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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기획] 장애인, 평범한 우리의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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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 둘레길에서 어머니와 산책을 하다 실종된 발달장애인 장모씨가 3개월 만인 지난 3월 27일 일산대교 인근 한강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외형상 성인인 발달장애인들은 아동과 달리 주변인들이 먼저 알아보고 도움을 주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씨 추모식을 진행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더라면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누구 탓을 하기 어려운 사건으로 보여지지만, 개선돼야 할 여지는 분명히 있다. 장애인들도 같은 국민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정부와 교회,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사회적 주체로 당당하고 안전하게 살아야 할 장애인들의 권리를 되짚어 본다.

▶관련기사 21면


■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들

우리나라에 장애인 관련 법이 처음 제정된 것은 1981년 ‘장애인복지법’이다. 장애인복지법 제1장 제1조에서는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보장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을 명백히 한다”고 밝힌다.

이후 ‘장애인고용촉진법’,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등 장애인 관련 법들이 장애인복지법을 모법으로 제정됐다. 특히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장애인의 인권과 권리가 보다 널리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이와 같은 장애인 관련 법 제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쉽게 진행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장애인들의 희생이 동반됐다. 장애인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시청 잔디밭에 머물며 시위하기도 했고, 한강대교를 휠체어 없이 6시간 동안 기어서 건너 가기도 하는 등 힘겨운 노력들이 필요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소화데레사) 대표는 “힘겨운 투쟁을 통해 장애인 관련 제도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같은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차별받고 있다”며 “장애인들이 따로 격리조치해서 살아야 할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지역 시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장애인 권리에 관한 교회 가르침

장애인에 관한 교회 가르침은 명확하다. 「간추린 사회교리」는 “장애인들도 모든 권리를 가진 주체이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 능력에 따라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다.(148항) 보호받고 도움받아야 할 대상에서 나아가 모든 권리를 가진 주체임을 강조하며 능력이 되는 한 모든 분야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기본 정신이다.

지난해 세계 장애인의 날(12월 3일)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는 더 이상 장애인들을 ‘그들’이 아니라 ‘우리’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장애인은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다.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도 올해 장애인의 날 담화에서 “복지 사각지대의 장애인들이 본당과 지역사회공동체 안에서 소외되거나 고립되지 않고 ‘평범한 우리의 이웃’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회 속에서 모든 이에게 평범한 이웃이 되기까지

“시각장애인이라고 안마만 해서는 안 됩니다. 청각장애인이라고 목수 일만 해서는 안 됩니다. 비장애인이 전문 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하듯이 장애인들에게도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인천 가톨릭장애인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홍민선(피델리스)씨는 장애인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은 있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장애인들도 자립해 자연스럽게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관련 여러 제도가 만들어지고 시민의식도 높아지고 있지만, 장애인이 모든 이에게 평범한 이웃이 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았다.

‘사회 속으로!’라는 모토로 지적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추구하는 사회복지법인 춘천교구 사회복지회 ‘애지람’ 원장 엄삼용 수사(작은형제회)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 당사자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며 “시설을 벗어나 자립해 행복하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보며 방향성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엄 수사는 “하지만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면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행복을 위해 국가가 정책을 주도해야 하며, 지역사회 기반을 구축하는 일도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탈시설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설 안에서의 수동적인 삶으로는 인간의 기본권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코로나19로 집단 시설의 문제점도 드러나 탈시설화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와 서울시는 최근 장애인 탈시설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부는 지난 3월 23일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2021년 추진계획’을 논의하며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3월 29일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를 연내 제정해 탈시설화 정책 추진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 정책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과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들의 인권과 권리, 행복 추구라는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박김영희 대표는 “장애인도 똑같은 시민이라는 것을 받아들여 함께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면 언젠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범한 이웃으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교회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 수사는 “교회는 다른 어떤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적, 물적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다”며 “교회는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하려고 노력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서 그리고 도덕 질서를 존중하는 가운데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하며 애정과 관심과 친밀감이 필요하다.”(「간추린 사회교리」 148항)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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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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