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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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없이 산다는 것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부온 프란조(Buon pranzo)!] 10. 베네딕토 16세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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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4월 몰타 휴양도시 플로리아나에서 열린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몰타 수도 발레타의 뗏목배 선상에서 젊은이들과 만나 손을 흔들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 2006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알현하는 고영심(모니카)씨와 둘째 딸 김지휘(키아라)씨.

 

 


2010년 7월 말, 로마 피우미치노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의 검색대를 지나 출국심사대에 앉아있는 폴리치아(Polizia, 경찰)에게 여권을 들이밀며 나는 “아디오(Addio)!” 하고 말했다. 보통은 “아리베데르치(Arrivederci, 안녕, 또 만나요)”라고 하지만, “아디오”는 기약 없는 이별 인사로 쓰인다. 화들짝 놀라며 “시뇨라, 왜 그러시는데요?” 하고 대꾸하는 그에게 “아, 저는 모든 걸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떠납니다. 아디오!” 하고 다시 인사를 전했다. 영화배우 겸 감독인 조지 클루니 뺨치게 잘생긴 파란 눈의 폴리치아는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아, 더는 내 나라 이탈리아에는 태양이 존재하지 않겠군요! 제발 ‘아디오’란 말은 거둬주세요” 하고 말했다. “음, 그러시다면 생각해 보죠~.” 귀국길의 기쁨에 찬 나와 그와의 위트는 그렇게 밝고 명랑하게 주고받으며 끝났다.



“항상 기쁨(Gioia)을 갖고 사십시오”

귀국 길에 오르기 바로 며칠 전, 7월 중순 주일로 기억된다. 나는 성 베드로 광장으로 갔다. 마지막으로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 멀리서나마 작별 인사를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변이 없는 한, 사도궁(Palazzo Apostolico) 서재 창문을 통해 교황은 매주 ‘안젤루스(Angelus, 삼종기도)’를 한다. 교황을 직접 볼 기회는 매주 수요일 ‘수요 일반 알현’과 주일 ‘삼종기도’이기에 세계 각국 순례자와 신자들은 광장으로 모인다. 나는 다시 고향에서의 새로운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근심을 안고 광장에 들어섰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삼종기도가 끝난 뒤 신자들을 위해 작은 강론을 하였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항상 기쁨(Gioia)을 갖고 사십시오. 기쁨 없이 산다는 것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기쁨은 그리스도인 경험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라고 강조하였다. 당시 나는 ‘기쁨’이란 내 삶 안에서 얻어지는 개인의 성취감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부끄럽게도, “그리스도인의 기쁨, 신앙의 기쁨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슬픔과 불안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그리스도 신앙이 참으로 아름답고 의지할 만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베네딕토 16세 교황의 2012년 제27차 청소년 주일 담화문)라는 걸 그때야 알게 됐다. 그 후로 나의 좌우명은 “기쁨과 함께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가 되었다. 그래서 근심 어린 귀국길이 아닌 기쁨의 함박웃음을 띤 출국 인사를 조지 클루니를 똑 닮은 폴리치아에게 건넬 수 있었다.



제265대 교황으로 선출된 라칭거 추기경

내가 신학을 배우는 학생으로서 ‘요제프 라칭거(Joseph Aloisius Ratzinger,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본명)’의 신학 서적을 안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솔직히 내겐 어려웠다. 라칭거 당대의 신학 거장인 한스 우르스 본 발타사르(H.U. von Balthasar), 윤리신학의 버나드 해링(Bernhard Hring),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Gabriel Marcel) 등의 서적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겉멋의 학구열에서라도 나는 그들의 책이 내 눈앞에 있기를 바랐으며, 라칭거 추기경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서점에서 그의 신간을 뒤적이는 것만으로도 많이 행복해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선종하고 곧 있을 콘클라베에서 새로 선출될 교황을 보기 위하여 하교하는 초등학생인 둘째를 데리고 성 베드로 광장으로 달려갔다. 나는 내심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기를 바랐던 사람 중의 하나였다. 나는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2005년 4월 19일 콘클라베 이틀째, 하얀 연기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뿜어져 나올 때, 어디서 그 많은 신자가 쏟아져 나왔는지! 이미 신자들 입에서는 “라칭거, 라칭거!”를 외치며 성 베드로 광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광장으로 몰려드는 인파 발걸음 소리가 마치 우레처럼 들렸던 것으로 생생하게 기억난다. 광장은 물론 비아 리콘칠리아지오네까지 신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아베무스 파팜(Habemus Papam, 우리에게 교황님이 계시다)!” 이윽고 부제급 추기경이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서 이 짧은 라틴어 선언문을 선포하고, 제265대 교황 이름을 베네딕토 16세로 정한 라칭거 추기경이 열광적 환호 속에 나타났다.

