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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5주일, 생명 주일-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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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우 신부



한 50대 의사 선생님이 20대 전공의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일간지에 기고한 글을 읽었습니다. 응급실에서 당직을 서던 어느 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목숨을 스스로 끊으려고 약을 먹고 의식이 흐릿한 상태로 실려 왔고, 다행히 선생님의 응급조치로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답니다. 선생님은 그 학생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학생의 문제는 흔히 들을 수 있는 갈등이었지만 ‘사람은 대단하고 복잡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주 작은 가시로도 죽을 만큼 마음이 아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일상의 작은 가시가 누군가에겐 가슴을 후비는 칼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후 “선생님 덕분에 새 삶을 살게 되었다”고 감사하는 그 학생의 편지를 받았답니다. 선생님은 그전에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환자의 생명과 죽음에 대해 의사가 관여할 권한이 있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 학생의 편지를 받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사람은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극단적 결정을 하기도 하지만, 그 순간에서 벗어날 때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거구나. 생명의 본질은 결국 살아가는 것이구나.’ 그래서 힘들어하는 누군가의 손을 잡아 주는 순간 그 사람의 죽음과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의사는 치료하기에 앞서 힘들어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 주는 사람임을 그 학생이 가르쳐 주었다고 고백합니다.

오늘 한국 주교회의가 정한 생명 주일을 맞으면서 생명의 고귀함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십수 년간 OECD 국가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의 2019년 통계를 보면 10대부터 3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역시 자살이었고, 40대와 50대에서는 2위였습니다. 특히 청소년 자살률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고귀한 생명이 피어나지도 못한 채 시들어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손을 잡아 주는 이웃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합니다.

누구나 힘든 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 포도나무를 돌보시는 농부이신 하느님께서도 우리의 손을 잡아주십니다.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은 우리 마음속에 잠재된 힘과 용기를 불러내어 그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이끌어줍니다. 특히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줍니다. 포도나무인 예수님께 붙어있기만 하면, 예수님 품 안에 머물러 있기만 하면, 그 가지인 우리는 메마르지 않고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우리의 삶이 생명력으로 넘치도록, 거친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지 않도록, 예수님의 가르침과 그분의 사랑 안에 확고하게 머물러 있도록 합시다.

2020년 9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에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트위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각자에게 말씀하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 사랑에 마음을 열어라. 너에게 힘을 주는 하느님의 위로를 느낄 것이다.’” 아멘.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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