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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4주일, 성소 주일- 하느님 사랑에 대한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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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승수 신부





양은 참 약한 동물입니다. 크고 단단한 뿔도, 날카로운 이빨도, 억센 발톱도 없기에 자신을 방어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시력이 나쁘기에 멀리 있는 적을 미리 알아보고 피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다리가 가늘고 힘도 약해서 맹수를 만나도 잽싸게 도망치는 게 불가능합니다. 뒤뚱거리며 뛰다가 넘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지요. 심지어 둔하기까지 해서 한 번 넘어지면 자기 힘으로 일어서지도 못합니다. 이렇게 약하고 부족한 녀석들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갈까 싶지만, 양들에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습니다. 귀가 밝아서 소리를 잘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그 능력으로 자신을 돌봐주는 목자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고 따라갑니다. 자신이 약하고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목자와 함께 있으면 배부르게 풀을 뜯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음을 알기에, 죽기 살기로 목자의 음성을 따라가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사이를 ‘목자와 양’의 관계에 빗대어 설명하시는 것은 우리도 주님의 은총과 보살핌이 없으면 제대로 살 수 없는 약하고 부족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시는 주님께서는 우리가 욕심에 눈이 멀어 엉뚱한 곳을 헤매다 멸망에 이르지 않기를, 하느님의 음성을 귀 기울여 듣고 그분의 뜻을 잘 헤아리며 따름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기를 바라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소음’들로 가득합니다. 돈이, 명예가, 권력이 제일이라고 외치는 소리,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게으르게 만드는 소리,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닦달하는 소리, 나를 인정해달라 외치는 욕망의 소리,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느냐’고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외치는 분노의 소리…. 온갖 소음들로 뒤범벅되어 하느님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듣기가 너무나 어려운 겁니다.

하느님의 목소리를 분명히 알아듣기 위해서는 하느님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먼저 하느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를 온전히 알게 하며 신뢰하고 따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으로 아는 것’은 ‘머리로 아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입니다. ‘머리로 아는 것’은 ‘거리’를 두고 서서 미루어 짐작하여 아는 간접적인 ‘앎’입니다. 그러나 ‘사랑으로 아는 것’은 그와 내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심동체의 관계를 맺고서 ‘이심전심’으로 아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그런 놀라운 사랑으로 나를 아시고, 부드럽고 따스한 음성으로 나를 부르십니다. 나도 머리가 아닌 사랑으로 당신을 알아가도록, 당신의 마음과 뜻을 헤아리며 제 발로 당신을 따르도록, 그렇게 영원한 생명과 참된 행복을 향해 나아가도록 나를 초대하시는 겁니다. 그 거룩한 부르심에 제대로 응답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사랑을 찾는 간절함과 절박함을 지녀야 합니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식으로 그분의 사랑을 가벼이 여기는 게 아니라, ‘하느님이 나와 함께 계시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각오로 그분께 매달리고, ‘하느님의 사랑이 없으면 나는 죽는다’는 결단으로 그분의 사랑을 갈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양이 목자를 따르듯 죽기 살기로 하느님을 따르다 보면, 내 마음에 기쁨이 충만하게 차오르고, 내 영혼이 그분 사랑 안에서 참된 평화와 안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파아란 풀밭에 이 몸 뉘어주시고, 고이 쉬라 물터로 나를 끌어주시니, 내 영혼 싱싱하게 생기 돋아라… 죽음의 그늘진 골짜기를 간다 해도 당신 함께 계시오니 무서울 것 없나이다. 당신의 막대와 그 지팡이에 시름은 가시어서 든든하외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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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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