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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사순 제2주일 - 거룩한 삶으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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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코우먼’이라는 여성 곤충학자가 나비의 생태를 연구하던 중, 나비가 태어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나비는 고치 사이의 좁은 틈을 뚫고 밖으로 나오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그 모습이 가련해 그녀는 가위로 고치의 벌어진 틈을 잘라서 더 벌려 주었습니다. 그러자 나비는 쉽게 고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그녀는 나비에게 도움을 준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지요. 그런데 고치를 빠져나온 나비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비틀거렸고 날개도 전혀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한 번 날아보지도 못한 채 버둥거리며 땅바닥을 기어 다니다가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곤충들은 원래 세상에 나오기 전 오랜 시간 힘을 쓰면서 날개에 있는 혈관들에 충분한 양의 혈액을 공급해 줘야 합니다. 그래야 날개가 튼튼해지고 힘이 생겨 평생을 날아다닐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의 값싼 동정이 그 중요한 과정을 생략하게 만들었고 나비를 날지 못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재앙’이 된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는 이처럼 혹독한 고난의 시간을 통해 단련되고 강해집니다. 그렇게 얻어진 강함이 삶을 살아갈 힘을 줍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나뿐인 아들을 번제물로 바쳐야 하는 큰 시련을 겪게 하신 것은 그가 못 미더워서라거나, 그를 시험하시기 위함이 아니라, 그가 ‘인간적’인 껍질을 깨고 당신의 참된 자녀로 새로 태어나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에게 ‘좋은 것’만 받으며 편안한 삶을 누려온 사람이 그분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진짜 친구’는 나로 인해 손해나 피해를 보게 되더라도 끝까지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이듯, 우리가 내 모든 것을 그분과 기꺼이 함께하는 그분의 ‘진짜 자녀’가 되기 위해서는 하느님 때문에 고통과 슬픔을, 더 나아가 절망과 좌절까지 경험해봐야 하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핵심 제자들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신 것은 그런 교육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이 ‘나약함’과 ‘두려움’이라는 껍질을 깨고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당신께서 거룩하게 변화하신 모습을 그들에게 미리 보여주심으로써, 그들이 마음속에 하느님 나라에서 누릴 복된 삶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도록 배려하신 점이지요. 그러나 그런 예수님의 배려가 베드로에게는 ‘독’이 되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를 동력으로 삼아 그분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으려 하지 않고, 그 영광만 계속 누리며 그 상태에 안주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가 잠시 ‘얻어 누린’ 영광은 그의 것이 아닙니다. 그는 아직 고통과 시련을 통해 자신의 껍질을 깨지 못했기에, 아직 ‘하느님의 자녀’로 온전히 변화하지 못했기에, 세상으로 내려가 ‘십자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걸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거룩한 전례를 통해 성화되고 구원받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가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으십니다. 세상 한가운데로 나아가 우리를 반대하고 미워하는 이들 앞에서 주님의 뜻을 따르는 거룩한 삶으로 자신을 변화시켜 그들을 당신께로 이끌기를 바라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자녀인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내가 받은 축복과 은총을 고통과 절망 속에 있는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그들을 위로하고 눈물을 닦아주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주저앉아버린 이웃을 일으켜 주는 것입니다. 목마르고 배고픈 이들에게 내가 가진 것을 기쁜 마음으로 나누어 그들을 살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산 위’ 즉 신앙 생활 안에서 받은 축복을 그것이 필요한 이들과 ‘산 아래’ 즉 세상에서 나눌 수 있을 때 그것은 더 큰 축복이 되어 되돌아옵니다. 그것이 ‘주님의 말을 듣는’ 것이며,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그분을 닮은 거룩한 모습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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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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