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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카리타스 코리아, 고마워요”

이문숙 수녀(비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 필리핀 면형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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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숙 수녀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봉쇄 조치가 내려지고, 모든 게 중단된 상태가 되었을 때 정말 막막하기만 했다. ‘이대로 계속 살아야 하나? 아니면 관구로 돌아가야 하나?’ 그러다 ‘코로나가 위험한 건 우리나라나 필리핀이나 다 마찬가지인 상황, 그냥 이곳 선교지에서 주님을 믿고 조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활동이 어려운 시기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 끝에 생각하며 내린 결론은 아이들에게 영양 있는 점심을 나눠줘야겠다는 거였다.

2021년 2월부터 5월까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100명의 아이에게 음식을 제공했다. 각자 집에서 빈 도시락을 가져오면 닭고기와 돼지고기, 사과, 오렌지, 바나나, 따뜻한 밥을 나눠줬다. 어느 땐 영양 많은 닭죽을 끓여서 줬고, 가격이 비싸서 제대로 사서 먹을 수 없었던 망고를 나눠주기도 했다. 아이들이 점심을 받아갈 때 콧노래를 부르고 환하게 웃으며 너무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봉사하는 우리 모두는 기뻤고 뿌듯했다. 매주 급식 준비로 시장을 봐야 하고, 음식 준비로 힘들었지만, 이렇게라도 급식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했다.

급식을 시작하고 3개월 된 어느 날 시청(Quezon City)에서 직원이 찾아와서 “지금은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서 다니는 건 아직 위험하고 외출 금지 상태”라며 급식 금지령을 내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점심을 못 먹게 될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려 마음이 아팠다.

정부 방침을 따르는 게 순리이므로 아이들 대상으로는 할 수가 없다면 어른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아이들의 가정에 쌀과 필요한 식료품을 나눠줘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그러나 식료품을 마련할 비용이 문제였다. 고민하던 중 때마침 한국 카리타스 인터내셔널에서 ‘코로나19 긴급 식량 지원금’이 우리 면형공동체에 전달되었다. 2021년 9월부터 약 6개월간 매월 150가정에 쌀 15㎏과 달걀, 우유, 면류를 나눠줬다.

식품을 받아가는 이웃들이 “Sister. Thank you” “Caritas Korea. Thank you” 하며 인사를 할 때는 우리나라의 위상을 알리게 되어 마음이 뿌듯해지면서 보람도 느껴졌다. 모든 것을 다 지켜보시는 주님의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는 생각이 들면서 감사했다. 이 기회에 한국 카리타스에 감사함을 전해본다.



이문숙 수녀(비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 필리핀 면형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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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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