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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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에게로 이끄는 ‘바다의 별’… 해양사목, 팬데믹 속 100주년 맞아

보편 교회 해양사목 100년 의미와 부산교구 해양사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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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교구 해양사목 방선팀 봉사자들이 배에 올라 선원들과 만남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교구 해양사목 사진 제공



‘부아앙~’
 

부산과 인천항 부두에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를 들은 적 있을 것이다. 우리 항구에 문을 두드리는 대형 선박들의 경적이 때론 정겹기까지 하다. 그 중에도 축구장 크기에 버금가는 대형 화물선과 원양어선은 한 번에 길게는 3~4개월씩 망망대해를 떠다니며 세계의 수많은 항구를 오간다. 이런 대형 선박을 움직이는 이들은 그 안에 승선한 여러 국적의 수많은 선원들. 가톨릭교회는 연중 드넓은 바다 위에서 생활하는 선원들이 각국 항구에 정박하는 동안 환대와 휴식, 성사의 은총을 베푸는 ‘해양사목’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로 보편 교회가 전 세계에서 해양사목을 펼쳐온 지 100주년이 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으로 100주년 기념행사는 올해로 한 차례 연기됐다가 사실상 취소됐다. 그러나 각국 해양사목 담당 사목자와 종사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선원들이 겪는 어려움과 복지, 인권 문제까지 관심을 갖고, 심적ㆍ물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100년 해양사목의 의미와 활동상과 함께 한국 교회에서 최초로 설립된 부산교구 해양사목 이야기를 듣기 위해 5일 담당 김현 신부를 만났다.

 

선원들의 휴식과 성사 위해 탄생한 해양사목
 

보편 교회 해양사목의 발원지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이다. 영국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전개된 이후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수많은 상선과 무역선이 오가던 시기, 여러 항구에 닻을 내린 선원들을 위해 부둣가의 항구 도시 본당들을 중심으로 지역 교회가 나서서 그들을 환대하고, 쉼터를 제공하며 기도와 선행을 베푼 것이 해양사목의 시작이다. 이후 글래스고교구의 제청으로 비오 11세 교황은 국제적인 사목 단체로 승인했다. 보편교회 해양사목의 공식 설립일은 1920년 10월 4일이다.
 

이후 국제적인 사목기구로 발전한 해양사목은 전 세계 60개국 330개 이상의 부두에서 사목자 230여 명을 비롯해 평신도 봉사자까지 1000여 명이 활동하는 조직으로 발전했다. 이들은 전 세계 항구에 정박한 선박을 연간 7만 회 이상 방문하며 미사와 성사, 상담, 물품 나눔 등을 하며 고된 작업과 외로움 속에 일하는 선원들을 위로하고 있다. 해양사목은 현재 교황청 온전한 인간발전 촉진부서가 관할하며, 때마다 국제회의와 학술대회, 행사 등을 개최해오고 있다.



▲ 보편 교회 해양사목 ‘스텔라 마리스’의 새로운 로고.


 

모든 대륙을 연결하는 바다
 

2020년 해양사목 설립 100주년을 맞아 교황청은 해양사목의 공식 명칭을 ‘Stella Maris’(바다의 별 성모 마리아)로 변경했다. 지금까지 해양사도직(Apostleship of the Sea, AOS)과 혼용돼 쓰였는데, 더욱 친숙하게 불린 명칭으로 로고와 함께 교체한 것이다.
 

바다는 모든 대륙을 연결하는 통로다. 그러기에 밤낮없이 몰아치는 대형 파도를 거슬러 대륙을 오가는 선박은 셀 수 없이 많다. 문명의 발달로 지금 우리는 비행기로 원하는 나라를 오가지만, 한 세기 전만 해도 배가 유일한 해외 이동수단이었다. 지금은 각종 먹거리부터 철강, 자동차 등 인류가 누리는 모든 물품이 대형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로 옮겨진다.
 

배를 지휘하는 선장부터 여러 나라에서 고용된 선원들은 조타실과 뜨거운 엔진 열을 견디며 수개월 동안 작업에 열중한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원하는 때에 미사와 고해성사에 임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은 선상 일터를 더욱 ‘창살 없는 감옥’으로 만들고 있다. 이전에는 정박한 항구에서 상하역 작업하는 동안 선원들은 자유롭게 도시에 머물며 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각국의 봉쇄 조치로 배에서 내릴 수조차 없다. 아울러 세계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수백만 명에 이르는 선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실직했다는 보고도 있다. 또 임금 체불 등 노동 환경의 어려움으로 인권과 방역 예방의 사각지대에 놓인 선원들도 많다. 해양사목의 근본 이념이 ‘모든 선원이 공정한 근무 조건 아래에서 복지를 누리고 인권적으로 보호받도록 하자’이다. 해양사목이 필요한 이유다.

 

해양인 가족과 연대하는 부산교구 해양사목
 

한국 교회 최초로 설립된 부산교구 해양사목은 1978년 출발했다. 부산 중구 대청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부산 신항과 감만부두 등 모든 항구에 정박하는 선박의 선원들을 사목 대상으로 한다. 미사를 갈망하는 선원들을 위한 선상 미사부터 간식과 물품 등을 제공하며 환대하는 방선(訪船) 활동, 휴게 공간을 제공해오고 있으며, 선원을 가족으로 둔 해양인 가정을 위한 사목도 하고 있다. 사목회와 방선팀, 해양가족 모임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해양가족을 위한 미사는 매달 셋째 주 화요일 오후 2시 부산 가톨릭센터 6층에서 봉헌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원 복지와 인권을 위한 일에도 참여해오고 있으며, 새 선박이 건조될 때마다 축복하는 사목도 해양사목의 활동이다. 주님 부활, 성탄 대축일 등 기념일 때엔 더 풍부한 선물 나눔을 해오고 있다. 또 해양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한국해양대학교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산 미해군작전사령부도 방문해 미사를 봉헌해오고 있다.
 

부산교구 해양사목은 보편 교회 해양사목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홈페이지(stellamaris.catb.kr)를 새롭게 단장했다. 설립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을 게재해 ‘온라인 역사사진전’도 진행하고, 「가톨릭 해양」 소식지 연재 및 각종 자료 정리도 하고 있다. 모든 사목 내용은 교황청 부서와 동아시아 해양사목 담당 사목자들이 참석하는 화상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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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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