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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고추 농사 이야기를 할 때면 눈물이 난다

최명순 수녀(필립네라, 예수성심시녀회, 진동 요셉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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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온 공동체가 땅에다 공을 들인다. 파쇄한 나무나 풀, 닭똥과 인분으로 발효시킨 거름, 소변액비, 깻묵, 쌀겨, 왕겨 등 다양하게 섞어서 만든 귀한 거름을 밭에 넣고 그 위에 신문을 덮고 물을 뿌려주면 땅속에서 미생물들이 왕성하게 활동한다. 우리 눈에는 땅 아래서 일어나는 대단한 공장 가동이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는 거대한 화학 공장을 차린 듯 미생물들이 열심히 움직인다. 그 아지트에는 온갖 미생물과 지렁이와 벌레들이 어울려서 공생하고 있다. 헤르만 수녀님은 지열을 보고 발효의 진행 과정을 안다.

이렇게 준비된 땅에서 비료나 농약을 조금도 사용하지 않고 작년에는 고추 농사를 열세 근 지었다. 온갖 심혈을 기울여서 고추 농사를 짓는데, 수녀님의 윗옷은 늘 땀으로 푹 젖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은 늘 짠했다. 수없이 손이 많이 가는 농사가 고추라는 것을 알았다. 비가 많이 오고 난 후에는 탄저병이 오고 고추에 반점이 생기고 쭈그러들어 작품을 버린다. 공들여 잘 지은 농사에 비가 오면 심각한 현상이 온다. 병든 고추조차 너무 귀한 것이기에 수녀님은 가위로 고추를 오려 내고 성한 부분은 따로 모아서 먹을 수 있도록 손질한다. 고추를 건조할 때에도 습도가 높으면 고추가 물러 상품에 손상이 온다. 애써 지은 고추를 첫 수확 후 우리가 아는 은인에게 7㎏을 팔았다. 유기농이라서 비싸게 팔았다고 하는데 21만 원을 벌었다. 돈 21만 원! 내 생각에는 그 돈의 10배를 받아도 부족할 것 같았다. 나는 이 일을 생각하고 말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 돈 벌기가 이렇게 힘든지를 처음 겪은 나는 충격이 컸다. 전체 고추 수확은 13㎏으로 39만 원을 벌었다. 우리가 먹을 것까지 파는 바람에 우리는 총원에서 고추를 가져다 먹었다.

농민들이 유기농을 하지 않고 왜 쉽게 농약을 사용하고 비료를 주는지 이해가 되었다.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면 상품의 모양을 좋게 하고 어느 정도 병충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농민들이 겪는 노동량 역시 만만치 않다. 애써 지은 농산물을 팔고 나면 비료와 농약값을 제하면 품삯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최명순 수녀 (필립네리, 예수성심시녀회, 진동 요셉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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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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