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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2주일 -계명을 지킬 때 필요한 두 가지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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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승수 신부



일본에는 ‘와리깡’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함께 밥 먹을 때 나온 금액을 균일하게 부담하는 전통입니다. 자기가 먹은 만큼 돈을 냄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피해나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합리적 사고’가 바탕이 됐지만, 그 이면에는 ‘신세 지기 싫다’는 마음이 깔려있기도 합니다. 한 방송국 일본 특파원이 기사를 제공해준 지인에게 감사를 표하고자 그에게 점심을 대접했습니다. 미안한 표정으로 어찌할 줄 모르는 그에게 “나중에 언제 점심이나 한번 사라”고 했지요.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그에게 연락이 왔고, 그와 친해지는 것 같아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지난번 먹었던 그 식당에서 그때 그 메뉴를 똑같이 주문했고 자신이 식사 금액을 계산했습니다. 기자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자기가 불편하지 않은 게 먼저인 그 사람하고는 친해지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는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깊어지게 하는 ‘수단’으로서의 율법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 뜻을 거스르는 죄악을 저질러 멸망에 이르지 않도록 보호하시기 위해 ‘율법’을 주셨습니다. 즉 율법은 우리를 ‘하느님 나라’로 이끄는 안내서이자 이정표로써, 우리가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참된 일치를 이루게 하지요. 모세는 율법을 충실히 지켜야 하는 이유를 이런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명령을 충실히 지키고 실천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주님’으로써 우리가 당신을 부를 때마다 언제나 함께 계시며 고통과 시련을 극복할 힘을, 박해와 유혹을 이겨낼 용기를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기꺼이 그분의 뜻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과 맺은 사랑의 관계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율법의 근본정신은 사라지고 외적인 형식만 남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율법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그것을 왜 지켜야 하며,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잊은 채, 오직 율법의 내용을 ‘글자 그대로’ 지켰는지 여부에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복음에 나오는 ‘손 씻는 전통’이 대표적입니다. 주변이 사막으로 둘러싸인 팔레스티나 지방은 한 달 남짓한 우기(雨期)를 제외하고 거의 일 년 내내 황사현상이 일어나 밖에 나갔다오면 먼지투성이가 됩니다. 청결과 위생을 위해 손과 몸을 깨끗이 씻는 전통이 생겨났지요. 그렇기에 모세가 ‘정결법’을 강조한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손을 씻을 때 어떤 그릇을 써야 하며 물을 얼마만큼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어느 부위까지 씻어야 하는지에만 관심을 쏟았습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율법을 지킨 게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율법을 지킨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지킨 것입니다. 그들이 율법을 실천한 목적은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자기만족’이었던 것이지요. 자기 과시와 개인적 만족을 위해 율법을 지키는 이들은 율법을 지키지 않는 이들을 비난하고 단죄하려고 듭니다. 율법을 더 철저하게 지키는 자신이 남들보다 더 거룩하고 더 의롭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속마음으로는 하느님을 따르지 않으면서 겉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해 남들 위에 군림하려 드는 모습, 예수님은 바로 그런 점을 ‘위선’이라 여겨 비난하십니다.

우리가 계명을 지킬 때 꼭 필요한 것이 ‘진심’입니다. 이 ‘진심’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거짓 없는 참된 마음’을 뜻하는 ‘진심(眞心)’이고, 둘째는 ‘마음을 다함’이라는 뜻을 지닌 ‘진심(盡心)’입니다. 참된 마음으로 주님을 사랑하기 위해 ‘계명’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성호경 한 번을 긋더라도 ‘진심’을 담아야 신앙생활을 통해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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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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