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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평전」에서 예수님을 만나다

[월간 꿈 CUM] 삶의 한 가운데에서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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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아주 멋진 어느 날, 우연히 나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온 책 한 권이 있다. 이탈리아 5개 도시, 80곳의 성당들을 여행하면서 각자의 성당들이 품고있는 이야기를 소개해 준 책, 바로 「성당 평전」이다.

2002년 대한민국이 월드컵으로 들썩이던 해에 유럽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유럽을 여행하며 수많은 성당을 만났다. 하지만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만 기억할 뿐 성당들이 지닌 사연들은 기억조차 없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설렘과 놀라움, 그리고 배움과 깨달음을 선물해 주었다.

성당들은 저마다 건축된 사연이 있고 역사가 있으며 성인들의 이야기와 예술가들의 혼이 깃들어 있다. 피렌체, 나폴리, 베네치아, 바리, 그리고 밀라노의 성당들이 지닌 사연들에 매료당하기 전까지 나에게 유럽의 성당들은 그저 웅장한 대리석 기둥과 아름답고 화려한 천장과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비슷비슷한 건축 물로 기억되어 있었다.

이탈리아 성당 기행을 읽어 가면서 나도 모르게 “와우! 아하! 그렇구나!” 등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허벅지를 탁탁 쳐가면서 말이다. 이탈리아의 성당들은 대성당뿐만 아니라 세례 경당과 종탑이 함께 건축되어 있다. 그리고 성당마다 대표되는 성인들이 계시고 유해가 모셔져 있으며 전쟁과 흑사병 같은 질병이 유행했을 때 건축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과 신앙인들의 간절한 염원이 함께 녹아 들어있다. 천재 예술가들의 예술작품들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5개 도시, 80곳의 성당이 품고 있는 저마다의 자태를 영성과 지혜와 학식이 풍부한 가이드와 함께 순례를 마치는 기분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리고 이탈리아 5개의 도시가 있는 위치를 그려보며 잠시 묵상을 하던 찰나에 숨은 그림을 찾듯 나는 예수님을 만났다. 5개 도시의 위치를 표시하고 베네치아에서부터 피렌체, 나폴리, 밀라노 다시 피렌체를 지나 바리로 선을 그으면 알파(α)의 형태가 된다. 나폴리에서 시작해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그리고 바리로 선을 이으면 오메가(Ω)의 모습이 보인다. 밀라노, 피렌체, 바리를 선으로 긋고 베네치아, 피렌체, 나폴리를 선으로 그으면 십자가의 형상이 된다.

성당 평전, 이탈리아 성당 기행에서 “나는 알파(α)요 오메가(Ω)이다. 나는 처음이요 마지막이다”라고 말씀하신 하느님 성부와 십자가의 형상으로 나에게 다가오신 예수님 성자와 묵상을 통해 성부와 성자를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의 은총을 주신 성령을 나는 그렇게 만났다. 여정의 끝에서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감사의 기도를 바친다.


글 _ 이재훈 (마태오,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 벼리마을 사무국장)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신앙 안에서 흥겨운 삶을 살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년 가까이 가톨릭사회복지 활동에 투신해 오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하루하루 매순간 감탄하고, 감동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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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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