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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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 선종] 장례미사·하관예절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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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오전 10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성당 안이 교회와 우리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큰 어른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으로 가득 찼다.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와 용인 성직자묘역에서의 하관예절 모습을 전한다.



큰 어른 떠나보내는 아쉬움

◎… 성당을 가득 채우는 장엄한 오르간 연주와 함께 정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시작됐다. 한국 주교단이 공동 집전한 장례미사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유가족과 교구 원로사목 사제들, 수도자, 신자 등 250여 명만이 참례했다.

미사에는 고인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배우 안성기(요한 사도)씨와 신달자(엘리사벳) 시인,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 황희(세바스티아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승수(다니엘) 전 국무총리 부부 등이 함께했다.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강론에서 “교회의 큰 사제이자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참 슬프고 어려운 일”이라며 “저도 마음으로 정 추기경님을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울먹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염 추기경이 울먹이자 앉아있던 신자들도 여기저기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마음을 가다듬은 염 추기경은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뵙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다”며 “이제는 우리가 그분을 위해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추억 회상하며 건넨 마지막 인사

◎… 고별사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사제단 대표이자 고인의 제자인 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백남용 신부,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정응희 수녀,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 회장이 올렸다.

백남용 신부는 재치 있는 추모사를 낭독했다. 먼저 백 신부는 “서울 양반들 특유의 느릿한 ‘으응, 왔어?’하는 음성이 들리지 않아 왈칵 설움이 앞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스승의 날이면 추기경 수단 빛인 주황색 장미 100송이를 들고 가면 아버지처럼 웃으시며 좋아하셨다”며 “와인 한잔을 사랑하시는 스승님, 이젠 수고 내려놓으시고 주님의 천상식탁에 앉아 편히 음미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마음을 모아 큰 기도 보따리를 싸드린다”고 덧붙였다.

고별사 끝에는 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가 고인을 대신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손 주교는 “만약 정 추기경님이 말을 하실 수 있다면 ‘감사하다, 고맙다’고 하실 것”이라며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을 비롯해 친자식 이상으로 아픈 정 추기경 곁을 지켜준 비서 수녀와 조영관 신부(동성고등학교 교장), 지난 5일간 빈소를 찾아와준 조문객 등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많은 신자들 배웅 속에 떠나

◎… 이날 성당 마당에는 성당에 입장하지 못한 신자를 포함해 추모객 1200여 명이 함께 정 추기경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별도로 마련된 공간은 없었지만 많은 신자들이 미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마당 주변을 둘러싸고 정 추기경의 관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2시간에 걸쳐 거행된 장례미사가 끝이 나자 정 추기경의 관은 성당 밖 운구차로 옮겨졌다. 이어 ‘조종’(弔鐘)에 맞춰 영면에 들어갈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으로 운구됐다. 정 추기경의 운구차는 정부 차원에서 국빈급으로 예우를 받아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용인공원묘원으로 향했다. 운구차가 지나가자 신자들은 성호경을 긋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등 저마다 정 추기경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했다.

이날 미사 참례를 위해 새벽 6시에 명동에 도착한 표옥희(크리스티나·서울 압구정동본당)씨는 “추기경님의 마지막을 지켜보기 위해 조문 첫날부터 매일 이곳에 와서 조문하고 연도 드리고 미사도 봉헌했다”며 “훌륭한 분이 떠나 슬프기도 하지만, 편안하게 하느님 곁으로 가셔서 행복하다”고 밝혔다.



비 소식에도 따사로운 햇볕 속 작별

◎… 교구 장례위원회는 성당 마당에 대형 스크린과 의자를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비 소식이 있어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 추기경이 탄 운구차가 명동을 떠나 묘소에서 하관예절을 마치는 순간까지 따사로운 봄날의 햇볕이 이어졌다.

장지인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에는 미리 모인 신자 100여 명이 정 추기경을 맞이했다. 염수정 추기경이 주례한 하관예절은 주교단과 사제단, 유가족과 신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신자들의 묵주기도 속에 하관예절이 이어졌고, 주교단, 사제단, 유가족들은 땅속으로 내려진 정 추기경의 관 위에 성수를 뿌리고, 삽으로 흙을 얹으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하관예절을 마친 후에는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자매회 수도자들이 참례자들에게 빵을 나눠주기도 했다. 꽃동네 오웅진 신부가 준비한 빵은 정 추기경에 대한 사랑을 담아 꽃동네학교 장애학생들이 만든 식빵이다.

예보됐던 비는 명동과 성직자묘역에서 각각 예절을 마치고, 정리까지 마무리된 후에야 장대처럼 쏟아졌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사진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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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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