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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내 대소변이 땅을 살린다

최명순 수녀(필립네리, 예수성심시녀회, 진동 요셉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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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동 요셉의 집 전경.



거제본당 전 총회장님께서 손수 수고하시고 기부하셔서 헤르만 수녀님의 오랜 꿈이던 생태 화장실이 지어졌다. 간편하고 소박하지만 이로써 우리는 집안 화장실이 아닌 야외에서도 볼일을 보게 되었다. 화장실은 변기를 놓고 아래로 플라스틱 통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게 되어있다. 볼일을 마치고 왕겨를 그 위에 뿌리면 세상 깨끗하고 깔끔하다. 문을 늘 열어 놓으니 냄새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생태 화장실을 사용하기가 마음이 선뜻 동하지 않아 쉽지 않고 거북하였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용변이 보고 싶어 화장실에 갔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생긴 변을 보았다. 정말 생태 화장실로 꼭 갔으면 좋았는데 너무 아까웠다. 나도 이제 어쩔 수 없이 ‘촌줌마’가 다 되었는가? 대변을 아까워하다니. 어느 날 처음으로 생태 화장실에서 일을 마치고 나올 때 대변을 보는 일이 너무 신성하게 생각되어 성호를 그을 뻔했다. 사실 이 일은 부끄럽게 생각하고 감출 그런 일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중차대한 일이다.

이른 새벽에는 화장실 문을 열어놓고 자연을 바라보며 하늘도 보면서 개운하게 일을 볼 수도 있다. 아주 매력적이다. 우리는 소변도 플라스틱 통을 각자 하나씩 준비해서 자기가 생산한 것을 모아서 발효한 후 사용하니 화장실의 물도 쓰지 않는다. 수자원을 아껴야 할 물 부족 국가인데 지금부터라도 물 절약을 해야겠다.

우리는 화장지도 쓰지 않는다. 깨끗한 수건을 빨아 사용하면 된다. 화장지는 먼지가 너무 많아 위생에도 좋지 않다고 한다. 화장지를 만들기 위해 펄프 생산을 하는데 일 년에 얼마나 많은 나무를 베어내는가! 내가 몸으로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소변을 그냥 물로 씻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발효된 소변 액비를 밭에 뿌리면 채소 잎이 반짝인단다.

어린 시절 외가에 가면 외삼촌은 밖에 마실을 가셨다가도 소변이 보고 싶으시면 집으로 오셔서 일을 보신 다음 다시 이웃집으로 가시곤 하셨다. 대소변은 당시 얼마나 중요한 자원이었는지 모른다. 비료와 농약은 땅을 죽이고 대소변은 땅을 살린다고 한다.



최명순 수녀 (필립네리, 예수성심시녀회, 진동 요셉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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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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