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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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다양한 ‘비대면 피정’으로 신앙의 목마름 채워야

6년 정든 고초골 피정의 집 떠난 전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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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기 주교가 월례 피정에서 신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 월례 성서 통독 피정을 지도 중인 최덕기 주교.

 

 

 
▲ 최덕기 주교가 고초골 월례 피정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다.

 

 


고초골 피정의 집에서 6년간 피정지도를 했던 전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가 지난 5월 말 고초골을 떠나 교구 은퇴 사제 등이 공동 생활하는 사제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최덕기 주교가 고초골 피정의 집을 떠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로 피정의 집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8월 26일 용인시 구성 평화의 모후관에서 최 주교를 만났다. 최 주교는 “비대면 피정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걸맞는 피정 프로그램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주교는 또 “코로나로 신앙생활이 어려워졌지만, 박해시대 우리 신앙 선조들은 더 어려운 상황도 견디어 냈다”며 “이 시기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성숙한 신앙인이 될 것”을 당부했다.





신앙의 목마름 채울 다양한 시도 필요

늦여름 장마로 후텁지근한 8월 말, 평화의 모후관 접견실에 최덕기 주교가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들어섰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건강 상태를 묻는 말에 “10년 전부터 먹는 혈압약 외에는 따로 먹는 약이 없다”며 “인근 법화산에 가벼운 산책을 자주 간다”고 답했다. 자리에 앉은 최덕기 주교는 6년간 머물렀던 고초골 피정의 집을 떠나게 된 소회부터 들려줬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새로운 시대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뜻이 묻어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하여 2020년 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고초골에서 피정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팬데믹 상황의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피정의 집들에 분명해진 게 하나 있는데 그것은 앞으로는 피정의 집도 ‘비대면으로 피정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나이가 들어서 비대면 기기들을 배워서 피정을 한다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빨리 자리를 비켜주어야 고초골 피정의 집 주인인 원삼골 공동체가 새로운 길과 새로운 사람을 찾아 피정을 재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지난 5월 28일 고초골을 떠났습니다.”

최덕기 주교는 “오늘날 우리 신앙인들이 피정에 대한 목마름을 가지고 있다”며 “이 목마름이 잘 채워지기 위해서는 피정의 집들이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좋은 피정이 되기 위해 피정의 집이 갖춰야 할 점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다양한 피정 그룹에 걸맞는 분야별 전문 피정 강사진의 확보 △상담 전문가의 상담 및 상담 전문가 연결을 위한 통로 확보 △피정 참가자들과의 산책 △피정 지도자와 참가자들이 격려와 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성령기도회다.

마지막으로 최덕기 주교는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평화방송과 평화신문에는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귀한 자료들이 많이 있습니다. 좋은 종교 영화나 동영상들을 자료로 묶어 제공한다면 피정의 집들을 찾은 분들에게 더 좋은 시간을 선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가톨릭평화신문에 게재한 좋은 내용들도 발췌해서 피정의 집을 찾는 이들이 e-book처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면 이것 역시 또 다른 피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팬데믹 시대, 신앙생활 방향 제시해야

피정자들도 피정에 임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주교는 “보통 하루 피정을 한다고 해도 점심을 포함해 4~6시간 피정의 집에 머물다 귀가를 하는데, 그 짧은 시간, 그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하느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기는 쉽지 않다”며 “피정을 가는 분들은 ‘꼭 하느님을 만나러 피정간다’는 마음가짐으로 피정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신앙적 어려움과 관련해 최덕기 주교는 “그냥 좀 기다리면 끝나겠지 하는 태도로는 안 된다”며 “모두가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깨닫고 최선을 다해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목자들은 앞으로 신자들이 교회생활과 신앙생활을 잘해나갈 방법을 보다 명확히 제시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구약시대에 예루살렘 성전은 이스라엘 백성이 제사와 기도를 드리는 종교적 삶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런데 기원전 586년에 성전이 파괴되었죠. 이때 예레미야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번제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것임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르쳤습니다. 그렇게 하여 정체성을 지켜나가게 되었습니다. 이 역사적 예를 통해 오늘날 우리도 힘을 내고 지혜를 모아 생명의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세상을 향한 열린 교회로

그러면서 최 주교는 “박해시대 우리 신앙 선조들은 더 어려운 상황도 견디어 냈다”며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더욱 적극적인 신앙인의 자세를 주문했다.

“지금 맞고 있는 이 사태는 우리가 성숙한 신앙인으로 발돋움하도록 촉구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때에 우리는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을 잘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가 박해 때 교우촌에 숨어 살며 가난과 박해 그리고 때가 오면 순교를 각오하던 신앙 선조들의 신앙심을 본받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최 주교는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종교를 가진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리 자신부터 굳건히 신앙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자신부터 신앙 안에 굳건히 서 있어야 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며 용기를 가지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최 주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 교회가 나아갈 방향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나왔던 ‘세상을 향해 열린 교회요 세상을 위한 교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평신도들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한국 교회가 펼치고 있는 백신 나눔 외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명동밥집, 수원교구 도시락 배달도 좋은 나눔의 예입니다. 이런 나눔 운동들이 성직자, 수도자 중심으로 해야 할 일도 있겠지만 평신도가 주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는 교회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덕기 주교는

1975년 사제품을 받은 최덕기 주교는 1997년 9월 25일 제3대 수원교구장에 착좌해 2009년 3월 30일까지 교구를 이끌었다. 암(림프종)이 발병해 조기 은퇴했다. 은퇴 후 경기 여주의 산북공소를 맡아 2016년 본당으로 승격시켰고, 2018년 6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고초골 공소에서 매월 둘째 월요일 ‘피정 지도’를 했다. 1996년 주교품을 받았으며 지난 2월 22일 주교 수품 은경축(25주년)을 지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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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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