교황직에 있으면서 그는 이성과 신앙의 관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그리스도교 신앙의 쇠퇴와 세속화 물결 속에서 그리스도교적 가치의 회복을 역설하였다. 그는 끊임없이 학자로서 책과 강론, 교황 문헌 등을 집필하였고, 교황직을 내려놓은 마지막 2013년 2월 말까지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나는 기억한다.



교황으로서는 최초로 달력 모델이 되다

2006년, 대학원 학회가 끝나고 바티칸 클레멘테 방(Sala Clementina)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알현할 기회가 주어졌다. 먼발치에서 뵈었던 그분을 가까이에서 뵐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었다. 영문학 대가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바티칸 순례 중 레오 13세 교황의 강복을 받으며 “순간 나의 나약한 영육이 헌 옷을 벗어 버리는 듯하였다”고 고백했던 대목이 떠올랐다. 한 여성, 또 어머니로서 가정신학을 배운다는 내게 작지만, 부드러운 음성으로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강복을 주셨다. 그는 모차르트와 바흐, 말러를 좋아하고, 피아노 연주도 수준급이다. 2007년에는 교황으로서는 최초로 달력 모델이 돼 자신의 일상을 가스텔 간돌포 휴양지에서 찍었다. 사진작가는 수백 장을 찍었는데도 12장을 골라내는 데 힘이 들었다고 한다. 워낙 수줍음도 많고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어려워했던 그였으나, 달력 수익금을 내전과 1994년 대량 학살로 고통받는 르완다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금으로 쓰는 데 도움을 주고자 기꺼이 모델이 되었다. 그는 현재 95세로 바티칸 정원 안 ‘마테르 에클레시에(Mater Ecclesiae,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에 산다. 나는 베네딕토 16세의 건강을 기원하며, 동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주님 안에서 그분과 하느님이 주신 ‘기쁨’ 안에서 살아가고 싶다. “당신의 말씀을 발견하고 그것을 받아먹었더니 그 말씀이 제게 기쁨이 되고 제 마음의 즐거움이 되었습니다.”(예레 15,16)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좋아하는 디저트, ‘키르슈미쉘’(Kirschmichel)이 오늘의 레시피다. 체리가 들어간 독일 전통식 디저트다. 그가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오렌지 맛 환타, 비밀이다) 한 잔과 함께 나도 생전 처음 만들어보는 키르슈미쉘을 한 조각 먹어 볼 것이다. “부온 아페티토(Buon appetito, 맛있게 드세요)!”



레시피 / 키르슈미쉘(Kirschmichel, 체리 케이크)

▲준비물 : 먹다 남은 빵 조각 300g, 우유 300㎖, 황설탕 40g, 향신료 바닐라 빈 1개(바닐라 에센스 3g), 계피 스틱 1개(계핏가루 3g), 레몬 껍질(깨끗이 씻은 레몬의 껍질 노란 부분), 달걀 2개, 씨를 뺀 체리 250g, 약간의 버터(내열 오븐에 바를 용도), 소금, 분설탕(powdered sugar, 슈가파우더).

→빵을 깍두기처럼 잘게 썰어둔다.

→우유에 설탕, 바닐라, 계피, 레몬 껍질을 넣고 끓인 뒤, 면포에 거른 후 식힌다.

→식힌 우유에 달걀을 잘 섞는다.

→내열 오븐 그릇에 버터를 잘 바른다.

→오븐 맨 밑에 자른 빵을 한 겹 펼쳐 깐다. 그 위에 체리 적당량을 얹는다. 빵을 다시 한 켜 펼쳐 깔고, 또 체리 적당량을 얹는다. 맨 위에 빵을 펼치고 식힌 우유를 붓는다.

→30분간 잘 스며들게 놓아두었다가 220도에서 30분 정도 윗면이 노랗게 될 때까지 굽는다.

→식으면 하얀 분설탕을 뿌린다.



▲모니카의 팁 : 빵은 식빵, 바게트, 챠바타 등 달지 않은 것이 좋다. 설탕량은 개인 취향대로 조절하고, 남은 양은 맨 위에 살살 체를 쳐서 뿌려도 좋고, 아몬드 등 견과류를 얹어도 좋다.(나의 개인적 생각) 체리의 씨는 플라스틱 빨대로 가운데를 돌려가며 넣으면 쉽게 씨를 뺄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도 좋을 듯하다.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이 전통 독일식 디저트는 요즘 같은 절약 시기에 안성맞춤 디저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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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8-0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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