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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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내리는 공동의 집, 우리 손에 달린 지구

[복음의 빛으로 세상보기] 기후변화 경고한 IPCC 심층 보고서와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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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온도 상승으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해수면 상승이 매년 가속화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남부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모습. 【CNS】

 


지구가 사람처럼 병원에서 ‘몸 상태’를 검진받는다면 어떨까. 이런 진단이 예상된다. 지구는 혈관과도 같은 강과 하천이 노폐물로 오염됐고, 허파에 해당하는 숲은 곳곳이 화재와 벌목으로 망가졌다. 몸속 생태계를 이루는 세포와 같은 동식물은 빠르게 사라지고, 체온은 현재 1.5℃ 가까이 오를 지경에 놓여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 검사 결과에 놀란 의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지구 환자님, 인간이라는 악성 세포 때문에 고열과 고지혈, 폐 손상이 극심합니다. 얼른 병원에 입원하셔서 긴급히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공동의 집 지구가 무너지고 있다
 

지구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산업화로 온 땅을 파헤치고, 공장을 세워 뜨거운 열을 지핀 이후 지금까지 100년 동안 지구의 지표면 온도는 1.1℃ 상승했다. 인류 역사상 1만 년 동안 올랐던 온도를 단 한 세기 만에 상승시켰다. 같은 기간 생물 개체 수는 20가 사라졌다. 10년 이내에 동식물 100만 종이 사라진다는 보고도 있다. 학계는 현재를 지구 생태계 대멸종에 버금가는 시기로 보고 있다. 우리는 벵골호랑이, 바다거북, 남극 황제펭귄, 판다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의 여파는 기후변화→이상기후→해수면 상승→생태계 파괴→먹거리 고갈→기후전쟁→인류 대위기 순으로 ‘재앙의 고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표면 온도 상승은 기후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유럽,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곳곳이 폭염과 홍수, 가뭄이 동시다발적으로, 그것도 대규모로 발생 중이다. 지난달 독일과 벨기에는 1000년 만의 폭우로 2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일본과 인도에서도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했고, 북미 지역은 50℃, 러시아와 시베리아는 35℃에 이르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기후와 사망률과의 연관성을 연구하고 있는 호주 모나시대학은 2000~2019년 이상기후에 따른 인명 피해를 조사한 연구 보고에서 “이상 고온과 한랭 기후가 매년 5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지구 온도가 10년 사이 0.26℃ 상승했으며, 지구 온난화는 극심한 추위와 더위를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10년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한랭 기후로 각각 240만 명과 118만 명이 사망했으며, 고온으로 아시아 22만 4000명, 유럽 17만 870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한반도의 경우, 지난 80년 동안 표면 온도가 1.6℃ 상승했다. 이 때문에 1990년 이후부터는 여름이 20일 길어졌다. 겨울은 그만큼 짧아졌다. 기후학자들은 한반도가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성 기후 지대였지만, 점차 아열대, 열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모두 지구가 너무 아프다는 증거다.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나비효과
 

이상기후로 인한 생태계 및 먹거리 파괴는 식량 확보 전쟁으로 이어진다. 이상기후는 인류가 먹고사는 기반인 농업을 순식간에 파괴한다. 식량 고갈과 물 부족은 곧장 곡물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급기야는 대규모 영양실조 사태를 유발한다.
 

2000년대 초중반 일어난 부르키나파소 폭동 사태와 마다가스카르 정권 붕괴부터 최근까지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과 이란의 반정부 시위 등이 모두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고갈로 발생한 이른바 ‘기후 전쟁’이다. 이로 인해 많은 이가 삶의 자리를 잃고 난민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현재 지구촌 난민 수는 공식 집계된 수만 8240만 명이 넘는다. 지구 온도가 0.5℃가 더 오르면 난민 1억 명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란 보고도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1969년 78.5에 이르던 것이 2019년 45.8로 크게 줄었다. 특히 많은 먹거리부터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특히 식량 안보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고스란히 밥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여기에 한반도 기후변화까지 더해진다면 자체 생산량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지구가 전하는 마지막 경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9일 발표한 6차 평가 보고서는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하는 데 12년이 채 남지 않았음을 경고했다. 산업화 시기 이전엔 50년에 한 번 발생하던 폭염이 1.5℃ 올랐을 때엔 그 빈도가 8.6배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관건은 탄소 배출을 비롯한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다.
 

보고서는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고 있다. 아울러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30년대에 무조건 1.5℃ 도달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밝힌다. 인류의 행동이 곧 미래의 기후 변화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임을 보고서는 다시금 전하고 있다.
 

보고서는 “기후 안정화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강하고, 빠르고, 지속적으로 줄여야 하며, 이산화탄소의 순 배출량이 0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다른 온실가스와 대기 오염 물질, 특히 메탄을 제한하는 제도와 정책은 인류의 건강과 기후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응을 모색하는 나침반이 될 전망이다. 당장 오는 11월 스코틀랜드에서 개최될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와 함께 2023년 시행할 첫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행 점검 등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관련 논의에서 과학적 근거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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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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