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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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 거처 옮기시는 추기경님, 편히 쉬소서”

정진석 추기경 장례 미사 고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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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 미사가 1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되고 있다. 이날 미사에는 250명의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참여해 고인의 천상 안식을 기원했다. 리길재 기자



장례 미사 중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의 애도 서한을 교황대사 알프레도 슈에레브 대주교가 대신 낭독했다. 또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교황청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도 애도 서한을 보냈다. 이어 주교단 대표로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사제단 대표로 소신학교 제자인 백남용(원로사목자) 신부, 수도자 대표로 정응희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평신도 대표로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 회장이 정진석 추기경을 떠나 보내는 고별사를 낭독했다.



<애도 서한>

▨프란치스코 교황

전 서울대교구장이신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을 듣고 저는 깊은 슬픔을 느꼈습니다. 이에 서울대교구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의 말씀을 전하며 기도로 함께할 것을 약속합니다. 오랜 세월 한국 교회와 교황청을 위하여 봉사하신 정진석 추기경님께 여러분들과 한마음으로 감사드리며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연민 어린 사랑에 추기경님의 고귀한 영혼을 맡겨드리는 장엄한 장례 미사에 참여하는 모든 분과 함께하겠습니다. 부활의 확고한 희망 안에서, 정진석 추기경님의 선종을 슬퍼하는 모든 분께 부활하신 주님의 위로와 평화를 보증하는 징표로 저의 진심 어린 사도적 축복을 보냅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의 선종에 애도를 표합니다. 정 추기경님의 신앙과 교회를 향한 지칠 줄 모르던 수고에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보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은 전 서울대교구장이신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을 듣고 애석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추기경님과 사제단, 수도자와 평신도 여러분께 저희의 심심한 위로를 전해드립니다. 또한, 이 애도의 시간에 저희 인류복음화성이 함께 할 것임을 약속드리며, 정 추기경님의 영혼을 전능하신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에 맡겨 드립니다.



▨교황청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

4월 27일 영원한 생명의 땅으로 건너가신 로마교구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성당 명의본당 사제 겸 전임 서울대교구장이신 거룩한 가톨릭교회의 지극히 공경하올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께서 그리스도의 평화 안에 잠드시길 기도합니다. 정진석 니콜라오 형제 추기경은 1931년 출생으로, 1961년에 사제서품, 1970년에 주교 서품을 받았으며, 2006년 추기경직에 서임 됐습니다. 하느님께서 지극히 공경하올 정 니콜라오 추기경님의 영혼을 보호해 주시길 기도하며 복된 영원한 안식으로 인도하시길 기도합니다.



<고별사>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혹한의 겨울을 보내고 이제 온갖 초목이 연둣빛으로 새 옷을 갈아입는 계절, 형형색색의 봄꽃들이 그윽한 향기와 함께 그 자태를 뽐내는 계절의 여왕이라 일컫는 5월 ‘성모님의 달’ 첫날에, 우리는 한국 천주교회의 큰 어른이신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을 주님께 보내 드리는 슬프고 허전하기 그지없는 이승에서의 작별 순간을 맞고 있습니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 1코린 9,22)이라는 당신의 사목 표어에 따라 다른 이들을 위해 전 생애를 봉헌하신 추기경님을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돌려 드려야 하는 시간입니다.

추기경님은 1961년 3월 사제품을 받으시고 주님 품으로 가시기까지 꼭 60년 1개월 2만 1956일을, 1970년 10월 주교품을 받으시고 50년 7개월 1만 8470일을 오롯한 마음으로 주님과 성교회에 봉헌하셨습니다. 이렇게 추기경님은 1931년부터 이 순간까지 하느님 섭리에 따라 3만 2605일의 대장정 마라톤을 앞만 보고 뛰어 완주하셨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휴식과 여가, 취미와 여행, 건강과 안락을 추구합니다. 이런 것과 너무 거리가 먼 추기경님은 사목 활동을 제외하고는 충분한 휴식과 취미 생활조차 마다하시고, 작은 거실과 서재를 우주 삼아 오가시며 오직 교회와 사람들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서 기도와 묵상, 독서와 집필에만 몰두하셨습니다.

추기경님의 온화하신 성품과 따뜻한 마음, 평소에 보여 주셨던 검소함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기에 추기경님을 보내 드리는 우리는 든든한 버팀목과 무성한 잎이 달린 큰 나무 그늘을 빼앗긴 상실감을 억누를 길이 없습니다. 추기경님은 늘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자애로우신 아버지이셨고 착한 목자로 우리 곁에 계셨습니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바지 한 벌을 18년 동안 입을 정도로 청빈한 삶을 영위하셨으며, 누가 식사 초대를 해도 혹여 형편이 안 되는 이들이 소외감을 느낄까 봐 일절 초대에 응하지 않으셨습니다.

