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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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전체 장식한 ‘최후의 심판’...사실주의적 인물 묘사 돋보여

[슬기로운 성당이야기] (12)토르첼로의 산타 마리아 아순타 대성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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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 마리아 아순타 대성당 최후의 심판 모자이크.

▲ 스크로베니 경당에 있는 지오토의 최후의 심판.

▲ 산타 마리아 아순타 대성당 제단.



로마에서 지내다 보면 많은 순례자를 만나게 되고, 개인적으로 아는 지인을 위해서 가이드 역할을 한다. 멀리서 찾아온 순례자를 위한 일정을 준비하다 보면 로마에서 꼭 보여드려야 할 리스트들을 정리하게 된다. 그중에서 빼놓지 않는 곳이 시스티나 성당이다. 시스티나 성당을 찾아간 사람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와 ‘최후의 심판’이다. 미켈란젤로의 이 예술 작품을 통해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대한 경외와 찬미, 그리고 감사를 드리면서 또한, 세상의 마지막 날에 주님 앞에 선 자신을 떠올리며 겸손을 배우는 시간이 된다. 이러한 찬미와 겸손의 시간을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탑이 유명한 토르첼로에서 또다시 갖게 된다.





감탄을 자아내는 최후의 심판 모자이크

이코노스타시스를 통해 제단에 들어가서 단순한 제대와 앱스에 있는 성모상, 그리고 가대석으로 반원형으로 둘러싸인 주례석을 바라보며 그 단순함을 생각하다가 돌아서면 동공이 커진다. 성당의 출입구가 있는 서쪽 벽을 장식한 최후의 심판 모자이크는 성당을 나가려는 순례자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멈추게 하는 감동을 준다. 이 모자이크는 11세기 후반부터 12세기까지 제작되었다. 벽 전체를 장식하고 있는 규모만으로도 압도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최후의 심판 도상이다. 맨 위쪽부터 시작해서 정확하게 6단계 15장면으로 구성된 최후의 심판은 각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6단계 15장면으로 구성된 최후의 심판

이 6단계 구성의 시작은 맨 윗부분에 있는데, 예수님의 십자가가 있는 골고타 언덕 장면으로 성모님과 요한 사도가 십자가 양쪽에 서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아나스타시스(Anastasis) 도상으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저승으로 내려와 쇠사슬을 풀고 그곳에서 기다리는 영혼들을 해방시켜주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여기에는 아담과 하와, 다윗과 솔로몬이 해방된 영혼들과 함께 있다. 이 모든 이를 양쪽 끝에서 대천사 미카엘과 가브리엘이 지키고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심판자 예수님을 중심으로 양쪽에는 성모님과 요한 세례자, 그리고 12사도가 자리하고 있다. 네 번째 단계는 ‘준비’를 뜻하는 에티마시아(Etimasia) 단계로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준비하는 빈 옥좌에 대한 경배로 이어진다. 이 단계는 주님의 재림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빈 옥좌 위에 성경이나 비둘기, 십자가 등이 있다. 이미 사심판받은 자들이 양쪽에 배치되어 있는데, 왼쪽에는 선택된 이들이 있고, 오른쪽에는 저주받은 자들의 잘린 시체들이 놓여 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단계는 다섯 장면으로 천국과 지옥의 모습이 장식되어 있다. 왼쪽 두 장면은 천국을 묘사했는데 꽃밭 위에 성모님이 천국의 문 앞에 있고 하단에는 구원받은 영혼들과 함께 아브라함이 묘사되어 있다. 반면 오른쪽에는 저주받은 영혼들로 둘러싸인 사탄이 유다를 잡고 있다.



라벤나의 모자이크와는 완전히 다른 사실주의적 인물 묘사가 특징

이러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최후의 심판은 오랜 역사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여기에 독특한 도상과 표현이 단연 돋보인다. 등장인물들을 살펴보면 비잔틴 모자이크의 대표주자인 라벤나의 성당들(5~7세기)에 나타난 인물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천천히 살펴보면 모든 묘사에서 비잔틴 교회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사실주의적 묘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러한 단계별 구성과 사실주의적 표현은 그 후 지오토가 그린 최후의 심판(파도바 스크로베니 소성당, 1305년)에 영향을 미쳤고, 이 영향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1536년)으로 이어진다.



공포심과 두려움이 아닌 부활의 희망을 주는 최후의 심판

최후의 심판이 성당에 그려지는 이유는 단순히 성당을 나가기 전 신자들에게 공포심을 상기시키는 도덕적인 경고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전례의 마지막 페이지를 나타내며 신자들에게 자신들이 가고 싶은 세계를 알고 교회를 떠나라는 의미이다. 곧 이렇게 하여 “그들은 영원한 벌을 받는 곳으로 가고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으로 갈 것이다”(마태 25,46)라는 예수님의 최후 심판에 관한 말씀을 기억하게 한다.



복원작업으로 인하여 발견된 옛 프레스코화

이 성당을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2020년에 일어난다. 2019년 시작된 성당 복원은 약 1년간 88만 유로(한화 12억 원)를 쓰며 떠들썩하게 시작되었는데 2020년 그 결실을 보게 되었다. 성당 내부의 모자이크 장식 이전 프레스코화들의 조각들이 발견된 것이다. 9세기 프레스코화들로 주제는 대부분 성모님에 관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프레스코화들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이 습기 많은 늪지 위에서 1000년 이상 보존되었다는 것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었다. 현재의 성당 이름인 성모 승천 대성당은 11세기에 명명되었는데, 그 이전 성당의 이름은 기록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러한 프레스코화들의 발견으로 이 성당은 처음부터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이라고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 또한 아직 이 프레스코화들을 대면한 적이 없다. 2020년 귀국해 아직 이탈리아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이탈리아로 가게 되면 바로 토르첼로 섬을 찾을 것이다. 원본들을 대면할 생각에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1년 동안 중세 시대에 건립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일곱 성당을 선정하여 이야기를 이어왔다. 이 성당들의 선정 기준은 우선, 이탈리아에 있는 중세 시대 건축된 것이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모두가 알고 있는 대성당이 아니면서도 성화나 전례 공간의 가치가 충분한 성당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두 필자가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가봤던 성당이라는 사실이다. 이탈리아에서 미술을 전공한 현지 가이드와 전례학을 가르치는 신학자가 함께 작업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새롭다고 하겠다. 처음 ‘슬기로운 성당 이야기’를 기획하며 의도한 목적은 역사·문화·종교적 가치가 있는 성당의 성화들과 전례 공간을 될 수 있으면 자세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문 단어들을 사용해야 했고, 그 성당에 가봐야 이해가 되는 조건들이 있다는 한계로 인해서 독자들이 때때로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들었으리라 생각한다.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해외 여행이 자유로워진다면 함께 지금까지 이야기한 성당들을 순례하고 싶다. 그동안 ‘슬기로운 성당 이야기’를 열심히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윤종식 신부(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박원희(사라, 이탈리아 공인 가이드)



※그동안 ‘슬기로운 성당 이야기’를 연재해 주신 윤종식 신부님, 박원희 가이드와 애독해 주신 독자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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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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