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도직현장에서] 좋은 이웃을 둔 행복

최명순 수녀(필립네리, 예수성심시녀회, 진동 요셉의 집)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최명순 수녀



우리 앞집에는 안토니오 형제님과 엘리사벳 자매님, 우리 집 실장님 내외가 살고 있다. 두 가정은 우리와 잘 지낸다. 안토니오 형제님은 아내를 너무 사랑하는 ‘아내 바보’이다. 당신 아내에 대해 남에게 말할 때 “우리 양 여사”로 호칭한다. 형제님 휴대전화 앞면의 배경화면도 양 여사님의 젊은 날 사진이다. 형제님의 초대를 받고 차를 마시러 방으로 들어갔더니 역시 양 여사님의 고운 자태의 사진이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안토니오 형제님은 아내에게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기를 좋아하는 분이시다. 우리 닭장에 필요한 닭 먹이통, 비가 들이칠 때 비를 막는 비닐에 도르래 장치, 문을 여닫는 데 불편함을 막기 위한 스프링 보조 장치로 그냥 쉽게 문을 여닫도록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이렇게 친절하기도 하지만 까칠한 면도 있다. 지난번에 우리가 미더덕을 감나무 아래에 뿌렸다가 지독한 냄새에 형제님의 원성을 사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대체로 잘 지내는 편이다.

며칠 후 형제님은 친구의 방문으로 약주가 거하게 올라 아주 기분 좋은 모습으로 참외 한 상자를 주셨다. 그 모습은 보기에도 유쾌했다. 일 년 내내 술 한잔 마시지 않는 우리는 표정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실장님 정길씨는 마리아 자매님과 금술 좋은 부부이다. 두 분의 사랑은 스치기만 해도 느껴진다. 특히 마리아 자매님이 남편을 더 끔찍이 사랑하는 것 같다. 실장님은 원장 수녀님이나 가타리나 수녀님이 무엇을 부탁하면 한 번에 허락하는 법이 별로 없다. 첫해에는 실장님의 그런 모습이 못마땅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실장님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다. 겉으로는 투덜대나 속마음에 깊은 정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부탁받은 일을 하실 때는 두 번 손댈 필요 없이 아주 튼튼하고 꼼꼼하게 처리하신다. 겉모습과 속마음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성격이 시원하고 쪼잔한 데가 없다. 아주 매력적인 분이시다.

사람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 보아야 그 진수를 알 수 있다. 이웃은 잘 두는 것은 정말 중요한데 우리는 좋은 이웃을 두었다.



최명순 수녀 (필립네리, 예수 성심 시녀회, 진동 요셉의 집)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6-3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9

시편 94장 19절
제 속에 수많은 걱정들이 쌓여 갈 제 당신의 위로가 제 영혼을 기쁘게 하였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