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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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에게 모든 것’ 내어 주고 1평 묘소에 잠들다

정진석 추기경 장례 미사 이모저모 / ‘양들을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준 착한 목자’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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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평생 60년 동안 착한 목자로 살았던 고 정진석 추기경의 운구 차량이 명동대성당을 빠져 나가고 있다. 이정훈 기자



한국 교회의 큰 목자였던 정진석 추기경이 떠나는 마지막 길에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신자들은 한마음으로 추기경의 영원한 천상 안식을 기원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성당에 들어가지 못한 신자 1000여 명도 1일 오전 장례 미사가 봉헌된 명동대성당 일대에서 기도를 바치며 마지막 배웅을 했다. 가톨릭평화방송(CPBC) TV는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TV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추기경님,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1일 오전,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일대에는 장례 미사를 준비하기 위해 봉사자들이 일찌감치 도착해 질서 정연하게 움직였다.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에 장례 미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손 소독제와 체온계를 마련하고, 미사 참여자 명단에 있는 이들만 입장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미사 참여자 수는 성당 전체 좌석의 20인 250명으로 제한했다.

오전 7시부터 차량 안내 봉사에 나선 서울대교구 운전기사사도회 이종태(마르티노, 방화3동본당)씨는 “30여 년 운전기사사도회에서 봉사하면서 정 추기경님께 견진성사를 받았는데 떠나 보내드리려니 마음이 서운하다”면서 “고 김수환 추기경님과 정진석 추기경님 두 분의 장례 때 차량 안내 봉사를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여덟 살 손자와 함께 대구에서 온 송필근(엘리사벳, 대구 송현본당)씨는 “정 추기경님이 가시는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니 가슴이 뭉클하다”면서 “위대한 목자의 길을 걸으신 추기경님 뜻에 따라 진실하게 신앙 안에서 공동체 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 장례 미사 강론 중 울컥

“교회의 큰 사제이자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참 슬프고 어려운 일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이제 의지하고 기댈 분이 없어 참 허전하다’고 하시던 정 추기경님의 말씀을 저도 더 깊이 실감하게 됩니다. 저도 마음으로 정 추기경님을 많이 의지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뵙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습니다.”

염 추기경은 담담한 표정으로 장례 미사 강론을 시작했지만, 정 추기경을 의지했다는 대목에서 감정이 북받쳤고 울먹거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성당에는 정적이 맴돌았고, 침묵 안에서 신자들도 눈물을 훔쳤다.

정 추기경의 삼나무 관 위에는 고인의 사목표어였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1코린 9, 22)이 적힌 성경이 펼쳐져 있었다.

고별식이 끝난 후, 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는 서울성모병원 의료진과 비서 수녀, 신부를 비롯해 조문 기간에 빈소를 찾아준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손 주교는 “정 추기경님을 통해 양들을 아끼고 사랑하여 그들을 위해 꾸준히 기도하고 저술 활동을 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착한 목자를 보았다”면서 “비록 추기경님처럼 큰 별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하느님을 오롯이 공경하고 기쁘게 이웃 사랑을 실천하면서 작은 별이라도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손 주교는 “가톨릭평화방송과 평화신문 등 교계 및 일반 매스컴이 추기경님의 미처 드러나지 못했던 진면목과 참모습을 새롭게 조명해줬다”며 감사의 뜻도 전했다.

올해 사제품을 받은 사제 9명은 영정 사진을 들고, 고인을 운구했다. 관을 운구한 최진묵(목5동본당 보좌) 신부는 “추기경님께서 하늘나라에서도 신학생과 사제들을 위해 기도해주시리라 생각한다”면서 “추기경님이 보여주신 참된 신앙인의 모습, 착한 목자의 모습을 따라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충남 서산 해미순교성지에서 온 임순자(마르가리타, 83)씨는 “명동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추기경님을 많이 만났다”면서 “추기경님은 마음이 깊고 따뜻한 친오빠 같았다”고 회고했다.

명동대성당 조종 울리고 운구 차량 떠나

명동대성당에 입장하지 못한 신자들은 성당 마당에 모여 정 추기경을 추모했다. 신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휴대전화로 가톨릭평화방송 TV로 생중계되는 정 추기경의 장례 미사를 시청하기도 하고, 마당의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성가와 기도를 들으며 함께했다.

이른 아침 비가 내리고,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신자들은 미사 후 추기경의 관이 성전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탄식하며 슬퍼했다. 추기경과의 지상 이별을 슬퍼하며 흐느껴 우는 신자들, 영정을 향해 손을 흔드는 이들도 보였다. 힘에 부쳐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이의 모습까지, 평생 교회를 위해 헌신한 고인을 향해 많은 이가 눈물을 쏟아냈다. “추기경님,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낮 12시 16분. 운구 차량이 출발하자, 명동대성당도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듯 조종(弔鐘)을 연신 울렸다. 신자들은 운구 차량이 지나간 길을 바라보며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묘현면 서울대교구 성직자 묘역. 1시 10분, 운구차가 도착하고,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하관 예절이 거행됐다. 정 추기경의 묘소는 2010년 선종한 김옥균 주교의 묘소 옆자리 1평 공간에 마련됐으며, 성모 성월에 접어든 이날 안장됐다. 추기경의 묘비에는 그의 사목표어였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새겨질 예정이다.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로 전한 하관 예절에는 1500여 명이 동시 접속해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함께 지켜봤다.



3일 명동대성당과 묘역에서 추모 미사

한편, 3일 명동대성당과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성직자 묘역에서는 각각 염수정 추기경, 총대리 손희송 주교 주례로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고 정진석 추기경 추모 미사에서는 정 추기경의 육성이 흘러나왔다. 고인은 “여러분 행복하게 사세요”라면서 가톨릭 성가 ‘순례자의 노래’를 불렀다. 생전의 정 추기경 육성을 들은 신자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염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정 추기경을 추모하는 이유는 추기경의 사랑의 가르침을 마음에 잘 새겨 실천하여 우리의 삶에서 본받고자 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추기경이 남기신 중요한 선물은 인간의 삶에서 물질이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사랑과 나눔임을 알게 해 주신 것”이라며 “교회도 앞장서서 정 추기경님을 통해 배운 영원한 가치를 지향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길재·이지혜·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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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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