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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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별을 찾아라] 2. ‘코로나19 대응’ 일선 의료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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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우리는 전에 없던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가고 있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할 수 없게 된 지금, 하느님이 주셨던 작은 것들 하나 하나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는 이들과 기꺼이 동행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도 우리는 더욱 가깝게 발견할 수 있다. 고난의 시대, 동방 박사들이 별을 보고 아기 예수를 찾아왔듯이, 우리를 예수님께로 이끌어 줄 소박하지만 따뜻하게 빛나는 별들을 찾아본다.


■ 어둠 속에서 나타난 희망의 별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 선별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병원장 김현수 신부)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오후에만 40여 명의 시민들이 선별 진료소를 찾았다. 취재를 위해 찾은 11월 27일은 평일인 탓에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리지 않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선별 진료소 주변 분위기는 긴장감이 무겁게 에워싸고 있었다.

국제성모병원은 100여 명의 교수들이 선별 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오전과 오후에 각 2명씩 순번을 정해 이곳에서 검체 채취와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선별진료소에서 근무를 끝낸 신경과 안상준(미카엘) 교수는 “오후 시간대에 선별진료소에 오시는 분들이 지난달에는 20명에 불과했는데 한 달 새에 부쩍 늘어났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오전에 기존 환자 진료를 본 뒤 오후 1시에 선별 진료소로 향한 안 교수. 마스크를 단단히 조이고 페이스 실드를 착용한 그는 그 위에 방호복을 입고 파란색 비닐가운까지 덧입고서야 진료 준비가 끝난다. 두꺼운 방호복에 두 겹의 장갑까지 낀 몸은 움직임이 불편했고 페이스 실드에 습기가 차올라 앞을 보기도 힘들다. 안 교수는 “방호복을 입고 있는 4시간 동안은 움직임이 불편하지만 선별진료소를 찾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감염원에 노출되거나 바이러스가 다른 곳에 묻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몸의 불편함보다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바로 감염원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다. 선별진료소를 찾는 시민들은 물론이고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도 있지만 기존에 진료했던 환자분들에게 혹시나 피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가장 걱정하고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장된 상태로 진료를 봐야 하지만 짧게라도 고생한다는 말을 건네는 환자분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다고 안 교수는 덧붙였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의료진들을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희 병원만 해도 시각장애인 분들이 점자로 편지를 써서 보내주시거나, 학생들이 편지와 다과를 전달해 주시는 등 많이 격려해 주신 덕분에 의료진들이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가톨릭의사회를 꾸리고 있는 국제성모병원은 바쁜 진료 일정 중에 선별 진료소 근무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교수들 간에 이견이 없었다는 말도 안 교수는 전했다. 안 교수는 “자신보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고 사회 공헌에 가치를 두고 있는 의사들이 많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알게 됐다”며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것이 의사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의사이자 신앙인으로서 우리 사회가 함께 좋아질 수 있는 일에 기꺼이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과 동행하다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지난 3월, 13개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열고 대구·경북지역 경증 환자 2300여 명이 입소해 치료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대구·경북지역의 출입을 자제해야 했던 당시, 서울성모병원 조영이(이레나) 간호사는 경상북도 칠곡 한티 피정의 집으로 향했다. 그곳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의료지원에 나선 것이다.

가족들과 지인들의 걱정을 뒤로 한 채 생활치료센터로 향했던 조영이 간호사는 “의료인이라면 누구라도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업무를 한 지 올해로 30년이 된 조 간호사는 “30년 동안 감염병이 여러 차례 지나갔지만 업무의 특성상 현장에 직접 근무한 적이 없었다”며 “하지만 전과 달리 파급력이 강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힘들어하는 환자나 의료진을 지켜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제 힘이 필요한 곳에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열기 하루 전 도착한 조 간호사는 환자 이동 경로 파악을 비롯해 감염병 예방 수칙과 보호구 착탈의 교육을 진행했다. 환자들을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서는 근무자가 감염원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입소하면서 조 간호사의 업무는 더욱 바빠졌다. 동선을 확인하고 필요한 의료물품을 챙기고 환자를 돌보느라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분주했다. 겹겹으로 쌓여 바람이 조금도 통하지 않는 방역복도 몸을 지치게 했다. 조 간호사는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하루에 두 번 라운딩을 도는 것 외에 환자분들이 퇴소하고 나면 방역을 한 후 침구며 화장실 등 환자가 사용했던 모든 장소와 물품을 소독하고 폐기물을 버리는 작업과 함께 새로운 물품을 세팅하는 일을 했다”며 “얼굴에 깊은 주름은 기본이고 귀가 헐 정도로 압력이 가해지는 보호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고 3월임에도 불구하고 비오듯 땀이 흘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대로 숨쉬기 힘든 방호복을 입고 환자들의 방을 청소하고 나온 간호사들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번졌다. 환자들을 지지하고 도와주기 위해 애쓰고 있는 그 순간이 그들에게는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조영이 간호사는 생활치료센터에서 만난 환자들도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라고 전했다.

“격리된 생활이 오래되다 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우울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 분들을 만나고 눈을 마주치며 마음을 위로해드리는 것이 저희가 해야할 일이었죠. 크게 해드린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퇴소하실 때 감사하다는 손편지나 작은 선물을 주고 가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눈물을 보이시는 분들도 계셨죠.”

생활치료센터 근무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조영이 간호사.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조영이 간호사는 “일상의 작은 일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들이었는지 느끼며 보낸 한 해였던 것 같다”며 “만약 또 기회가 온다면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환자분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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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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