 경제가 가장 크게 휘청거렸다. 코로나19와 같이 세계화의 긴밀한 연결망 자체를 훼손하는 재난은 거의 모든 나라를 위기에 빠트린다는 것을 확인했다.

조 신부는 이러한 세계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화와 바이러스 감염병의 밀접한 관계, 노동과 자연에 미치는 세계화의 파괴적인 영향, 정상사고(normal accident, 시스템 속성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고)의 관점이 보여주는 세계화 자체의 위험과 취약성을 고려하면 세계화는 우리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바꾸어야 할 흐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 신부가 제시하는 근본 처방은 ‘긴밀한 연계’를 ‘느슨한 연계’로 바꾸는 지역화다. 세계화가 과잉 수준의 연결을 초래했다면 지역화는 적정 수준의 연결을 지향한다. 세계화와 세계의 획일적 단일화를 꾀했다면, 지역화는 지역의 고유한 다양성을 존중한다. 지역화는 지역에서 필요한 것은 가능하면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상당한 수준의 자립적 경제를 지향한다.

조 신부는 “지역화 경제는 세계화 경제의 문제점을 대폭 해소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가 느슨한 연계로 바뀌면서 세계적 재난 발생의 가능성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불필요한 국제 교역 감소로 인한 수송 에너지 사용 감소, 글로벌 산업농에서 소농 중심의 유기농법 확대, 지역의 자연환경 관심 증대, 지역 문화의 다양성과 고유성 존중 등을 기대했다.

지역화 경제의 성공 요인으로 ‘연대’를 꼽은 조 신부는 “자급자족을 지향하는 지역화 경제는 연대를 우선적 가치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지역화로 근원적 전환을 하려면 결국 ‘좋은 삶’에 대한 사회적, 개인적 각성이 필요하다. 조 신부는 “좋은 삶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창조질서 안에서 근원적 유대로 연결돼 있는 우리의 이웃과 존중에서 시작한다는 깨달음과 확신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수의 모범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이 단순한 삶과 절제하는 생활에 모범이 되기를 당부했다.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창조질서 보전의 맥락에서 세상의 선한 이들과 연대하고 협력해 ‘좋은 삶’ 구현에 힘써야 한다”며 “이것이 지역화로 가는 더디지만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제6발표-포스트 코로나 시대 동아시아의 변화와 교회를 위한 제언

박태균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장)



박태균 교수는 세계사적 측면에서 1929년 경제 대공황 당시 각 국가의 정부가 취한 정책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온 사례를 들며 정부의 적절한 정책적 대안 제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정책의 중요성은 이미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나타났다. 방역에 성공한 국가와 성공하지 못한 국가 사이에서 정부 정책과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선진국으로 규정됐던 유럽과 미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완전히 실패한 반면, 강소국 또는 개발도상국으로 여겨진 국가에서는 성공적 방역이 이뤄지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를 두고 “과거 1인당 GDP를 중심으로 국가 순위를 매기던 시대에서 새로운 평가 기준이 등장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 방향에 대해 △과거와의 단절과 대전환(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미래 예상) △모순의 심화와 가속화(탈냉전과 신자유주의 한계로 나타난 변화의 속도가 코로나19로 앞당겨질 가능성) △복구와 재건(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코로나19 이전 사회질서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을 전망했다.

과거와의 단절과 대전환 전망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점은 ‘인간의 가치관과 사회적 관계의 변화’에 있다. 그는 “가치관은 성장과 효율 중심 생명 가치 중심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겠지만, 생명 가치 중심의 가치관이 더 강화될 것이다”고 예측했다. 생명 가치 중심의 가치관 대두는 역설적으로 대면 중심에서 비대면 중심 사회관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기존 관계가 끊어지거나 재편될 가능성 또한 커졌다. 박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이나 교회가 가장 중요한 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면 교육이 어려워지면서 가족이 사회 공동체 기초로써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1인 가족의 증가는 교회 공동체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의 배경이 된다”고 말했다.

모순의 심화와 가속화 전망은 코로나19가 다가올 미래를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는 진단에서 나왔다. 고용 안정, 일자리 창출, 미ㆍ중 갈등, 한ㆍ일 갈등,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등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지적돼 왔던 문제이고, 이를 해결할 전략을 세우지 못하면 기존의 부작용과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복구와 재건 전망에 있어 박 교수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보수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획기적인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경우 빠르게 과거의 질서를 회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세 가지 전망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하면서도 위기와 기회의 두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며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에 대응하는 정책을 마련하기를 주문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시민의 힘이 커지고, 극단적 종교 집단이 나타난 한국 사회의 현상을 주목하면서 “한국 사회는 1인 가족의 증가와 함께 비대면의 상황에서 가족과 교회 공동체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개인일수록, 1인 가족일수록, 구심점이 약한 전통 가족일수록 교회 공동체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이러한 때에 교회가 혁신과 포용의 가치를 내세우기를 제안했다.

박 교수는 “교회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을 포함해 차별과 불평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개인에 대해 포용하는 정책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리=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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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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