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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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11주일 - ‘하느님 나라’라는 희망의 씨앗 키워야

함승수 신부 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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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승수 신부



그 어느 때보다 ‘정의와 ‘공정’에 대한 관심이 큰 세상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막상 정의와 공정이 무슨 뜻이며 그 본질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듯합니다. 본인에게 억울한 게 있으면 그 상황에 연관된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를 제대로 알아보기도 전에, 일단 ‘공론화’ 시켜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헐뜯기 바쁩니다. 나는 손해를 봤으니 억울하고, 피해를 입힌 저 사람은 나쁜 놈이고, 그 일이 일어나도록 방치한 이 사회는 한참 잘못된 세상인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는 마음가짐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면, 세상에는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혼돈이 가득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모두가 인정하는 참된 정의와 공정이 있어야 합니다. 정의와 공정이 지켜진다면 그로 인한 손해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거짓과 위선 속에서 흔들리는 우리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참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하느님 나라’입니다. 부족하고 뒤틀린 세상과는 달리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모두가 기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 참된 ‘모범’이자 가슴에 지녀야 할 ‘희망’ 그 자체인 세상이 바로 하느님 나라인 것이지요. 오늘 복음은 그 ‘하느님 나라’에 대한 비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작은 ‘씨앗’에 비유하시면서 그 본질이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지, 그 과정에서 우리 역할을 알려주십니다.

‘하느님 나라’라는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으려면 ‘사람이 땅에 씨를 뿌리는’ 단계가 필수적입니다. 아무리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좋은 씨앗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땅에 심는’ 수고를 하지 않으면 나무가 될 수 없지요.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 참된 평화와 행복이 가득한 ‘하느님 나라’는 알아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씨앗을 심었다고 해서 그 씨앗이 자라는 방향성과 결과까지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리석고 부족한 인간은 씨앗이 나고 자라 열매를 맺는 그 심오한 신비를 다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런 ‘무지’에도 불구하고 씨앗은 싹이 터서 자랍니다. 씨앗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바람직한 마음가짐은 우리의 무지와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와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이 ‘어떻게’ 그리되는지 그 이유와 원리를 ‘나는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섭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그분의 말씀과 뜻 안에서 깨달으며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합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제 뜻대로 통제하려고 무리하지 않아도, 하느님은 당신의 놀라운 능력으로 이 세상에 당신의 ‘섭리’가, 참된 정의와 공정이 있는 ‘하느님 나라’를 이루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 나라’는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지 않습니다. 씨앗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싹이 트고 줄기가 자라며 이삭이 패고 낟알이 영그는 과정을 밟아나가듯,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가 실현되려면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며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하루하루가 쌓여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계절이 바뀌었음을 아는 것처럼,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세상이 왜 이러냐’고 신세 한탄만 하는 우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불만과 화가 가득 차 ‘누가 나를 건드리기만 해봐라’ 하고 잔뜩 벼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팍팍하고 살기 힘들지만 마음에 ‘하느님 나라’라는 희망의 씨앗을 품고 내가 사는 자리부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정의와 공정이 실현되는 ‘하느님 나라’로 변화시키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에 우리 모두의 ‘행복’이 깃들 것입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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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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