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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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청소년센터 영업정지 3개월, 갈 곳 잃은 아이들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 남은 아이들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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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레시오청소년센터 연극반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여러분(청소년)은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받기에 충분합니다.”

청소년 사목에 헌신한 청소년의 아버지 요한 보스코 성인(살레시오수도회 창설자)은 이렇게 말했다. 성인은 ‘문제아’라고 손 놓아버린 청소년들을 돌봤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청소년들을 지속해서 도울 수 있도록 살레시오수도회도 설립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청소년들을 위해 기도했다. 성인은 청소년들을 사랑했다.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사랑받지 못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아니, 사랑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살레시오청소년센터(센터장 김선오 신부) 청소년들이 그렇다. 어떤 사연인지 11월 24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살레시오청소년센터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꺼지지 않은 불씨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센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야간 생활 지도원에 의해 발생한 아동 성추행 사건. 센터는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사과했다. 재발방지를 위해 성추행 신고절차를 교육하고 상담 심리치료도 했다. 야간 생활지도 시스템 개선을 위해 야간 생활 지도원도 3명으로 늘렸다. 가혹행위와 약물 강제투여 의혹은 ‘혐의없음’으로 결론 났다. 센터에서 아동 성추행ㆍ가혹행위 등이 벌어졌다고 내부고발했던 센터 전 직원 박 아무개씨에 대해서는 법원이 ‘허위사실 적시 및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아동복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리고 올해 8월 13일 담당 구청에서 영업정지 3개월(2020년 12월 1일~2021년 2월 28일) 행정처분 통보가 왔다.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영업정지 후 센터에 남아있는 60명의 청소년들이 걱정이었다. 센터 측은 10월 20일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영업정지 3개월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했다. 하지만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고 센터는 영업정지됐다. 행정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 청소년들이 센터 마당에서 농구를 하고 있다.



‘범죄소년’이라는 낙인

살레시오청소년센터는 사회에서 범죄를 저질러 ‘6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을 수용하는 시설이다. 6호 처분은 1호에서 10호까지 보호처분을 받는 청소년 중 소년원(8∼10호)의 전 단계(7호는 요양소 또는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에 해당한다. 소년원에 보낼 정도의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만 범죄는 범죄다. 이들 때문에 누군가는 피해를 당했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다.

사람들은 아이들을 ‘범죄소년’이라고 부른다. 처음 센터에 들어온 아이들은 불안함 속에서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증오를 드러낸다. 그도 그럴 것이 재판을 받은 날 센터로 들어오는 데다 사회에서 누리던 자유를 억압받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실제로 처음 센터에 들어오면 ‘내가 왜 여기에 있지’라는 생각을 한다. 중요한 시기에 ‘갇혀’있다는 생각에 불평불만도 많이 늘어놓는다.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은 생각지도 않은 채 말이다. 범죄소년. 사람들이 아이들을 부르는 말이지만, 범죄소년은 아이들 행동에 따른 결과다. 아이들은 센터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간 생활하며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며 살아간다.


▲ 살레시오청소년센터 목공예반 소속 한 학생이 자신이 만든 숟가락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새롭게 태어나다

사랑과 관심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센터에 들어오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성현(가명, 18)군은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우리는 가족이라는 말”이라며 “선생님들께 고민을 말씀드리면 진심으로 공감해주시고 들어주셔서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성진(가명, 18)군 역시 “처음에 불평을 많이 늘어놨는데도 선생님들이 들어주시고 도와주셔서 ‘왜 나한테 이렇게 해줄까’ 생각했다”고 했다.

센터에서는 늘 가족애를 강조한다. 누군가의 사랑과 온기가 그리웠던 아이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굳게 닫힌 마음을 열기 시작한 아이들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방법도 배운다. 기자가 목공예반이 있는 센터 2층에 올라갔을 때 수업이 막 끝난 뒤였다. 작품을 구경하는 기자에게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소개했다. 나무로 만든 숟가락, 휴대전화 거치대와 스피커 등을 자랑하며 사진을 찍어달라는 말도 건넸다. 직접 만든 대형 성탄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어달라는 아이도 있었다. 박명훈(가명, 16)군은 “사회에서는 놀기만 하고 사고 치느라 바빴는데 여기 와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신부님, 수사님을 보면서 세례를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느님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 새롭게 살아가고 싶어요.” 다가오는 성탄 때 세례를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17명이다. 당장 센터에서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세례는 어떻게 해요?"라고 물으며 김선오 신부만 쳐다본다.


▲ 살레시오청소년센터장 김선오 신부가 살레시오청소년센터가 3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

살레시오청소년센터장 김선오 신부는 영업정지 기간이라도 아이들이 남아 있을 수 있다면 남은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다. 김 신부는 “아이들이 재판을 통해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면 더 큰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새로 태어나기 위해 준비하는 아이들을 여기서 포기한다면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의 아이들은 당시 사건과는 무관한 아이들”이라며 “어른들의 논리에 의해서 아이들의 거취가 결정된다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경험했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또 다른 상처가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른들의 실수 때문에 아이들이 책임질 일이 아닌데도 아이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고 고귀한 존재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느님 뜻에 맡겨야죠.”

앞서 영등포구청은 살레시오청소년센터의 아동복지법 위반사항과 관련한 아동복지법 제56조에 의거 시설폐쇄 처분을 취해야 하지만 운영법인에서 시설장 교체계획을 제출하고 해당 시설에서 사건 직후 종사자 교체 및 추가채용, CCTV 및 아동용 침대 확충 등 시설정비, 인권 및 아동학대예방교육진행 등을 통하여 정상운영 중인 것을 고려해 보호 아동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금회의 한하여 3개월 운영정지(2020.12.1~2021.2.28)로 갈음하여 통지한다고 밝혔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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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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