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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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입회 막은 대신 ‘사랑 담은 신앙교육’으로 두 아들 사제로 키워

[성 요셉의 해, 우리 시대 요셉을 찾아서] (6)두 아들 사제로 봉헌한 장윤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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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넘게 사무장으로 묵묵히 일하며 두 아들을 사제로 키운 장윤식(바실리오)씨.





장윤식(바실리오, 78, 서울 구파발본당)씨는 두 아들을 사제로 키운 아버지다. 주변에서 그에게 어떻게 아들을 둘씩이나 사제로 키웠느냐고 물으면 그는 머뭇거리다 조용히 대답한다.

“많은 분들의 기도 덕입니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면서 아끼면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게 가정에서의 신앙교육 아니겠어요. 본인들 의지도 중요하고, 하느님의 소명도 있어야겠지요. 무엇보다 기도해주는 분들의 은총이 가장 큰 거 같아요.”

두 아들을 사제로 키운 비결은 없었다. 자녀들에게 신앙을 강요한 적도 없다. 그저 때가 되면 하루 세끼 밥을 먹듯 기도했고, 무엇보다 아내를 극진히 아끼고 사랑해줬다.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는 일이 우선이었으며, 불평ㆍ불만의 말을 쏟아놓은 적도 없다.


▲ 두 아들 신부는 해마다 부모의 결혼기념일을 챙긴다. 두 아들이 쓴 축하 편지.



수녀를 꿈꾼 아내의 남편이 되어

아내의 꿈은 수녀였다. 전라남도 장흥에서 세례를 받고, 부산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이애임(가타리나, 74)씨는 병원에서 같이 근무한 언니에게 친척 오빠를 소개받았다. 그의 나이 26살, 오로지 수녀가 되는 게 꿈이었다. 수녀원 세 곳에 문을 두드렸지만 부모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입회 허락이 나질 않았다. 부모의 승낙 없이 입회할 수 있는 수녀원을 찾던 중 중매가 들어왔다. 그러나 부끄러움 많은 그는 얼굴 한번 제대로 들지 못한 채 헤어졌고, 서울로 돌아간 남자는 이틀에 한 번씩 부산으로 편지를 보냈다.

연애편지를 받으면서도 수녀가 되고 싶은 이씨의 마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결국 이씨는 수녀원에서 설거지라도 하며 살고 싶어 짐을 싸 동생이 사는 목포에 들렀다. 아무도 모르게 수녀원에 들어가려는 언니의 행적을 동생은 미래의 형부에게 알렸고, 장씨는 목포로 내려가 앞길을 막았다. 그 길로 처가에 가서 함께 인사를 드렸다.

아내는 조건을 달았다. 자녀를 낳으면 모두 사제와 수녀로 키우겠다는 뜻이었다. 장씨는 아내의 신앙을 받아들였고, 1973년 관면혼배를 한 이듬해에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1975년, 77년 두 아들이 차례로 태어났다.

장씨는 생활 자체가 기도인 아내를 만나 자연스럽게 신앙에 물들어갔다. 아내는 청소하면서도 늘 성모님과 대화를 나눴고, 밤늦은 시간까지 잠을 줄여가며 묵주기도를 바쳤다. 아내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는 레지오 마리애는 물론 연령회 봉사까지 한 몸으로는 부족할 만큼 봉사를 열심히 하는 아내를 늘 지원해주고 응원해줬다. 연령회 봉사로 주말 늦은 시간까지 지방의 장지에 다녀오는 아내에게 불만을 토로한 적도 없다. 손수 식사를 차리고, 두 아들을 돌봤다. 세상 물정에 약한 아내를 위해 대신 장을 보고, 옷이며 가방, 화장품까지 모두 장씨가 살뜰히 챙기며 살아왔다.

“결혼 후 47년을 함께 살았지만 저는 남편을 하느님, 성모님 다음으로 존경해요. 늘 배려해주고 아껴주는 모습이 한결같아요.”(아내)

기도와 존중, 사랑이 몸에 밴 부모 곁에서 큰 두 아들에게 신앙은 공기와 물 같았다. 주일학교와 복사단 활동, 예비신학생 모임 등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신학교에 입학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웠다.

1996년 둘째 아들이 먼저 신학교에 입학했고, 3년 후 큰아들이 뒤따라 신학교에 입학했다. 일반대학에 진학한 큰아들이 군 제대 후에 신학교에 입학하면서 동생과 학년이 같아졌다. 부모는 갓 제대하고 온 둘째에게 1년 쉬고 복학하는 것을 제안했지만 두 형제는 같은 해에 사제가 되기를 원했다.

