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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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38. 기도의 단계③- 추리 묵상 기도

묵상의 핵심 대상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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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레사 성녀가 가르치는 묵상은 기도하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모든 지력과 사랑의 힘을 통해 세상과 자기 자신을 거쳐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여정이다.

 
많이 생각하기보다 많이 사랑하라

성녀 데레사가 지인들에게 가르쳤으며 영성생활 초기부터 본인 스스로도 성심을 다해 수련했던 기도 중에 하나로 추리 묵상 기도를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 통상 묵상 기도라고 부르는 기도로서 주로 지성의 추리 작용과 상상력 그리고 의지의 정감적인 능력을 사용해서 하는 기도를 말합니다.

성녀 데레사는 추리 묵상 기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나는 지성으로 추리를 많이 하는 것을 묵상이라 부르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하느님이 당신 외아드님을 우리에게 주신 은혜부터 생각한다고 합시다. 이 경우, 우리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성자의 영광된 전 생애의 여러 가지 신비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또 겟세마니 동산의 기도로 묵상을 시작한다 치면, 지성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까지 자꾸만 나아가는 것입니다”(「영혼의 성」 6궁방 7장 10절).

성녀는 기도하는 당사자가 이 성찰 속에서 묵상하는 진리를 통해 새롭게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선택하는 가운데 그분을 따르도록 가르쳤습니다. 또한 추리 묵상이 갖는 전형적 특징인 지적인 차원에서 주제를 추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사랑하도록”(「영혼의 성」 4궁방 1장 7절) 강조해서 가르쳤습니다.



추리 묵상 기도를 위한 주제들

성녀는 추리 묵상 기도를 통해 묵상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소개했는데, 이는 성녀가 자신의 기도 생활 초기 몇 해 동안 기도 중에 계속 되새김질하던 것으로서, 신비적 단계에 들어간 후 메마른 시기를 거쳤을 때에도 자주 되돌아간 주제들이기도 했습니다. 그 주제들은 인간이신 그리스도, 일상생활의 염려들, 천상 진리들, 지나간 삶에서 범한 죄들, 현재 삶의 어려움 등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성녀가 추리 묵상 기도 중에 묵상하기를 선호했던 또 다른 주제로 ‘자아 인식’을 들 수 있습니다. 성녀는 기도하는 영혼이라면 아무리 높은 신비 단계에 이른다 할지라도 결코 자아 인식 작업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매일 먹는 밥처럼 영적 여정에서 언제나 섭취해야 하는 기본 양식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성녀는 이러한 자아 인식을 바탕으로 더 많은 종교적 진리들, 모든 인간적, 신적 사정들에 대해 묵상하도록 초대했습니다. “사실 덧없는 세상이나 하느님께 대한 자기의 허무와 구세주의 더없이 크신 수난과 구세주를 받드는 데 있어서 충실치 못한 점과 임을 사랑하는 자에게 뿌리시는 은총 같은 것에 대해 여러 각도로 생각할 수 있는 영혼들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나 죄가 될 만한 기회나 위험스런 데서 빠져나올 수 있는 생각을 자아낼 수가 있습니다”(「자서전」 4,8).



우리의 모든 능력을 통해 하느님을 음미할 것


성녀는 마치 꿀벌이 꽃 속에서 꿀맛을 음미하듯 인간의 모든 능력, 즉 지성, 기억, 의지, 상상, 오감이 그렇게 진(眞), 선(善), 미(美) 자체이신 하느님을 다양한 차원에서 음미하도록 권했습니다. 성녀의 가르침에 있어서 묵상한다는 것은 자기 주위에 관계를 맺고 있는 것들이 신앙의 진리들과 관련된 사안들, 예를 들면 하느님, 그리스도, 영혼, 죄, 현세, 천상, 인간 구원, 덕행 등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 근거를 곰곰이 숙고하고 새롭게 찾아 발견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묵상은 기도하는 당사자의 삶 전체가 그로 하여금 하느님을 온전히 사랑하고 이 현세에서 자신의 소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점검하도록 요청합니다.

그러므로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라 묵상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절대 가치이신 하느님만으로 모든 게 충분하다는 확신과 고백에 이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성녀가 가르치는 묵상은 기도하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모든 지력과 사랑의 힘을 통해 세상과 자기 자신을 거쳐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핵심적 묵상 대상인 그리스도

마지막으로, 기도하는 이의 의지를 더욱 자극시킴으로써 하느님을 향한 근본 선택을 하도록 결심하게 하는 묵상 주제로 성녀는 ‘그리스도’를 꼽았습니다. 성녀는 묵상 기도를 통해 모든 면에서 그리스도를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초대했습니다. 특히 그분의 ‘수난’과 ‘죽음’은 성녀의 묵상 기도에 있어서 핵심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교적인 기도에 있어 주된 대상입니다. 그러므로 만일 묵상 기도에 그리스도가 빠져 있다면 그것은 기도가 아닙니다.

그래서 성녀는 다음과 같이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도록 권했습니다. “우리는 정신적으로 늘 그리스도 앞에 몸을 두어 그 거룩하신 인성에 대한 최대의 사랑에 점차로 불타올라 항시 그분 곁에 머물고 그분께 아뢰고 우리에게 필요한 일을 청하고 슬픔 중엔 그분께 하소연하고 위안을 느낄 때는 그분과 함께 기뻐하며 행운에는 그분을 잊지 않도록 유의하고 복잡한 기도문 따위를 찾으려 말고 자신의 소망과 필요를 밝히는 단순한 말로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이것이야말로 단시일 내에 진전을 보일 수 있는 뛰어난 방법입니다”(「자서전」 12,2).

그러므로 성녀는 묵상 기도의 모든 내용이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어우러지고 모아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 기도에서 묵상하는 모든 내용이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비춰짐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얻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새롭게 통합되도록 초대했습니다.
 
 

▲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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