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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보내주십시오] 성 베네딕도회 진 토마스 신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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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토마스 신부(토마스 모어·Joseph Wilhelm Timpte·91·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화순분원)는 자신이 ‘사제’라는 사실을 중요치 않게 여겼다. 양성 과정에 몸을 맡기니 자연스레 받게 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저 자신을 수도자, 수도승으로 자처한다. 이런 진 신부가 수도자로서 한국 땅에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알아본다.



수도 영성 잡지 「코이노니아」 편집장을 지내다


진 토마스 신부는 한국 베네딕도 수도자 모임에서 매년 발행하는 수도승 생활·영성 전문잡지 「코이노니아」 편집장으로 오랜 기간 지냈다. 1977년부터 발행된 「코이노니아」를 시작한 것도 그다. 진 신부는 “이런 성격의 잡지가 교회에 필요하다는 생각에 시작했고, 이후 여러 수도자와 논의를 거쳐 사람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수도 영성을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동료 수도자들과 함께 영성적 내용이 담긴 외국 원고의 의미가 온전히 담기도록 한국어로 번역했다. 「코이노니아」는 지금도 영성, 특히 수도 영성에 관심 있는 이들의 ‘영적 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를 제외하곤 수도 영성을 다루는 잡지는 지금도 생소하다.


최근엔 「요한 카시아누스의 담화집」 번역본이 코이노니아에 실렸다. 지금은 편집장이 아니지만, 이 담화집 출판을 위한 번역 등 과정엔 진 신부가 깊게 참여했다. 그런데 정작 출판 시기에 독일에 가 있는 바람에 출판된 줄도 몰랐다며 털털한 웃음을 지었다.


“며칠 전 왜관수도원에서 판매 중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만든 책인데 제가 구매해 봤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터라 너무 기쁘더라고요.”


종교 간 대화 주도, “타 종교에서도 배울 점 충분해”


진 신부는 종교 간 대화, 특히 불교와의 교류에 진심이었다. 교회가 타 종교와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진 신부의 노력을 그의 단순한 취미 중 하나로 여기는 이도 있었다. 성 베네딕도회가 정식으로 불교와의 대화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이 주제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는 게 알려졌다. 


진 신부는 “교회도 최근 계속해서 종교 간 대화를 권고하고 있듯이 타 종교와의 진심 어린 소통은 세상 평화에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 종교들과 대화하면 서로의 다름 속에서도 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하나의 종교를 뛰어넘은, 초교파적인 수도승(monk)의 면면이 모든 종교에 어느 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사실 우리 수도회 생활 양식도 이 ‘수도승’과 비슷한 면이 있어 적절한 단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진 신부는 불교 스님들을 존경스럽게 생각한다.


서로 간 왕래도 잦았다. 해인사 스님들이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방문하기도 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을 지냈던 고(故) 성철 스님과도 인연이 있다. 해외 행사로 성철 스님과 함께 지내며 얻은 화두(話頭)를 바탕으로 절에서 며칠간 묵상했다. 진 신부는 이에 더해 3000배와 관련한 일화도 전했다.


“성철 스님은 본인을 만나려는 이에게 부처님 앞에서 3000배를 먼저 하도록 했는데, 그러다 보니 스님을 만난 저도 3000배를 했을 거라는 소문이 퍼졌죠. 하지만 성철 스님은 다른 종교 성직자에게까지 3000배를 요구하지는 않으셨어요.”



한국인은 ‘행복’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라


21세기 한국은 진 신부가 처음 발을 디딘 1960년대 모습과 거리가 멀다. 그 후 62년간 한국에서 생활한 진 신부도 “경제가 비교도 안 되게 발전한 데다 외적인 생활의 변화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세계 경제 강국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면의 어두움도 명확히 짚었다. 진 신부는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나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라는 점은 외적인 발달이 과연 큰 의미가 있는지 반문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진 신부는 “한국인은 행복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아직 모르고 눈앞의 욕구만 따른다”며 “진짜 행복에 대해선 예수님께서 성경을 통해 가르치신다”고 말했다.


“부유함, 쾌락, 권력 등. 하느님께서 만든 인간인데 왜 이렇게 위험한 욕심이 많은지, 진정한 행복을 모르는지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게 요청하는 것이 기도


한국에서 사제 생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화순분원에서의 생활에 대해 진 신부는 “그저 하느님께서 날 불러가실 날을 기다린다”며 웃어 보였다. 요즘은 손님을 맞으며 인사드리고 대화하고, 강론하는 데 힘 쏟는다고 한다.


그럼 선교사이자 60여 년간 사목한 원로 사제에게 기도란 무엇일까. 진 신부는 “하느님이 좋아하시는 건 계명을 지키는 것을 넘어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우리 마음에 솟아오르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느님을 사랑하면 모든 일이 쉬워진다고 진 신부는 확신했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도 교리를 잘 아는지, 지도력이 있는지 묻지 않으셨죠. 그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그게 중요한 겁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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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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