두 형제의 우애는 남다르게 깊었다. 형은 어릴 때부터 동생의 책가방이며, 도시락가방을 들어주는 등 항상 동생을 먼저 챙겼다. 연필이나 빵 선물이 들어오면 동생이 원하는 걸 먼저 선택하게 해줬다. 형제간의 깊은 우애는 이를 바라보는 부모에게 기쁨과 흐뭇함을 안겼다.

부부는 두 아들 신부에게 해마다 결혼기념일 축하를 받는다. 1년 중 가장 큰 기념일이다. 두 아들 신부는 가정에서 상처받지 않고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란 것에 특히 감사를 드린다.


▲ 장윤식씨는“두 아들 신부님이 반듯하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며 “항상 둘이서 의지하고 살아가는 모습에 감사하다”고 했다. 왼쪽이 형 장경민 신부, 오른쪽이 동생 장경진 신부다.



▲ 결혼 전부터 자녀를 낳으면 하느님께 봉헌하는 게 꿈이었던 이애심씨. 두 아들은 2005년 7월 8일 사제품을 받았다.



두 아들을 사제로 키운 아버지

30년 넘게 성당에서 사무장으로 일해온 장씨는 두 아들에게 항상 강조해왔다. “남을 배려하고, 겸손해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하면 안 된다”고. 그는 새남터성당과 사당동성당에서 일하며 궂은일을 성실히 도맡아 했다.

장씨는 “아버지로서 아내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밖에 없다”며 “특별히 큰 사고 없이 사춘기를 보냈고, 공부하라는 잔소리도 하지 않았고, 중고등학교 시절 그 흔한 학원 한번 보내지 않고 키웠다”고 회상했다. 어린 시절, 피아노와 태권도 학원에 잠깐 다녔고, 고등학교 시절 둘째 아들이 학원에 한 달만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준 게 전부다.

장씨는 “두 아들 신부님이 반듯하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며 “항상 둘이서 의지하고 살아가는 모습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두 아들에게 어려서 남들처럼 좋은 곳에 많이 데리고 다니지 못하고, 좋은 거 먹이고 입히는 걸 충분히 못 해줘서 미안하지만 특별히 후회되는 일은 없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요즘 젊은 아버지들은 우리 시대와 달라 가정적이고 집안일이며 육아도 같이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잘하는 것 같다”면서 “사랑을 담은 신앙교육, 어려운 사람과 더불어 베풀며 사는 것을 가정에서는 꼭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부부가 47년째 결혼생활을 하며 새벽 미사와 기도 외에 잊지 않고 해온 일이 있다. 출퇴근, 등하교 등을 위해 현관문을 드나드는 가족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이다. 학교에 다녀오는 아들, 퇴근하는 남편, 봉사하고 돌아오는 아내를 서로가 포옹으로 맞았다. 지금도 사제가 된 두 아들이 집에 찾아올 때 현관문에서 안아준다. 집에 올 때도 형 신부는 여전히 동생 신부를 먼저 들여보내고, 뒤에서 현관문을 잡고 있다. 일흔이 넘은 부부는 한창 손주들을 맞이하는 친구들이 때론 부럽기도 하다.

“친구들이 손주들을 자랑하면 부러울 때가 있어요. 그렇게 좋은가 싶기도 하고요. 저도 아이들을 좋아하거든요.”

장씨는 가끔 ‘딸도 있었더라면’ 하지만, 그 생각은 바로 접어버린다. 그리곤 아내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아마 딸이 있었으면 딸도 수녀원에 갔을 겁니다.”(웃음)

장씨는 “두 아들 신부님이 올곧고, 배려심 많고, 사랑을 먼저 베풀 줄 아는 사제로 지금처럼만 살아주면 좋겠다”면서 “변치 않는 마음으로 아내를 사랑하며 화목하게 지낼 것”이라고 했다.

두 아들은 2005년 7월 8일 사제품을 받았다. 부부는 우렁찬 박수를 받았으며, 어머니는 서품식 내내 눈물을 쏟았다. 두 아들을 사제로 봉헌하고 싶은 꿈을 이뤘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에 눈물이 솟구쳤다. 두 아들의 첫 미사에서 고 김자문(당시 서울대교구 성소국장) 신부는 “엄마가 수녀원에 못 간 대신 두 아들을 봉헌했다”며 “하느님은 ‘남는 장사’를 하셨다”고 말해 웃음바다가 됐다. 두 아들은 장경민ㆍ장경진 신부로, 형 신부는 삼성서울병원 천주교 원목실에서 사목하고 있으며, 동생 신부는 국내 수학 중이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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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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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13장 9절
“간음해서는 안 된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탐내서는 안 된다.”는 계명과 그 밖의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그것들은 모두 이 한마디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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