천국으로 거처를 옮기시는 추기경님을 주님께 맡겨 드리며, 착한 목자를 우리에게 보내 주신 주 하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우리는 추기경님께서 일생 한국 천주교회에 베풀어 주신 큰 사랑과 영적 보화를 남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지상에 남아 있는 우리는 오래오래 추기경님을 생각하며 그리워할 것입니다. 세상의 십자가를 모두 내려놓고 주님 품 안에 드신 사랑하올 정 추기경님! 우리나라 국민을 위한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로 한국 사회를 비추어 주시고, 이 땅의 모든 이가 행복과 보람을 느끼며 살도록 주 성모님께 기도하여 주십시오. 무겁고 혹독하게 짓누르던 육신의 고통과 아픔 없는 하느님 나라에서 거행되는 천상 전례에 참여하시며,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빕니다.



▨백남용 신부(사제단 대표/원로사목자)

사랑하는 추기경님, 제자 백남용입니다. 서울 양반들의 특유하게 느릿한 “으응, 왔어?”하는 음성이 들리지 않아 왈칵 설움이 앞서네요. 3년간 소신학교에 선생 신부님으로 계실 적에 내내 담임을 맡으셨던 유일한 제자반이었지요. 저희가 고1 입학식을 한 직후에 부임하셨고 또 고3 졸업식을 하기 직전에 다음 임지로 가셔서 유일한 제자반의 입학식과 졸업식도 참석치 못하셨음을 두고두고 아쉬워하셨지요. 서울대교구장으로 오셨을 때 교구장 취임 축가를 작곡하고 또 연주해드렸더니 “제자 중에 음악가가 있어서 이렇게 나만을 위한 노래를 하나 갖게 된 사람도 별로 없을 거야” 하시며 행복해하셨고 스승의 날이면 추기경 수단 빛인 주홍색 장미 100송이를 들고 인사드리면 아버지처럼 웃으시며 좋아하셨죠. 이런 사연들은 물론 저와 스승님 사이의 이야기지만, 많은 사제와 평신도들과도 비슷한 사연들이 셀 수 없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수많은 따뜻한 추억들을 남겨놓으시고 이젠 저희 곁을 떠나 천국으로 가시는군요. 그래도 모든 성인이 이루는 통공 가운데 늘 함께 있을 수 있다고 믿어 위로가 됩니다. 하늘나라 가시는 길에 노자로 쓰시라고 남아있는 저희 모두의 마음을 모아 큰 기도 보따리를 싸드립니다.



▨정응희 수녀(수도자 대표/ 샬트로 성 바오로 수녀회)

저는 지난 5년 동안 추기경님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무거운 직책을 수행하면서 다행스럽게도 한 해에 여러 차례 정 추기경님을 뵈올 수 있는 시간이 저에게 주어졌는데 그때마다 추기경님께서는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헤아리시며 영적인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로 인해 저는 당시 어려웠던 문제들을 주님께 신뢰하면 하나하나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온갖 우여곡절을 꿋꿋하게 헤쳐나가시는 추기경님의 뿌리 깊은 신앙과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지혜를 배울 수 있어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언젠가 제게 「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라는 최양업 신부님의 라틴어 서한을 번역하시면서 교회를 사랑하셨던 최양업 신부님의 심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던 추기경님께서는 늘 마음에 최양업 신부님에 대한 존경심이 있으셨던지 그분의 시복시성에도 큰 관심을 보이시고 애써 주셨습니다. “있는 것을 다 나눠주고 싶다”고 하셨던 추기경님의 나눔의 마음을 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교회의 인자하신 아버지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 그동안 교회를 위해 많이 기도해주시고 애써 주신 모든 은혜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추기경님의 교회의 어른으로 모시면서 가까이에서 뵈올 수 있었던 것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고마우신 추기경님 안녕히 가십시오. 하느님 안에 평안히 머무십시오.



▨손병선 회장(평신도 대표/한국평협 회장)

한평생을 하느님 뜻에 따라 사랑의 목자로 살아오신 공경하옵는 니콜라오 추기경님! 생전에 “국민들을 위한 밤하늘의 작은 별이 되고 싶다”는 말씀처럼 모든 이에게 모든 것 바치며 사시다 봄 하늘의 별이 되어 주님 품에 안기셨으니 이제 편히 쉬십시오. 위중하셨던 힘든 시기에 저희에게는 추기경님을 함께 기억하며 선종의 기쁨을 누리시도록 기도드릴 수 있는 은총의 시간이었다고 여겨집니다. 작은 기적을 보이시며 투병 중에 보여 주신 온유함과 무소유의 모범은 부족한 저희에게 큰 귀감이 되셨으며 행복한 삶의 의미와 복된 죽음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 마지막 유훈으로 남기신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이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기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추기경님께서도 이제 아픔도 슬픔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영면하시길 기도합니다.

정리 =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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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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