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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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된 ‘탈원전’ 공방… 비상행동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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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탈원전’의 방향을 되돌리려는 집요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빌미로 핵산업의 부흥을 꾀하는 위험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교회는 명확하게 핵발전이 인간 존엄성과 생명권을 훼손한다고 규정하고 타협의 여지없이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최근 격화된 ‘탈원전’ 공방을 들여다보고, 교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탈핵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세상을 모색해본다.


■ ‘탈원전’ 정책에 대한 거센 공격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 간의 공방이 뜨겁다.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을 비교 검증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과열 양상을 보인다. 그러한 공방 중 ‘탈원전’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야당 측 후보들과 핵 산업 관계자들은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의 주요 기조인 ‘탈원전’을, 전력 수급 문제 및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과 연관시켜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력한 야당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출마 선언 직후인 7월 5일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 탈원전 정책 폐기와 핵 관련 산업 부활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튿날 카이스트를 방문해서도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현 정권의 탈원전 ‘폭주’가 전력 수급 위기 상황을 초래하고 다방면의 국가적 손실을 가져왔다며 ‘빠른 유턴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 여당과 정부 안에서도 ‘탈원전’ 정책 부정

여권 안에서도 탈원전 정책 기조를 부인하는 듯한 주장들이 중구난방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사실 그간 야당과 보수층, 핵산업계로부터의 탈원전 정책 폐기 압력을 받아오면서 탈원전 기조에 대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탈원전 구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6월 16일과 17일 원자력을 기후위기 대응의 유력한 방안으로 지지하면서,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과 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제안했다. 송 대표는 2019년에도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검토해야 한다며, 원자력산업 발전과 화력발전소를 대신하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2017년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의 에너지 정책은 명확한 ‘탈원전’이었다. 이에 따라 노후 원전 폐쇄,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40년 후 원전 제로 국가로의 탈원전 로드맵 마련, 설계 수명이 남은 원전의 내진 보강 및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부터 해체 추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큰 표 차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100대 국정 과제 수립 등을 통해서도 탈원전 정책 추진 의사를 명확히 했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재앙’으로 규정하고 정책 폐기를 추진했으나 총선 패배와 함께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 ‘탈원전’ 정책은 19대 대선 때와 달리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고, 이는 야당과 원전 지지 단체들의 계속된 요구와 공격에 정부와 여당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왔음을 보여준다.


■ 일관성 없는 모순적 정책 추진

이미 시민사회단체들은 현 정부의 탈원전 의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탈원전의 정책 기조를 표명했지만, 이를 실현할 어떤 제도적 뒷받침도 지금까지 마련하지 못했다. 오히려 신한울 3·4호기 공사 계획 허가 기간을 연장해 주었고, 조만간 수명이 다하는 고리 2호기에 대해서도 여전히 폐쇄 계획을 내고 있지 않다.

특히 탈원전을 지향한다면서 핵발전소 수출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지원에 앞장서는 정부와 여당의 모순적인 탈핵 정책은 보수 언론과 핵산업계로부터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라는 요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심지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7월 21일 SMR과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원전 해체 기술 등을 연구 개발하는 국내 최대 규모 원자력 연구산업단지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착공했다.

2025년까지 5년 동안 총 3263억 원을 투입하는 이 사업 착공식에서 김부겸 총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원자력 기술력은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 정부는 ‘탈원전’을 표방하면서도 원전 기술을 경제 성장의 주춧돌로 여기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 핵발전에 대한 교회의 시각

핵무기와 핵발전 등 핵 관련 기술 이용에 반대하는 교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2013년 10월, 당시 주교회의 의장이던 강우일 주교는 담화문 ‘우리는 생명을 선택해야 합니다’를 통해 교회의 탈핵 입장을 선언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소책자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 핵발전에 대한 한국천주교회의 성찰」을 펴냈다. 교회는 사회교리에 따라 핵 과학과 기술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을 침해한다고 본다.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에 대한 절대적 반대는 물론, 핵발전 또한 ‘경제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경제적 권리는 생명권을 앞설 수 없으며, 생명권은 모든 권리의 근거이다.

핵기술은 오염으로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어 환경권을 침해하고, 그 파괴력과 위험성은 인간의 공동선을 지향할 수 없도록 한다. 개인과 민족, 지역 등의 소외와 착취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핵기술은 ‘지상 재화의 공동 사용권’ 또한 침해한다. 이외에도 핵기술은 많은 사회적 약자를 양산해 교회의 가르침인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우선적 선택’에 대해서도 어긋난다. 결국 교회는 어떤 형태로든 핵이 인류와 공존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


■ 시민사회의 탈핵 비상 선언

시민사회와 환경단체들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대선 후보들과 여야 주요 인사들의 탈원전 공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오는 8월 24일 대대적인 탈핵 비상 선언 대회를 통해 시민사회의 탈원전 의지를 결집할 예정이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부산에너지정의행동이 지난 6월 한 달 동안 보도된 탈핵 관련 언론 보도 기사를 모니터링했다. 총 7000여 건의 기사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 일색이었다. 잘못된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 수급에 문제가 생겼고,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의 전기요금으로 충당된다는 주장, 그리고 탈원전 정책 실패로 정부와 여당이 다시 원전에 목을 맨다는 식의 분석이 대부분이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은 현존하는 가장 깨끗한 기술인 핵발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탈원전 정책은 현재 정부와 여당의 모순적인 정책 추진, 보수 야당과 핵 산업의 부흥에 초점을 맞춘 언론들의 집중 보도 등으로 인해 풍전등화의 형국이다. 지구 생태계와 환경을 살리라는 경고인 기후위기라는 위험은 핵 산업의 부흥을 위한 명분으로 전락했다.

시민사회의 ‘탈핵 비상 선언’은 이처럼 긴박한 시국을 타개하려는 절박한 움직임이다. 사회적 가르침을 통해 핵기술에 대한 절대적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교회와 그리스도인들 역시 이러한 탈핵, 탈원전의 절박한 시대적 요청을 위해 적극적이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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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7-2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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