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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19주일 -‘생명의 빵’이 되어주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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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승수 신부



명심보감 <효행> 편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슬프고 슬프도다. 어버이시여, 나를 낳아 기르시느라고 애쓰셨도다. 그 깊은 은혜를 갚고자 할진대 넓은 하늘과 같이 끝이 없느니라.”

내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부모님 덕분입니다. 아버지는 나에게 생명을 주셨고, 어머니는 나를 사랑으로 품고 길러주셨지요. 즉 부모님은 당신들의 살과 피를 나에게 내어주심으로써 나를 세상에 낳으셨고, 한없는 사랑으로 당신 자신을 희생하시어 길러주셨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부모님이 당신 살을, 그리고 당신 삶을 내어주신 덕에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당신 생명을 내어주시는 방식도 그와 비슷합니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생명의 빵’이 되신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에게 물질적인 양식을 주신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몸인 ‘성체’를 받아 모시는 것만으로 우리에게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내어주심으로써 우리가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살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굳게 믿으며 나도 주님처럼 사랑과 희생, 양보와 자선으로 다른 이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삶을 살 때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됩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그저 현재의 삶이 무한히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그분의 뜻을 따름으로써 ‘하느님 나라’라는 새로운 차원에서 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일인 것입니다.

광야에서 ‘만나’를 먹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 것은 그런 중요한 사실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만나’라는 양식을 내려주신 것은 단순히 육신의 배고픔을 해결해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의 믿음을 깊어지게 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척박한 땅 광야에서, 자기들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먹을 것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침에는 ‘만나’로 저녁에는 ‘메추라기’ 떼로 자신들을 먹이고 보살피시는 당신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면 당신을 온 마음으로 믿고 섬기리라고 기대하신 것입니다. 그랬다면 그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었겠지요.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런 하느님의 바람과 달리 그저 ‘배가 고파서’ 만나를 먹었고,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총을 이용하여 자기 욕심만을 채우려 했습니다. 그랬기에 하느님만을 온전히 섬기지 못하고 자꾸만 우상숭배라는 죄악에 빠진 것입니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 성체를 받아먹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 먹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성체성사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영성체한다면, 주님의 뜻과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실천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형식적으로 성체를 모신다면, 주님의 몸을 받아모시면서도 영원한 생명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그분의 살’입니다. 여기서‘살’로번역된그리스어‘사륵스’(σρξ)는약함과부족함을지닌유한한인간존재를의미합니다. 즉예수님은우리와똑같은한계와고통을지닌연약한인간으로서우리를위해당신의전존재를내어주신것입니다. 그사랑을받아먹음으로써우리의삶이충만한 기쁨과행복으로가득차기를바라셨기때문입니다. 또한그 힘으로 우리들각자가다른누군가에게살아갈 이유이자 힘이되어주기를바라셨기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생명의 빵’이 되어주신 것처럼 나 또한 다른 이들에게 ‘생명의 빵’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성체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입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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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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