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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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교구 연풍순교성지 ‘순례센터’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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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제자들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가 남긴 이 말씀은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알려준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신 덕분에 내게 잠시 맡겨주신 것이라면 그것을 나누는 일을 기쁘게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느님께 거저 받은 것을 기쁜 마음으로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충북 괴산 연풍순교성지에 마련된 순례센터에 다녀왔다.



■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예수님 말씀이 실행되는 공간

뜨거운 여름 뙤약볕에도 신앙 선조의 뜻을 이어받기 위한 성지순례를 향한 열정은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순례를 마치고 나면 얼음이 가득한 시원한 음료가 절로 생각나기 마련이다.

“여기서 쉬었다 가도 되나요?”

지난 7월 16일 연풍순교성지 순례를 마친 한 노부부는 34℃가 넘는 무더위에 쉴 곳을 찾다 순례센터에 들어섰다. 경기도 일산에서 괴산까지, 먼 길 오느라 여유 있게 앉아서 쉬지 못했던 부부는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실 곳을 찾다 성지 가장 안쪽에 있는 순례센터를 발견했다.

“식사도 하시고 차도 마시고 묵상도 하시면서 편하게 있다 가셔도 됩니다.”

순례센터 봉사자는 편하게 머물다 가라며 성지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추천했다.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메뉴판을 읽던 순례자는 가격이 적혀있지 않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봉사자는 순례센터의 특별한 카페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곳에서는 자기 돈을 내고 커피와 음료를 사 드실 수 없습니다. 전에 오신 순례객들이 봉헌하신 금액으로 얻어 마시는 것이죠. 원하신다면 다른 분들에게 커피와 음료를 거저 주실 수 있지만 원하지 않으시면 봉헌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탈리아에는 ‘카페 소스페소’(Cafe Sospeso)라는 문화가 있다. 이탈리아어로 ‘매달린’이란 뜻인 소스페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통에 가난해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두 잔 값을 내고 커피를 마시던 것에서 유래했다. 한 사람이 더 낸 커피 값을 유리창에 붙였고 이것을 보고 카페를 찾은 이들은 돈을 내지 않고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카페 소스페소 문화를 차용한 순례센터에도 다음 사람을 위해 커피 값을 대신 내준 사람들의 이름이 안내판에 빼곡히 붙어있다. 적게는 1만 원부터 많게는 10만 원까지, 거저 받은 것을 거저 주기 위한 순례객들의 따뜻한 나눔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넉넉하진 않지만 순례센터는 봉헌된 금액의 일부를 매달 필요한 시설이나 수도회에 기부하고 있다.

연풍순교성지 담당 권상우 신부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공짜가 단 하나 있는 데,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이라며 “연풍순교성지에 기도하러 오신 분들이 하느님에게 공짜로 받은 것들을 뜻깊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순례센터 운영을 이같이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작은 배려 덕분에 뜻밖의 기쁨을 선물 받은 노부부는 “기분 좋게 이곳에 머물다 간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얻은 것보다 더 큰 금액을 봉헌함에 넣고 돌아갔다.






■ 순례객들의 쉼터

연풍순교성지 정문에서 가장 안쪽에 자리한 순례센터는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단체 순례객이 줄어들면서 순례객들의 식사 공간을 쉼터로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지난해 연풍순교성지 담당으로 부임한 권상우 신부가 순례센터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쓴 것은 ‘쉼’이었다.

“코로나19로 단체 순례객이 줄었지만 조용한 분위기에서 기도를 원하는 개인 순례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순례객들이 줄었다고 공간을 비워둘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순례센터를 계획했죠. 성지의 정취를 느끼고 힐링할 수 있도록 카페처럼 공간을 꾸몄습니다. 성지 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쪽에 큰 창을 내고, 오래 앉았다 가실 수 있도록 의자는 최대한 편안한 것으로 골랐죠.”

신앙 선조들의 순교터가 있는 연풍순교성지에는 대형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뿐만 아니라 탁 트인 공간에 마련된 십자가의 길, 황석두 루카 성인의 묘와 다섯 성인상 등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있는 연풍순교성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순례센터다. 순례센터는 한쪽 벽과 천장에 큰 창을 내 성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곳을 찾은 순례객들은 최양업 신부와 프랑스 선교사 칼레(강 니콜라오) 신부가 교우들을 만나기 위해 넘나들었던 이화령의 산세를 눈에 담으며 기도와 쉼을 함께할 수 있다. 시원한 커피로 나누는 이웃 사랑은 덤이다.

※후원계좌 300061-01-000363 우체국, 413044-51-018522 농협(예금주 연풍성지)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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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7-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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