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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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6주일 - 그 분의 사랑을 믿고 그 뜻을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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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승수 신부



“처음이야 내가 드디어 내가 / 사랑에 난 빠져버렸어

혼자인 게 좋아 나를 사랑했던 나에게 / 또 다른 내가 온 거야

아름다운 구속인걸 / 사랑은 얼마나 사람을 변하게 하는지

살아 있는 오늘이 아름다워”



가수 김종서가 부른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입니다. 자유가 좋아서 혼자 고독하게 살던 남자가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누군가의 연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생깁니다. 그것은 그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이지만 그는 그 구속마저도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그녀를 ‘또 다른 나’, 즉 ‘자기 자신’처럼 여길 정도로 깊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이 자기 삶에 일으킨 긍정적 변화들을 통해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서로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따르듯, 주님과 우리 사이에도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사랑과 보호를 받는 그분의 ‘백성’이자 ‘자녀’가 된 만큼, 주님을 ‘나의 하느님’으로 모시는 사람으로서 계명을 지키고 그분의 뜻을 따라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모든 과정이 ‘사랑’ 안에서, ‘사랑’ 때문에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시면서, 당신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방식에 대해 알려주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을 사랑하신 것처럼 당신께서도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겁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사랑이시며,그분은 사람을 버리지도,벌주지도 않으신다고 믿었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실 때도,예수님은 그 죽음마저 하느님의 사랑이라 믿고,아버지 앞에 모든 것을 내어놓으며,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죽어 가셨습니다.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고 그분께 당신 자신을 의탁하는 것, 그것이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길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당신 사랑 안에 머무르기를 바라신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이들에게는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실천할 ‘의무’가 주어집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것처럼’이라는 말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양’만큼 사랑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랑의 ‘근원’과 ‘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애초에 사랑은 ‘사랑 그 자체’이신 하느님으로부터 흘러나왔고, 예수님은 그분의 사랑을 굳게 믿으며 그 안에 머무르셨습니다. 그랬기에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따라 당신 자신을 온전히 바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주님의 사랑을 굳게 믿으며 그 안에 머무른다면, 이 세상에서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 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할 수 있게 됩니다. 내 가장 좋은 ‘친구’이신 예수님을 위해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어놓는, 사랑의 ‘극치’(極致)를 실현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사랑은 위에서 시키니까 생각 없이 따르는 피동의 차원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어떤 일을 하고자 하시는지, 나와 세상을 위한 그분의 계획은 무엇이며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하고자 하시는지 그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협조자’이자 ‘친구’로서 그분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주님은 당신을 만만하게 막 대하라고 우리를 ‘친구’로 부르신 게 아닙니다. 친구 간의 우정은 참된 사랑을 그 근본으로 하지요. 예수님은 우리가 당신과 맺은 참된 우정 안에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기꺼이 그리고 기쁘게 당신 뜻을 따르기를 바라신 것입니다. 신앙생활의 근본 목적은 주님을 ‘숭배’하는 게 아니라, 그분의 뜻을 ‘따르는’ 실천이기 때문입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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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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