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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는 공공재입니다] (9)기후위기, 인권의 관점에서 행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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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500만 종으로 추정되는 지구상의 생물종 중에서 가장 유명한 ‘멸종위기종’은 아마도 북극곰일 것이다. 1970년대부터 과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지구온난화’ 현상은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처음으로 국제적 의제가 되었다.

그 이후부터 북극곰은 지구온난화의 상징이 되었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서 사냥을 하지 못해 삐쩍 마른 북극곰의 이미지와 함께 귀엽고 사랑스러운 북극곰을 살리기 위해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학교 환경교육과 국제환경단체의 캠페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북극곰으로 대표되는 멸종위기종의 증가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파국적 현실의 한 측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북극곰이 기후변화를 상징한다는 것은 한편으론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자신의 삶의 위기로 진지하게 마주하지 않는 태도와 쉽게 연결되기도 한다.



■ 기후변화를 ‘삶의 위기’로 인식하기

지난 몇 년 사이, 지구적 기후운동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위기종’에 인류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인식이다. 영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조직된 기후운동 단체인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비슷하다. 2019년에 결성된 전국적 기후운동 연대체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를 내걸고, 환경운동단체들의 연대체가 아닌 노동·인권·종교·여성·환경 단체와 개인들의 연대체를 표방한 이유다. 기후변화가 단지 소중한 자연의 동식물이 사라지고 파괴되는 ‘자연 현상’에 그칠 수 없고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인류의 삶의 위기라는 자각이었다. 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를 본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전환을 의미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인권 침해가 무엇일지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매년 더 강해지고 잦아지는 태풍과 폭염 그리고 한파는 ‘자연재해’라고 불리며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직접적인 재해 피해뿐만 아니라, 건설 노동자, 배달 노동자, 농어민과 같이 옥외 노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일을 하지 못하고 농작물 피해를 겪으면서 생계의 위협을 겪게 된다. 생명권, 건강권, 생존권을 침해당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기후변화가 가져올 위험으로 지목되었던 감염병은 또 어떤가. 우리가 지금 코로나19를 통해 생생히 경험하고 있듯이 생존권, 교육권의 침해는 말할 것도 없고 일상의 모든 측면에서 과거와 같이 살아가기 어려운 제약과 침해를 경험하고 있다.

이렇듯 기후위기로 인한 삶의 조건의 악화는 인권 수준의 전반적인 하락과 악화를 야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를 ‘인권 침해’라고 규정하는 것은 이러한 상황이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문제의 원인이 인간 스스로에게 있음이 분명하고 문제를 일으킨 이들에게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어떤 상황이나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규정할 때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이렇게 ‘책임’을 물을 수 없을 때 흔히들 ‘불운’이나 ‘운명’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과 건설 노동자, 농민, 청소년들이 국가 인권위에 낸 진정 사건은 모두 기후위기를 초래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정부의 책임을 묻고자 했던 것이다.


■ 기후위기의 책임은 기업과 정부에게, 바로잡을 권리는 시민들에게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그동안 기후 침묵 사회였던 한국 사회에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자각을 호소해왔다면, 올해부터는 ‘기후정의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도 기업도 모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이를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시민들도 매우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모두 공감하고 동의하는 것 같지만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근대사회는 흔히 화석연료에 기초해 생산, 유통, 소비를 조직해온 사회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가장 큰 책임을 소비자 ‘개인’에게 물어왔다. 우리의 생활 방식이 근본적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의 관점에서는 문제를 뒤집는다. 우리에게 어떤 물건을 어떻게 생산하고 누구와 나눌 것인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었는가? 우리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권리는 소비할 권리뿐이었다. 그마저도 손에 돈을 쥐고 있을 때 이야기다. 바로 이런 경제체제를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자본 소유자들이 기업의 모든 생산 활동을 좌지우지해 왔고 정부는 이를 법 제도를 통해 뒷받침해왔다. 심각한 불평등과 함께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은 기업과 정부에게 있는 것이다. 이제 시민들이 바로 그 권리를 돌려받아야 한다. 이윤이 아닌 인간과 자연을 살리는 삶의 풍요를 생산하는 사회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의 책임 주체와 권리 주체를 제대로 세우는 인권에 기반한 ‘기후정의운동’을 통해서 가능하다.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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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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