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미라 수녀 |
요한의 집은 1994년에 문을 연 ‘뇌병변 중증장애인시설’입니다. 수도회의 사회복지시설 중 유일하게 두 번의 소임을 산 곳이기도 합니다.
아이 중 유난히 고집이 세어 감당하기 힘든 아이가 있었습니다. 첫돌이 지나고부터 요한의 집에서 자란 아이입니다. 매일 아침이면 휠체어를 탄 채로 장애인 리프트 차로 등교를 시켜주었습니다. 스스로 걷는 것이 소원이었던 아이는 매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 등교 전 재활치료를 받고, 뒤뚱뒤뚱 어설프지만 2시간씩 보조기를 차고 걸음을 시작한 아이의 의지가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요한의 집을 떠난 지 10년 만에 다시 요한의 집에 갔을 때, 그 아이는 요한의 집 부설 그룹홈에서 고3의 수험생이자 맏형으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여름방학에는 수녀님들이 계시는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대학 영문과에 진학도 하였습니다. 아이가 말했습니다. 자신이 일반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수녀님들의 사랑을 받으며 이렇게 잘 성장하지 못했을 거라고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곳에서 하느님의 기적은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신의 불행한 환경을 행복으로 바꾸어가는 아이들의 성장이 기적이지요.
제가 요한의 집을 떠나올 때, 아이가 제게 핸드크림과 한 통의 편지를 주었습니다. 성격만큼 반듯한 글씨로 또박또박 써 내려간 편지 내용의 일부분입니다.
“수녀님! 저를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제가 먼저 수녀님을 알아봐 드릴게요. 일하고 핸드크림 잘 바르셔서 손 예쁘게 하세요. 어디를 가셔도 건강하세요. 수녀님은 저에게 다리아 수녀님 다음으로 최고의 원장님이셨어요.”
진심 어린 편지 한 통은 그동안의 누적된 피로를 날려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행복을 안고 떠나올 수 있었습니다.
홍미라수녀(루치아, 인보성체수도회 서울인보의집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