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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부활제4주일, 성소 주일-착한 목자, 나의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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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승수 신부



누군가를 ‘부름’을 뜻하는 영어단어 ‘calling’은 ‘직업’이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왜 ‘부름’을 뜻하는 단어가 ‘직업’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면 이 단어가 갖는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되지요. ‘calling’이라는 단어는 일차적으로 하느님이 부르셔서 맡겨주시는 특별한 임무, 즉 소명(召命)을 뜻하는데 부르는 주체인 하느님을 생략해 표현한 것입니다. 그랬던 것이 하느님이 내 성향과 능력에 딱 맞게 맡겨주신 일, 즉 ‘천직’(天職)을 의미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특정한 직업을 초월하여 모든 생업에까지 그 의미가 확장되어 ‘직업’이라는 뜻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런 의미를 생각한다면 매일의 삶에서 자기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 깃든 하느님의 섭리(攝理)에 순명하는 일이 바로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인 성소(聖召)에 대해 기념하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착한 목자’와 ‘양’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시는데,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이 양들을 대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면 우리가 왜 주님의 부르심을 잘 듣고 따라야 하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주님께서 당신의 양들인 ‘우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놓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수많은 ‘삯꾼’들로 넘쳐납니다. 모두가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 거짓과 폭력, 부정과 불의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가 다치거나 아파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내 말과 행동이 상대방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돈만 많이 벌면 되고, 나만 잘되면 그뿐입니다. 팍팍하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나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놓는 사람, 같은 상황이 반복되더라도 몇 번이고 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줄 사람이 있다면, 그가 하는 말은 온전히 믿고 따를 수 있겠지요. ‘착한 목자’이신 주님이 바로 그런 분이십니다. 나를 위해, 나의 행복과 구원을 위해 당신 자신을 ‘올인’하시는 분이니, 그분의 부르심은 따를 수 있고, 또 따라야만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주님께서 ‘나에 대해 가장 잘 아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모릅니다. 자신의 장점은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서 바라보고, 단점과 부족함은 감추고 숨겨서 작아 보이게 만듭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그런 ‘척’ 위선을 떨기도 하고, 자신이 저지르는 실수와 잘못에는 핑계를 대고 합리화해 ‘없던 일’로 만들려고 듭니다. 그렇게 남들을 속이고 결국엔 자기 자신까지 속여가며 자기 일에 대해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를 지어 만드신 주님께서는 나도 모르는 내 머리카락 숫자까지 다 꿰뚫고 계시며, 내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보고 계십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내 뜻과 결정을 따르는 것보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계시는 주님의 뜻과 결정을 따르는 일이 나에게 가장 유익한 길인 것입니다.

많은 젊은이가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나?’ 하는 문제로 고민합니다.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된 특별한 길, 나와 완벽하게 들어맞는 유일한 길이 있어서 그 길을 찾아야만 성공한 인생이고 그러지 못하면 실패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걷는 길이 ‘맞는지 틀린지’는 지금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매 순간 내 욕심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노력한다면,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에서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도록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는 마음’을 청했던 ‘솔로몬의 기도’를 바친다면, 주님께서 우리 삶을 충만한 기쁨과 행복으로 채워주실 것입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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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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